우주의학은 무중력, 우주방사선 등 지구와 다른 환경의 우주에서 인체에 발생할 수 있는 의학상 문제를 연구하는 것이다. 우주 환경을 활용해 의학과 임상 연구 영역을 넓히는 것도 포함한다. 우주개발 가속화에 따라 우주탐사, 우주관광 시대가 열릴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우주의학은 유인 우주시대 필수 요소로 꼽힌다.
우주 환경이 인체에 가하는 영향 중 가장 중요한 위험인자는 우주방사선이다. 우주에는 주로 양성자로 구성된 1차 우주방사선이 존재한다. 지구 대기권으로 들어오면서 대부분 사라지는 2차 방사선과 달리 입자가 커 인체에 더 해롭다.
우주 방사선은 골수, 혈관, 중추신경, 장내 세균에도 영향을 미쳐 장기간 노출될 경우 암 발생, 뇌 기능 퇴화, 인지기능 저하 등을 유발할 수 있다. 실제로 2019년 국제우주정거장에서 340일간 체류하고 돌아온 스콧 켈리와 지구에 머물렀던 일란성 쌍둥이를 비교한 결과 면역 체계와 눈 기능이 손상되고 근육량과 골질량이 손실되는 생리학적·생화학적 변화와 특정 유전자 활성화, 염색체 구조적 변화 등의 유전학적 변화를 보였다.
미항공우주국(NASA)은 우주방사선 노출 영향을 연구하는 기관인 우주방사선연구소(NSRL)를 두고 있으며, 독일 중이온가속기연구소는 가속기를 활용한 우주 방사선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러시아는 1990년대 중반부터 우주 방사선 감시 시스템 개발과 정량적 측정법을 확립했다. 일본 국립 방사선의학종합연구소에서는 우주 방사선과 유사한 입자선을 생성해 연구를 수행 중이다. 중국 과학원에서는 인공 우주 방사선을 구현해 인간 섬유아세포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다.
우주선이 발사할 때와 회수할 때 발생하는 급격한 가속도·감속도와 궤도비행중의 무중력 상태와 다양한 중력 변화, 우주 공간에서의 고온과 저온, 진공, 자외선 등 지상과는 전혀 다른 환경에서 인체의 기능, 조직, 심리가 받는 영향도 크다. 극한 우주 환경에서 면역대사계, 심혈관계, 근골격계, 신경계 영향과 행동과학, 수면, 영양, 정신심리학 등 장기간 건강유지와 관련된 분야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NASA는 휴먼리서치프로그램(HRP)을 운영하며 무중력 상태에서 우주인 행동 양태 변화와 여러 건강상의 문제, 질병 치료 시스템 등을 연구하고 있다. MIT, 펜실베니아대, 스탠퍼드대 등은 우주 공간에서 외상 후 관절염, 폐질환, 심혈관 관련 연구를 진행 중이다.
다국적 제약사들도 신약 개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머크는 우주정거장의 무중력 상태를 이용 면역항암제 키트루다 고순도 제조에 성공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나노입자와 무중력 상태를 이용한 새로운 약물전달 기법을 연구 중이고 일라이릴리는 새로운 항암제를 연구한다.
지구와 우주 원거리 진단과 치료를 위한 원격의료나 의료 지원 소프트웨어(SW) 분야도 개발되고 있다. NASA는 자율의료운영(AMO) 프로젝트를 통해 지상에서 의료 지원을 기다리지 않고도 응급 의료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SW인 의료결정지원시스템(MDSS)을 개발하고 있다.
국내에서 우주의학 분야 연구는 공군을 중심으로 추진됐다. 인하대 우주항공의과학연구소와 인하대병원 우주항공의학센터가 설립되면서 민간 기관 차원 연구도 시작됐다. 제약바이오 기업으로는 엔지켐생명과학이 방사선 치료로 인한 구강점막염 및 급성방사선증후군 치료제 'EC-18'을 우주방사선 치료제로 개발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정현정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