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우 중요한 기업, 단독 인수 안돼"
박정호 부회장, 공동 투자 논의
공정위, 키파운드리 합병 승인
"파운드리 시장 경쟁 제한 적어"
SK하이닉스가 영국 반도체 설계 전문기업 ARM 공동 인수를 추진한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부회장은 30일 기자와 만나 “ARM 인수를 다른 기업과 공동으로 투자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며 “ARM은 굉장히 중요한 회사인데 특정한 누군가가 그 이익을 다 누리면 ARM을 인수하도록 (반도체) 생태계에서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지분을 공동으로 인수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부회장은 지난 28일 서울 을지로 SK-T타워에서 열린 SK스퀘어의 첫 정기주주총회에서 “ARM도 사고 싶다”며 “ARM까지 고려할 정도로 규모가 큰 것부터 밸류 있는 회사들까지 폭넓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ARM은 영국 팹리스 전문업체다. 미국 엔비디아가 인수를 추진했으나 각국 규제당국 결합심사벽을 넘지 못해 인수가 무산됐다. ARM 대주주인 소프트뱅크는 매각 무산에 따라 플랜 B를 가동한다고 밝힌 바 있다. 회사 기업공개(IPO)뿐 아니라 기업이 참여하는 컨소시엄에 매각하는 방안도 거론됐다.
ARM은 반도체기업들이 수년째 눈독을 들이는 반도체 설계 전문기업이다. 팻 갤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월 17일(현지시간) '인텔 인베스터데이 2022' 관련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ARM 인수 컨소시엄에 참여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ARM 인수 컨소시엄이 구성되면 그는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형태”라고 말했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날 SK하이닉스의 키파운드리 인수합병안을 승인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SK하이닉스 키파운드리 인수가 경쟁 제한이 없다”며 승인 결정을 내렸다. 공정위 관계자는 “SK하이닉스와 키파운드리가 8인치 디스플레이구동칩(DDI), 전력반도체(PMIC) 등 반도체 성숙제품 파운드리(위탁생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결합 후 점유율 수준,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전체를 고려할 때 경쟁을 제한할 우려가 적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0월 매그너스반도체로부터 키파운드리 지분 100%를 5758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공정위에는 2개월 뒤 기업결합심사를 신고했다.
공정위는 약 3개월 만에 기업결합을 승인했다. 양사의 결합으로 경쟁을 제한할 공산이 적고, 두 회사의 8인치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이 높지 않다는 게 근거다.
8인치 반도체를 위탁 생산하는 파운드리 시장에서 양사 합계 점유율이 5%대다. TSMC(대만), UMC(대만), 글로벌 파운드리(미국) 등 경쟁 사업자가 충분해서 경쟁 제한 행위를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판정 요지다.
SK하이닉스의 키파운드리 인수 작업은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인수 계약 후 주요 3개국 당국으로부터 반독점 심사를 받고 있다. 지금까지 공정위와 대만 승인을 마쳤다. 남은 1곳만 통과하면 된다.
김지웅기자 jw0316@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