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언론 통역사가 우크라이나 현지 취재 도중 러시아군에게 감금돼 9일 간 구타, 물고문, 전기충격 등 가혹행위를 당했다고 증언했다.
지난 23일(현지 시각) 국경없는기자회(RSF)에 따르면, 니키타(32, 가명) 씨는 프랑스 공영 라디오 매체 ‘라디오 프랑스’의 현지 코디네이터 겸 통역사로 근무하던 중 러시아군에 끌려가 9일간 고문당했다고 전했다.
니키타 씨는 우크라이나 출신 통역사로 지난 5일(현지 시각) 라디오 프랑스 취재진을 호텔로 데려다준 뒤 ‘취재 차량(Press)’임을 나타내는 문구가 적힌 차량을 몰고 가족이 사는 마을로 향했다. 러시아군의 공세가 거세지자 자신의 가족을 대피시킬 계획이었다.
운전하던 니키타 씨의 차량에는 돌연 총알이 쇄도했다. 그는 30~40발이 발사됐다고 증언했다. 총격으로 차량이 나무를 들이받고 멈추자 군인들이 그를 끌고 나와 구타하기 시작했다. 니키타 씨는 “나는 민간인이다”라고 외쳤으나 군인들은 이를 무시하고 그를 땅에 집어던졌다고 당시를 설명했다.
그들은 니키타 씨를 근처 한 건물로 끌고 가 위협을 계속했다. 한 군인은 칼로 니키타 씨의 얼굴 선을 쓸어내려가며 “얼굴을 도려낼수도 있다”며 겁박했다. 죽은 개가 있는 도랑에 그를 던져 놓고 ‘모의 처형’을 하겠다며 총을 발사해 머리 근처로 총이 스치기도 했다.
니키타 씨는 폭행뿐 아니라 결혼반지와 신발 등 돈이 되는 것은 모두 빼앗겼다. 이후 6일부터 9일까지 심문과 개머리판, 쇠몽둥이 등으로 폭행이 계속됐으며 다른 민간인들도 주변 묶여 고문당하는 것을 목격했다고 진술했다. 48시간 넘도록 아무것도 먹이지 않았다.
러시아군은 니키타 씨가 ‘간첩 활동’을 벌였다고 주장하며 그를 고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니키타 씨는 ‘스파이 아니냐’는 추궁과 함께 전기 충격 고문까지 받았다고 말했다.
니키타 씨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지한다는 편지를 쓰고 서명한 뒤에야 납치 9일만에 풀려날 수 있었다고 한다.
RSF는 지난 17일 우크라이나 르비우에 개소한 언론자유센터에서 이 같은 증언을 확보했다. 그의 진술은 가족, 함께 고문당한 민간인, 라디오 프랑스 기자 두명의 인터뷰를 통해 입증됐다. 건강검진에서 그가 받은 가혹행위 정황도 확인했다고 RSF가 전했다.
이번 사건의 피해자인 니키타 씨는 “정신적 충격이 가시질 않지만 우크라이나 국민과 언론 정의를 위해 계속 근무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현재 니키타는 우크라이나의 한 마을에서 신변 보호를 받고 있다. 니키타 외에 우크라이나 언론인 올레그 바투린 또한 8일간 구금됐다. RSF는 앞선 언론인 실종 사건을 검찰에 고발한 데 이어 후속 조치로 니키타씨의 증언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제출할 계획이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