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으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는 단숨에 주류 플랫폼으로 올라섰다.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넷플릭스에 이어 디즈니플러스와 애플TV+, 아마존 프라임 등 해외 OTT는 물론, 국내 토종 OTT까지 새로운 시장을 놓고 그야말로 '오징어게임'을 재연하고 있다.
하지만 불꽃 경쟁이 치열하게 타오를수록 발 밑 그림자도 점점 짙어지고 있다. 특히 국내 OTT 플랫폼을 향한 그림자 규제가 강화되면서 위태로운 힘겨루기가 펼쳐지고 있다.
왓챠는 국내에 OTT란 개념조차 생소하던 2016년 1월 완전 구독 형태의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왓챠'를 선보였다. 출시 6년여만에 누적 애플리케이션(앱) 다운로드 수 1600만을 돌파하며 빠르게 성장했다. 대규모 자본이나 모기업 도움 없이 순수한 기술력으로 이뤄낸 성과다. 회사는 6억5000만개가 넘는 별점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인공지능(AI) 추천 엔진과 머신러닝 기술을 통해 고객 취향에 맞는 최적 콘텐츠를 추천한다.
올해부터는 차별화된 오리지널 콘텐츠로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왓챠는 해외 시장에 진출한 유일한 OTT 플랫폼이기도 하다. 2020년 일본에 진출한 이후 빠르게 유료 구독자수를 확대하고 있다. '구글 플레이 베스트 오브 2020'에서 유저 투표 부문 앱 카테고리 우수상, 엔터테인먼트 부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왓챠는 최근 웹툰, 음악까지 서비스 영역을 확장하는 '왓챠 2.0'을 선언, 종합 엔터테인먼트 플랫폼으로 거듭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글로벌 가입자 1억명 확보를 목표로 뛰고 있다.
하지만 왓챠를 향한 규제 허들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특히 '영상물 자율등급제' 도입은 OTT 업계 대표적 숙원사업으로 꼽힌다. 현재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유료 서비스인 OTT는 사전에 영상물등급위원회의 등급 분류 절차를 거친 영상물만 서비스할 수 있다. 그러나 글로벌 플랫폼의 국내 상륙, 모바일 기기를 통한 비디오물 시청 급증 등 영등위의 등급분류 대상 비디오물이 폭증하면서 심사 기간 지연이 반복되고 있다.
대부분 국가에서는 사업자가 자체적으로 등급분류할 수 있도록 자율등급제를 도입하고 있다. OTT 플랫폼에서 콘서트, 스포츠 중계, 생방송 스트리밍 등 적시성을 요구하는 영상 콘텐츠의 유통이 증가하고 있어서다.
정부도 이같은 문제의식에 공감해 지난 2020년 자율등급제 도입을 포함한 디지털미디어생태계발전방안을 발표했다. 지난해 5월 문화체육관광부는 관련 법안에 대해 입법 예고까지 마친 상태다. 그러나 문체부, 과기부, 방통위 등 OTT 플랫폼 관할권을 둘러싼 부처 간 힘겨루기로 인해 법안 통과는 지지부진하다.
OTT에게 영화발전기금, 방송통신발전기금 등을 의무 부과하는 법안들도 줄을 잇고 있다. 기존 극장 또는 채널을 중심으로 한 전통산업과 달리, 개방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해야 하는 OTT 산업의 구조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추진되고 있다는 평가다.
법률적 근거가 미약한 행정규제도 우후죽순 만들어지고 있다. 지난해 방통위가 발표한 '인공지능 기반 미디어 추천 서비스 이용자 보호 기본원칙', 현재 제정을 추진 중인 '올바른 이용후기 문화 정착을 위한 가이드라인' 등은 OTT 같은 콘텐츠 서비스의 핵심인 추천이나 이용자 평가 등에 대한 서비스 제공자의 자율성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다.
여기에 지난해 넷플릭스의 '오징어게임' 성공으로 제작사 수익 배분 문제가 불거진 후 이에 대한 규제 신설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표준계약서 제정이나 저작권(IP) 및 수익을 의무적으로 제작사에 배분하게 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사실상 플랫폼의 수익 이상을 콘텐츠제작에 투자하고 있는 상황에서 섣부른 규제 도입은 오히려 투자 여력을 감소시킬 수 있다.
이외에도 해외 시장과 견줘 높은 국내의 망사용료 문제도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왓챠를 비롯해 웨이브, 티빙 등 국내 대표 OTT 사업자들은 지난달 '한국OTT협의회'를 발족, 이 같은 망이용료 역차별 규제, 저작권 문제 등에 공동 대응키로 했다.
김현민 법무법인한틀 변호사는 “미국, 영국, EU에서 기존 방송산업과의 공정한 경쟁을 도모함과 동시에 서비스 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규제장치를 마련하는 방향으로 OTT 규제가 진화했다”며 “영상 송출이라는 외연 때문에 OTT 서비스의 본질을 강화한 법안이 마련되어서는 안되며, 정부가 산업의 특색을 살려 발전할 수 있는 방향으로 길을 터줘야 한다”고 말했다.
<표>왓챠 누적 앱 다운로드 현황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