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업계는 장르를 막론하고 '숏폼' 트렌드가 지배적이다. 모바일에 한정된 특별 포인트로 비치던 숏폼 콘텐츠는 어느 순간 범위를 지상파·케이블까지 넓혔다. 숏폼 콘텐츠는 원조라 할 수 있는 CF와 구분되는 개념으로 방송 흐름까지 바꿔버렸다. 엔터테인&에서는 콘텐츠계 숏폼화 트렌드를 조명해본다.
◇모바일·소통·직관으로 무장한 숏폼 콘텐츠
숏폼 콘텐츠는 짧게는 수 초에서 길어도 시간 단위를 넘지 않는 짧은 분량 영상 콘텐츠다. 1시간 가까운 기존 콘텐츠와는 달리 짧은 분량이면 모두 숏폼 콘텐츠로 지칭해 왔으나 최근에는 숏폼 콘텐츠 내에서도 10분 단위 이상을 지칭하는 미드 폼과 1분 내로 넘나드는 숏폼으로 구분된다. 숏폼 콘텐츠는 CF에서 유래를 찾을 수 있다. CF는 광고라는 상업 요소가 강하지만 콘텐츠로서 가치는 초 단위 짧은 시간 내에 트렌드와 매력 요소, 이를 표현하는 모델이나 영상미, 음성이 총체적으로 맞물린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숏폼 콘텐츠는 CF 콘텐츠 가치 측면을 좀 더 강조한 듯한 모습을 띤다.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춰 기존과 또 다른 숏폼 콘텐츠 속성과 가치 폭을 넓혀가는 모습이다.
숏폼 콘텐츠 특징은 모바일 지향적인 성격이다. 기존 콘텐츠는 TV나 영화 스크린 또는 가볍게 해도 어느 정도 공간감이 있는 디스플레이를 감안해서 제작됐다. 촬영기법이나 기술은 물론 그래픽디자인까지 공을 들이게 되면서 운영비 단가가 올라가고 표현하는 메시지에 따라 분량 자체도 상당히 길어질 수밖에 없다. 그만큼 운영과 소비 주체 양측에 부담이 있다.
반면에 숏폼 콘텐츠는 1인 1스마트폰 시대에 맞게 모바일 최적화를 감안해 만들어졌다. 운영과 소비 주체 모두 가볍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긴다. 운영 주체에서는 낮은 단가로 운영하면서 소비자와 접근하는 한편 소비 측면에서는 집중하지 않고 가볍게 볼 수 있으면서도 은연중에 콘텐츠 메시지나 의미를 충분히 전하는 중독성 있는 스낵 콘텐츠로서 존재감이 있다.
또 다른 특징은 빠른 소통성이다. 원조 격인 CF와 가장 큰 차이다. CF는 특정 주제에 광고를 목적으로 사전 제작된 일방향성 기성 콘텐츠로 피드백 자체가 구매율이나 캠페인 행위 등 다른 방향으로 이어지며 소통 시간이 걸린다. 반면에 숏폼 콘텐츠는 특정 주제를 공유한다는 차원 자체는 같지만 피드백 자체가 해당 콘텐츠 댓글이나 리플 이모티콘, 리액션 영상 등 플랫폼 내에서 빠르게 비쳐질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르다.
소통성을 기초로 소비자 직접 참여로 완성되는 콘텐츠라는 점에서도 차이가 있다. 기성 콘텐츠는 자신 메시지를 분명하게 전달하는 것에 초점을 두는 데 신경 쓴다면 숏폼 콘텐츠는 소통성을 목적으로 조회 수 영역은 물론 그에 따른 피드백으로 새롭게 완성되는 콘텐츠 흐름을 염두에 둔다는 것에 차이가 있다.
2020년 1월 지코 '아무노래'를 기점으로 틱톡 기반 '챌린지'는 글로벌 단위로 발전한 K-팝 계통 대표 숏폼 콘텐츠다. 기존 쇼케이스에서 포인트 안무를 보여주는 데만 그쳤던 것에 비해 챌린지 영상은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팬들의 피드백 콘텐츠와 함께 자연스럽게 음악 공감을 형성하는 흐름을 이끌고, 기존 일방향 콘텐츠와는 다른 소통성을 나타낸다. 정식음원을 바로 출시하는 대신 숏폼 플랫폼을 통해 친숙도를 높인 뒤 음원을 출시하는 등 관련 프로모션 변화를 유도하기도 한다.
숏폼 콘텐츠 직관성도 주목된다. 롱폼 콘텐츠 프로모션을 위한 숏폼 콘텐츠 측면은 15초 또는 30초 등 짧은 분량으로 트렌드를 임팩트 있게 보여주는 원조 숏폼 콘텐츠 CF와도 맞닿아있다.
다른 방향에서도 직관성은 드러난다. 프로모션격 초 단위 숏폼 콘텐츠가 아닌 수 분 단위 숏폼 콘텐츠는 프로모션을 내포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 자체로 작품성 있는 스토리 라인과 함께 메시지를 던진다. 흔히 미드폼으로 분류되는 10분 단위 숏폼 콘텐츠는 웹드라마 형식과 함께 에피소드별로 짧지만 확실한 호흡을 보여주며 기존 콘텐츠 계통과 차별화된 매력을 보여준다. 분 단위 숏폼 콘텐츠는 웹툰 등 영상화와 함께 K-팝 등 이종 콘텐츠 지식재산(IP) 스핀오프는 물론 기성 콘텐츠 리믹스 등 다변화 가능성을 열어주면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 새로운 킬러 포인트로도 거론된다.
◇트렌드 소통만큼 콘텐츠 본분 한계
숏폼 콘텐츠는 비교적 짧은 분량을 바탕으로 모바일에 최적화한 빠른 소통성을 지닌 직관 콘텐츠로서 대중에게 가까이 다가가고 있다. 숏폼 콘텐츠 흥행 흐름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지만 과제도 있다. 우선 미드폼 영역을 포함한 숏폼 콘텐츠는 길이만큼 소통성이 높은 반면에 휘발성이 강하다. 유행 대응은 빠르고 시즌제 형태로 거듭되는 콘텐츠가 있지만 일정 이상 롱런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물론 기성 미디어급 롱폼 콘텐츠와 눈높이가 다른 스낵 콘텐츠 성격이기에 롱런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지만 자극 요소나 지엽적인 내용에 집중하면서 콘텐츠 트렌드 자체를 단기 형태로 바꿔버린다는 데 문제가 있다. 일례로 미드폼과 숏폼 경계에 있는 웹 드라마류는 최초 웹툰 형식을 영상화하는 단계에서 벗어난 스핀오프가 무리일 수밖에 없고, 1분 단위 섬네일급이나 챌린지 형태 숏폼 콘텐츠는 단기 콘텐츠 흥행에는 원동력이 될 수 있으나 그와 연결된 미드폼·롱폼 콘텐츠에 대한 장기적 접근도는 상당히 제한적이다.
스낵형 숏폼 콘텐츠 수요와 함께 웰메이드 작품에 대한 한계성을 초래할 수 있다. 최근 미디어 업계에서 자극적인 헤드라인이 더해진 단신으로 일희일비하지만 상당히 긴 분량을 할애한 기획성 보도가 소비되지 않는 것과 비슷하다. 물론 언론 보도와 마찬가지로 롱폼 콘텐츠 수요 자체는 내용과 수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트렌드 입맛에 맞게 빠른 소비를 독려하는 숏폼 콘텐츠에 장기간 길들여지면 웰메이드 작품 수급 자체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소위 텐트폴급 웰메이드 영상물이 아닌 제작 기간도 비교적 짧고 투자 규모도 유리한 트렌드성 숏폼 콘텐츠 중심으로 콘텐츠 흐름 자체가 바뀔 수밖에 없다. 현재 티빙·웨이브·왓챠 등 국내 OTT가 선전하지만 상대적으로 롱폼 투자에 적극적인 넷플릭스, 디즈니+, 애플티비+ 등을 통해 국내 웰메이드 콘텐츠가 배급되는 상황은 시장파급력뿐만 아니라 이면 소비성과 투자 규모 면에도 상당한 제한이 있기 때문이다.
요컨대 최근 숏폼 콘텐츠는 취향 저격과 함께 소통성을 이끌어내는 콘텐츠 장르이자 마케팅 요소지만 그 폐해 또한 우려되는 상황이다. 유튜브 쇼츠, 인스타그램 릴스, 틱톡 등 초 단위 숏폼이나 유튜브·OTT 분 단위 미드폼까지 장르나 표현 폭을 넓힌 '숏폼 콘텐츠'. 작품으로서 올바른 성장은 바른 시선에 달렸다.
박동선 전자신문엔터테인먼트 기자 ds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