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교섭을 두고 지난해부터 대립을 이어오던 삼성전자 노사가 대화를 시작했다. 갈등 국면을 넘어 협상이 원활이 전개될지 관심이 모인다.
경계현 삼성전자 대표이사(DS부문장 사장)는 지난 18일 임금교섭을 두고 회사와 갈등을 빚고 있는 삼성전자 노동조합과 만나 대화를 가졌다. 경 대표는 이날 오후 1시부터 2시까지 약 1시간 동안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대표이사실에서 노조 대표자들과 만났다. 회사 측에선 경 대표와 인사 담당 임원 3명이, 노조 측에선 공동교섭단 간사와 각 노조위원장이 참석했다.
이날 만남은 삼성전자 대표이사와 노조의 첫 직접 면담이다. 양측이 처음 대면한 자리인 만큼 각측의 입장을 이야기하고 자유롭게 의견을 교환하는 분위기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 노사는 지난해 9월부터 15회에 걸쳐 임금교섭을 진행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고용노동부 중앙노동위원회 조정 절차에서도 합의가 결렬되면서 노조는 합법적으로 파업을 할 수 있는 쟁의권을 확보했다. 이후 노조가 파업 추진에 앞서 회사 최고경영진과의 대화를 요구해 경 사장과의 간담회가 이뤄졌다. 삼성전자에서는 지난 1969년 창사 이후 53년 동안 파업이 발생한 적은 없다.
간담회에서 노조측이 의제로 제시한 '공정하고 투명한 급여체계 도입'과 '최소한의 휴식권 보장' 등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나 교섭은 없었다.
노조는 급여체계와 관련해 노조는 성과급 지급 기준을 현재 EVA(경제적 부가가치)에서 영업이익으로 변경, 기본급 정률 인상 대신 정액 인상으로 전환, 포괄임금제와 임금피크제 폐지 등을 요구하고 있다. 휴식권과 관련해서는 유급휴일 5일, 회사창립일·노조창립일 각 1일 유급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경 사장은 이번 자리를 소통의 기회로 삼아 쉽게 풀 수 있는 것부터 풀어가자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사측은 또 내달께 자리를 마련해 대화를 이어가자고 노조 측에 제안했다.
노조 측은 경 사장의 대화를 하겠다는 의지를 볼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경 사장이 노조의 의견을 경청하려고 노력했고, 협상의 여지도 보였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에서는 임금 및 단체협상이 진행 중인 상태에서 대표이사가 노조와 처음 대화를 했다는데 의미를 부여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회사와 노조가 처음으로 정식 대화를 했다는 것 자체에 큰 의미가 있다”라며 “앞으로 협상을 예측할 순 없겠지만 이번 간담회를 계기로 그동안 멈췄던 노사의 대화가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