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를 향해 급조됐다는 불만과 함께 윤호중 비대위원장 사퇴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대선패배 책임론으로 시작됐던 갈등이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내 주도권 다툼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더불어민주당 내 86그룹 의원모임인 '더좋은미래'(더미래)가 16일 윤호중 비대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더미래는 이날 영등포 소재 서울시장 회의실에서 회의를 열고 현 비대위 체제가 적절하지 않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대선 패배를 책임져야 하는 인물이 비대위원장을 맡는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 이유다.
그동안 개별 의원들 사이에서 비공식적으로 윤 비대위원장에 대한 부적절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는 있었지만, 이번 더미래처럼 의원모임이 한 목소리로 사퇴를 요구한 것은 처음이다. 앞서 15일 초선의원 모임인 '더민초'에서 비대위 관련 성명을 발표했지만, 윤 비대위원장 퇴진을 직접 요구하지는 않았다.
출범 직후부터 비대위에 대한 잡음이 일면서 비대위에 대한 당내 신뢰도 낮아지고 있다. 당초 지도부 차원에서 비대위를 구성하고 이후 양해를 구하는 '톱다운 방식' 절차부터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26세 비대위원장으로 관심을 끌었던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에 대해서도 쓴소리가 나온다. 대선 당시 선거운동에 참여하면서 일부 표를 끌어들인 역할은 했지만, 그 외 민주당에 기여한 바가 없다는 불만이다. 그동안 당내 활동이 없던 인물이 신선함과 혁신 이미지만으로 당원들과 의원들을 통솔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한다.
윤 비대위원장은 이런 비판을 의식한 듯 빠르게 당심을 추스르고 있다. 16일에는 5.18 광주민주화묘역을 참배하며 “민주당이 호남의 성원에 제대로 부응하지 못했다. 정말 송구하고 이 자리에 죄인된 심정으로 섰다”고 말해 대선 패배에 사과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후 광주광역시당에서 열린 2차 비대위회의에서는 사퇴 요구에 대한 별도 입장 없이 2차 추경, 대장동 특검, 민생개혁법안 등을 언급하며 3월 임시국회에 대비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다른 비대위 의원들도 대선패배 책임론 보다 6월 지방선거 승리가 중요하다며 비대위에 힘을 실어줄 것을 강조했다.
당 일각에서는 대선패배 직후 지방선거로 인해 책임론 갈등이 공천을 둘러싼 계파간 주도권 싸움이 됐다고 우려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론 어떤 계파가 주도권을 잡아도 지방선거는 패배할 것이라는 냉소적인 반응도 나온다. 이미 다수의 지자체장과 시도의원을 차지한 상황에서 이번 대선처럼 절반의 결과가 나와도 민주당의 패배와 다름 없다는 분석이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보궐선거에 이어 대선도 패배한 상황에서 앞서 지방선거와 같은 압승을 기대하긴 힘들다”면서 “최대한 적게 잃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상황에 각자 계파를 앞세운 공천 욕심만 챙기고 있다”고 우려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