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MSP와 CSP, 갈림길에 선 IT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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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클라우드 산업 매출이 4조원을 돌파하는 등 시장이 확대되며 고객과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사(CSP)를 연결하는 클라우드 관리 서비스 제공사(MSP)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삼성SDS·LG CNS·SK(주) C&C 등 대형 IT서비스 기업이 MSP 사업을 강화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들은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등 글로벌 CSP와 동맹 관계를 맺고 있다.

삼성SDS는 지난달 AWS와 전략적 상호협력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AWS 익스클루시브 글로벌 비즈니스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게 주된 내용이다. 삼성SDS는 2021년 4분기 실적발표에서 “AWS, MS, 구글 등 파트너와 협력해 MSP로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며 “MSP 사업에 역량을 집중해 MSP 사업자 지위를 공고히 하겠다”고 말했다. LG CNS도 AWS와 클라우드 기반 애플리케이션 현대화(AM) 구축·운영사업을 위한 전략적인 협력 계약을 체결했다. AWS의 최신 클라우드 기술을 국내로 가장 빠르게 도입하려는 포석이다.

이런 행보는 자체 클라우드 구축을 통한 CSP 사업보다 MSP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의도다. 계열사가 글로벌 클라우드를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운영·관리 지원에 집중한다는 의미다. 이를 통해 매출 규모를 확대하는 동시에 외부 고객의 매출 비중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CSP 서비스를 공급하는 MSP는 태생적인 한계를 가졌다. CSP에 지불하는 원가가 높아 중간 마진을 취하기 쉽지 않다. 메가존클라우드·베스핀글로벌 등 MSP 기업이 폭발적 매출 증가에도 적자를 면치 못하는 이유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국내 기업이 외산 클라우드 판매처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한다. 단순히 시장 점유율 잠식을 넘어 데이터 주권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우려도 거론된다. 클라우드 수요 증가에 따라 MSP 수요도 늘어날 전망이다. 비즈니스 측면에서 MSP 역량을 강화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순이익이나 데이터 주권 측면에서 자체 클라우드도 고르게 육성해야 한다.

글로벌 CSP와 경쟁하길 바란다. 대형 IT서비스 기업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동시에 협력도 필요하다. 자체 클라우드 서비스에 AWS 등 글로벌 서비스를 묶어 하이브리드로 제공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IT서비스 기업이 지금까지 자체 클라우드 사업에 힘을 쏟지 않았던 것도 아니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사업을 영위해야 할 때다. 본질적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지속 성장을 장담할 수 없다.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 클라우드 사업도 꾸준하게 투자하고 역량을 축적해야 결실을 맺을 수 있다.


권혜미기자 hyemi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