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유통 칼럼]'물적분할=사회악' 프레임

최근 일반사람들에게는 생소한 '물적분할'이라는 용어가 언론에 자주 등장한다. 급기야 이 생소한 용어는 특정 소수가 자신의 사익을 취하기 위해 투자자를 우롱하는 '사회악'으로 자리 잡았다. 심지어 여야 대선 후보 모두가 이와 관련된 공약을 내는 일까지 발생했다.

물적분할은 전문성, 효율성 강화 및 대규모 투자 유치를 통한 성장을 위해 주요 사업부를 자회사 형태로 독립시키는 기업의 중요한 전략이다. 기존 회사가 지분 100%를 소유한 자회사를 신설하는 것이다. 분할에 따른 기업 가치나 주식 변동이 없기 때문에 기존 주주는 어떤 손실도 발생하지 않는다. 따라서 법적으로도 주식매수청구권을 부여하지 않는다.

그러나 SK, 카카오, LG 등 몇몇 기업의 물적분할 사례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되면서 '물적분할은 나쁜 것'이라는 프레임이 형성됐다.

퓰리처상을 수상한 영국의 대표 저널리스트인 제임스 볼(James ball)은 굉장히 도발적 제목의 그의 저서 '개소리는 어떻게 세상을 정복했는가'(원제: Post-Truth)에서 “진실의 가장 큰 적은 거짓이 아닌 개소리를 믿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마음이다”라며 인간의 취약한 심리구조에 대해 심층 분석하고 그 내용을 정리했다.

거짓말은 진실과 권위를 염두에 두고 전략적으로 행하는 것이라면 개소리는 진실도 거짓도 신경 쓰지 않고 마구 내뱉는 허구의 담론이다. 사람들의 일상, 주요 국가 정책, 지도자 선정에 이르기까지 삶의 모든 중요한 영역을 파고든다는 것이다.

LG화학은 2020년 말 주주총회에서 전체 주주 77.5% 참석에 82.3%라는 압도적 찬성으로 물적분할을 통해 LG화학이 지분 100% 소유한 LG에너지솔루션을 자회사로 떼어냈다. LG화학이 배터리 사업을 분할한 것은 급성장하고 있는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 필요한 연간 3조원 이상의 시설 투자비용을 감당하기 위해서다.

LG화학은 분할 전 시가총액이 최대 70조원이었는데 두 회사로 쪼갠 2022년 2월 현재 양사를 합친 시가총액은 무려 170조원으로 증가했다. 에너지솔루션은 기업가치 100조원을 넘기며 모기업인 LG화학은 물론 SK하이닉스를 단숨에 제치고 시가총액 2위에 올라섰다.

실제로 LG화학의 주가를 보면 배터리사업 분할 소식이 전해지기 직전 72만원대에서 분할을 승인한 임시주주총회일에는 61만원으로 하락했다. 그러나 그후 주가는 지속적으로 상승해 불과 2개월 만에 100만원을 넘었고, 1년 이상을 물적분할 이전보다 높은 주가를 보이다 금년 2월에 다시 60만원대를 기록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물적분할이 예고된 후 모기업의 주가는 1년 이상 10~40% 상승한 상태가 유지돼 주주들은 커다란 이익을 얻을 수 있었으며, 신설된 자회사는 시가총액 100조원을 넘기며 충분한 투자 자본을 확보했다.

그렇지만 이런 상세한 분석이나 연구 없이 이 사례는 소액투자자를 죽이는 행위라며 엄청난 저항을 맞았고, 대선주자들도 나서는 계기가 됐다. 이로 인해 수많은 기업이 여론의 역풍을 우려해 회사의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지 못하고 있다.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엄청난 투자가 필요한 플랫폼 기업들 역시 이 같은 비난 여론 프레임으로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주주총회에서 압도적 지지로 통과됐고, 주가는 상승했고 기업 가치는 늘어났으며, 신설회사의 주식을 1주라도 사려고 전 국민이 난리를 쳤으며, 들어본 적 없는 1경518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단위의 돈이 몰렸던 건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굉장한 아이러니다.

확실한 시장 실패가 없는 상황에서 지금과 같은 행태의 외부 개입은 기업의 미래를 망치게 할 수 있다.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확증 편향에 빠져서 모른다는 사실조차 모른다.(Unknown unknow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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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장 hsryou60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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