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머크 '반도체 연마소재' 상반기 직접 생산

평택에 CMP 슬러리 설비 구축
맞춤 생산·납품기간 단축 목표
동진쎄미켐·케이씨텍 등
국내 업체와 각축전 예고

머크가 한국에 반도체 연마 소재 생산 라인을 구축했다. 이르면 올 상반기에 양산을 개시한다. 국내 직접 생산으로 현지 맞춤형 제품을 생산하고, 고객사 납품 기간을 단축하는 게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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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크 한국 첨단기술센터(K-ATeC)

한국머크는 평택 사업장에 반도체 화학적기계연마(CMP) 슬러리 생산 설비 구축을 완료했다고 14일 밝혔다. CMP 슬러리는 반도체 웨이퍼 평탄화에 쓰이는 핵심 소재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소자업체의 웨이퍼 연마 공정에 활용된다.

머크는 국내 주요 고객사와 양산 공급을 협의 중이다. 이르면 올 상반기 내 제품 생산에 돌입할 것으로 기대된다. 머크는 2020년 개소한 한국첨단기술센터(K-ATeC)에서 CMP 슬러리 소재 연구개발(R&D)을 추진함과 동시에 생산도 현지에서 맡아 시너지를 극대화한다. 구체적인 생산 능력은 확인되지 않았다. 한국머크 관계자는 “기존 CMP 슬러리는 해외에서 들여와 국내에 공급했지만 현지 직접 생산으로 납품 기간을 최대 절반으로 단축할 수 있게 됐다”면서 “소재 연구도 한국에서 추진, 고객사가 원하는 물성을 신속하게 맞출 수 있다”고 밝혔다. 머크는 제품별로 20~50% 수준의 납품 기간을 단축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도체 공급망 위기 속에 신속한 공급 능력을 차별화 전략으로 내세웠다.

머크 현지화 전략은 CMP 슬러리 시장 성장에 대응하려는 포석이다. CMP 슬러리는 CMP 연마 공정에서 7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다.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국내 반도체 생산 능력을 확대하면서 CMP 슬러리 수요 급증이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평택 3공장(P3), SK하이닉스 이천 M16 등이 대표 수요처로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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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웨이퍼 <사진=머크>

머크가 CMP 슬러리 공급망을 강화하면서 시장 각축전이 불가피해졌다. 국내 주요 CMP 슬러리 공급사인 동진쎄미켐과 케이씨텍도 사업 역량을 키우고 있어 한판 승부가 예상된다. 동진쎄미켐은 기존 SK하이닉스에 주력했던 고객 저변을 확대, 삼성전자 등 신규 고객사 확보에 도전한다. 동진쎄미켐은 올해 안에 성과가 가시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케이씨텍도 금속 증착물을 평탄화하는 메탈 계열 CMP 슬러리 사업에 뛰어든다. 메탈 계열은 동진쎄미켐의 주력 분야 중 하나여서 양사가 격돌할 것으로 예상된다. 솔브레인도 메탈 계열 CMP 슬러리를 개발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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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MP 슬러리 업체의 전략 변화에 따라 시장의 판도 변화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CMP 슬러리는 미국 캐봇이 2000년대 초반까지 시장 점유율 60% 가까이 차지했다. 그러나 최근 공급사가 다변화하면서 30%대까지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히타치와 후지필름을 비롯해 머크가 인수한 버슘머트리얼즈 등이 약진했다. CMP 슬러리 과점 구조가 약화돼 신규 공급사가 급부상할 공산이 크다는 의미다. 특히 머크는 2025년까지 한국에 8300억원을 투자,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역량을 확대할 계획이다.

<용어설명>CMP 슬러리=반도체 웨이퍼 연마 소재. 웨이퍼와 CMP 패드 사이에 CMP 소재를 넣고 회전시키면서 기계적으로 표면을 깎아내거나 화학 반응을 일으켜 평탄화하는 데 쓰인다. 시장조사업체 테크세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세계 CMP 슬러리 시장은 13억달러(약 1조5500억원)로 추산된다. 2024년까지 연평균 성장률은 6.2%로 전망된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