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SW) 분야 인력난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10년 전에도, 20년 전에도 SW 개발자가 없다는 하소연은 끊이지 않았다.
과거엔 SW 개발이 어렵다는 인식과 이공계 기피 현상이 팽배했다면 최근엔 고액 연봉으로 SW 개발자 모시기 열풍이 불고 있다는 점만 다를 뿐이다.
규모가 크고 자금력이 풍부한 기업의 중소기업 인력 빼내 가기는 달라지지 않았다. 절대적 수치도 부족하지만 쓸 만한 중·고급 인력이 모자란다는 현장의 목소리도 여전하다.
강산이 두 번 이상 바뀌는 동안에도 문제가 지속된다는 것은 여러 해석이 가능하지만 해결이 쉽지 않은 문제임은 분명한 듯하다.
중소 SW 기업 얘기를 종합하면 짧은 기간에 개발자 몸값(프리랜서 기준)은 월 100만~200만원 이상 올랐다. 6년차 이상 중급 개발자는 월 550만~650만원, 고급 개발자는 800만~900만원을 번다. 경력 5년 이상만 되면 연 단위 프로젝트에서 일단 8000만원부터 부르고 본다는 게 중소 SW 기업 얘기다.
몇 년 전과 같은 대가를 지불하고도 원하는 역량을 갖춘 개발자의 확보는 어려워졌다. 발주처가 정규직이나 경력직을 원하기 때문에 중소 SW 기업의 어려움은 가중된다.
인력난이 SW 업계 현안으로 재등장한 것은 플랫폼 기업 및 게임사의 개발자 채용과 복지 확대 소식이 들리면서다. 고액 연봉뿐만 아니라 입사 축하금으로 수천만원을 제공하는 곳도 있다. 중소 SW 기업 사이에선 몇 년을 고생해서 인력을 기르는 게 무슨 의미가 있냐는 자조 어린 한숨이 늘고 있다.
SW나 IT서비스 기업이 아닌 기업이 자체 서비스 개발을 위해 SW 개발자를 확보하려는 시도도 늘고 있다. 디지털 전환을 위해서다. 증가한 수요는 SW 개발자 품귀 현상이 벌어지는 가장 큰 이유다.
SW 개발자 수요 급증을 예측하지 못하고 대응에 실패했다고 비난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디지털 전환은 오늘보다 내일 더 빨라질 것이기 때문에 지금부터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SW 인력난 해결은 투 트랙으로 접근해야 한다. '전방위적 인재 양성'이 첫 번째다. 초·중·고등학교와 특성화고, 대학, 군, 기업, 경력단절자를 가리지 않고 SW 인재 양성을 위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SW 개발 환경 효율화'가 두 번째다. 국내 시스템통합(SI) 프로젝트에서는 여전히 사람 머릿수를 센다. 당장 필요하지 않은 인력도 처음부터 끝까지 현장에서 대기한다. 비효율적이다.
서비스형 인프라(IaaS) 위에 운용체계(OS), 웹애플리케이션서버(WAS), 데이터베이스(DB), 개발 툴을 올린 서비스형 플랫폼(PaaS)으로 원격 개발하면 된다.
몇 달씩 지방에 상주하기 싫다는 개발자 이탈 사태를 막을 수 있다. 능력 있는 개발자는 2~3개 프로젝트를 동시에 수행할 수 있다. 근무환경이 개선되면 SW 개발자는 자연스레 늘게 된다.
SW가 모든 산업의 근간이 되고 있다. SW 개발자가 부족하면 산업과 국가 발전이 더뎌질 수밖에 없다. 전방위적 인재 양성과 SW 개발 환경 효율화, 투 트랙을 통해 SW 인력난을 해소해야 한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