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가 만났습니다]박청원 부회장 "KEA, 전자산업 디지털전환 플랫폼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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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청원 KEA 부회장(사진: 전자신문 DB)

코로나19 유행 이후 세계 가전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처럼 글로벌 시장에서 선두인 우리 기업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수혜를 톡톡히 보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K-가전' 위상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지만 과제도 남아 있다. 소비자 눈높이가 올라가면서 기능은 물론 디자인과 인공지능(AI) 등 첨단 정보기술(IT)을 접목한 맞춤형 서비스 개발에 속도를 내야 한다. 글로벌 원자재·물류비 폭등과 탄소중립 등 대외환경 변화 대응도 절실하다.

우리나라 전자·IT 산업을 대표하는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KEA)의 책임과 임무도 막중해졌다. 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으로 대변하는 스마트가전 패러다임에서 중소기업 디지털전환 지원이 절실하다. 탄소중립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국내 규제에도 대응해야 한다. 지난해 11월 부임한 박청원 상근부회장도 고민이 깊다. 전자 업계의 디지털전환, 규제 개선, 대외 리스크 대응 등을 중점 과제로 삼고 아이디어 발굴에 여념이 없다. 살아 있는 조직이자 존재감을 체감할 수 있는 협회로 만들겠다고 말하는 그의 목소리에는 오랜 공직생활과 연구기관에서 체득한 경험과 자신감이 녹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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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이호준 전자모빌리티부 부장

-KEA 상근부회장 취임 두 달이 지났다.

▲협회는 수요자(기업) 요구사항이 집결되는 곳이다. 정부부처에 오랫동안 몸을 담았는데 그곳은 정책을 만들어 공급하는 곳으로 성격이 완전히 다른 영역이다. 다행히 전자부품연구원(KETI, 현 한국전자기술연구원) 원장을 역임하면서 일종의 완충지대를 경험한 것이 큰 도움이 됐다. KETI는 수요자 입장에서 필요한 연구개발(R&D)을 하지만 이 기술을 이전할 때는 공급자 역할을 한다. 수요자와 공급자 입장을 잘 이해하고 상호 조율하는 역할도 하다 보니 KEA에서 사고를 전환하고 실행 가능한 정책 대안을 제시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KEA에 와서 보니 단순히 업계 의견을 전달하는 전통적인 협회 역할을 넘어 선제적으로 지원하는 일을 하고 있다. 가령 가전 업계에서 빅데이터 활용에 어려움을 겪는 것을 확인하고 공동 플랫폼을 만들어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최근 화두인 메타버스 실증센터를 설립해 다양한 하드웨어(HW)와 소프트웨어(SW)를 지원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또 기업 물류센터도 디지털화해 온라인 판매를 지원하는 등 폭넓은 활동을 하고 있다.

-올해 전자 업계를 위해 중점 지원할 부분은 무엇인가.

▲가장 중요한 것이 디지털전환이다. 전자산업이 첨단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중소기업은 제조업에 머물러 있다. 이들도 디지털전환으로 체질을 개선하고 패러다임 전환에 대응해야 한다.

기술 발전 속도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빠르다. 중소기업도 이런 변화에 맞춰 대응해야 하지만 모든 기술을 자체 개발할 수는 없다. 이들에게는 디지털전환과 혁신 속도를 높여줄 기술 이전이 절실한 상황이다.

그동안 정부가 많은 예산을 투입해 일궈놓은 기술 결과물이 많고, 대학과 연구기관에도 기술 자산이 상당히 축적됐다. 하지만 이 기술을 민간에 이전하는 연결고리가 약하다. 올해는 빠른 변화 속에서 신속한 기술개발이 어려운 중소기업이 필요한 기술을 잘 활용하도록 산·학·연 플랫폼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계획이다.

중소 전자기업의 사업재편과 신사업 추진에 도움을 주는 것도 올해 핵심 추진 사항이다.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소기업 85%는 사업 구조전환 필요성을 체감하지만 실제 수립 계획에 따라 대응하는 곳은 2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전·전자기업 사업재편 수요를 발굴하고 전략설계와 계획수립을 지원해 신사업 추진을 활성화하는 게 목표다.

마지막으로 글로벌 통상이슈 대응이다. 최근 강대국의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고 탄소중립 등 환경 규제도 늘어나고 있다. 정부 역할도 중요하지만 전자·가전 업계를 대표하는 협회로서 목소리를 높이겠다. 우리 수출기업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해외 유사 협회·단체와 협력을 확대하고, 정부와 함께 통상이슈에 선제 대응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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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전자·가전 패러다임 전환이 빠르다. 우리 기업이 나가야할 방향은 무엇인가.

▲지난해 기준 전자·IT산업은 우리나라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5%를 넘어 '제1 산업'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전자산업의 지속성장을 위해서는 디지털 전환을 선도하는 '혁신DNA' 내재화가 필요하다. 또 세계 최대 전자·IT 전시회인 CES에서 확인했듯 타 산업과 경계를 허무는 '연결성'과 '확장성'도 관건이다.

실제 지난달 열린 'CES 2022' 현장에 가보니 그동안 주류를 이뤘던 건강상태 모니터링 솔루션이 이제는 치료 영역까지 확장해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는 모습을 확인했다. 라이다 센서 역시 자율주행을 넘어 보안 등 산업용으로 활용하는 비즈니스 모델까지 제시했다.

가전 부문에서도 HW 한계를 뛰어넘어 사용자 라이프 스타일과 주변 환경, 취향을 빅데이터로 분석해 지속적으로 새로운 기능과 서비스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결국 혁신적인 '경험'이야 말로 가전의 새로운 경쟁력으로 부상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우리나라 가전 기업도 기기 간 연계와 데이터 활용에 좀 더 집중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미래 전자산업은 AI, 메타버스, IoT 등 융합기술 진보를 바탕으로 가전과 자동차, 로봇, 조선 등 독립된 산업이 연결되는 플랫폼이 돼야 한다. 즉 전 산업에 확장되는 구심점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

-최근 SW에 관한 관심과 지원이 확대된 것은 바람직하지만 상대적으로 HW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그동안 정부는 SW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많은 정책과 예산을 지원했다. 전자제조 경쟁력은 우리나라 전자산업 발전 근간이 되는 중요한 축을 담당했지만 균형이 깨지면서 국내 신규 설비투자 위축이나 공장 해외이전 등 부작용도 나타났다. SW 경쟁력을 높이려면 HW 역량까지 균형 잡힌 정책 지원이 요구된다.

KEA는 전자·IT기업의 디지털 전환을 통해 SW와 HW의 균형 잡힌 경쟁력 강화를 지원한다. 대표적으로 '빅데이터 공동플랫폼'을 구축해 중소기업·스타트업이 IoT, 빅데이터 등 IT를 활용한 제품 개발과 비즈니스 모델 발굴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HW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서울 용산에 '제조혁신지원센터'를 만들었다. 이곳에서 중소기업·스타트업을 대상으로 500개 내외 시제품 생산을 지원하고 있다. 본격 양산 전 제품 불량이나 시장 반응을 등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시제품 생산이 중요하다. 규모의 경제 논리에 따라 500개 내외 제품을 생산해줄 제조 기업은 찾기 어렵다. 이 역할을 제조혁신지원센터가 담당해 제품 경쟁력을 높일 것이다.

이 밖에도 지역물류센터를 디지털화해 온라인 판매지원 서비스를 구축하고, 서울XR실증센터를 구축해 메타버스를 활용한 제품·서비스 출시도 지원한다. 또 자율주행이나 도심항공 등 미래자동차와 메타버스, 제조실무 분야 고급인력을 양성해 건전한 산업 생태계 조성에도 나서고 있다. 올해 이 같은 사업을 수요자 맞춤형으로 실시해 지원 효과를 높이도록 내부 혁신도 병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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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업계에도 탄소중립, 중대재해처벌법 등 규제가 이슈다.

▲온실가스 배출 저감, 사업장 내 안전강화 등 기업도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실제 삼성전자는 탄소·폐기물 저감 인증도 취득했고 컴플라이언스 전담조직을 최고경영자(CEO) 직속기구로 격상했다. LG전자 역시 재활용 폐플라스틱 사용량을 늘리고 컴플라이언스 조직 인원도 3년간 4배 확충한다고 했다. 이 같은 변화는 필연적으로 비용을 수반한다. 코로나19로 경영 애로를 겪는 중소기업은 신규 설비투자나 인력 확충 여력이 부족해 대응 방안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탄소중립 역시 글로벌 전역에서 현실화됐다. 애플, 구글 등 글로벌 기업의 RE100 선언에 따라 향후 이들에 납품할 때 재생에너지 100% 사용을 요구 받는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국내 기업은 재생에너지 공급이 원활한 해외로 생산기지를 옮길 가능성도 있어 악순환이 반복된다. 결국 친환경 설비 투자에 대한 세제지원 등 정부 인센티브를 확대하고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늘릴 필요가 있다. 미국, 독일 등 RE100 선진국은 이미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늘리고 요금도 일반 전력요금보다 낮추는 등 지원하고 있다는 점을 참고해야 한다.

지난 달 27일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은 관리상 과실로 발생할 수 있는 사고에 대해 경영자를 직접 처벌하는 만큼 경영계 우려가 크다. 가장 큰 걱정은 아직 불명확한 부분이 많다는 점이다. 명확한 기준을 제시해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고의나 중과실이 없을 경우 면책 혹은 감경 규정을 마련하는 등 산업안전규제의 명확성과 예측 가능성을 제고하고, 중소기업 법규 준수를 위한 컨설팅 지원을 넓혀야 한다.

-산업 패러다임 전환에 따른 조직 혁신은 어떻게 준비 중인가.

▲4차 산업혁명으로 촉발된 디지털전환 시대를 맞아 기존 프레임을 벗어나 생산성을 높이고 사고 전환이 가능하도록 조직과 일하는 방식을 바꾸려 한다. 과거의 틀을 깨고 사람이 아니라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조직을 만들겠다. 대표적으로 전사적 협업체계와 기업정보통합관리 인프라를 구축해 기업 원스톱 서비스 지원 체계를 마련할 계획이다. 또 정책 담당자와 소통을 강화하면서 제조혁신과 디지털 신기술을 활용한 비즈니스 모델 혁신 등 신산업 생태계 육성에 도움이 되는 조직으로 진화하겠다.

KEA의 핵심 사업인 한국전자전도 패러다임 전환에 맞춰 개편을 준비 중이다. 올해는 10월 4일부터 7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릴 예정이다. 메타버스관, 전자제조관, 인력양성관, 자동차융합관, 우수 소부장제품 소싱관 등 디지털 혁신 기반 산업생태계가 진화하는 흐름을 제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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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청원 상근부회장은…

1979년 부산 동래고등학교 졸업 후 부산대 경제학과 학사, 미국 밴더빌트대 경제학 석사, 건국대 공학 박사를 취득했다. 1983년 행정고시(27회)에 합격해 공직에 입문했다. 산업자원부, 지식경제부, 산업통상자원부 등을 거치면서 기획조정실장, 산업정책실장, 대변인을 역임했다.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전자부품연구원(KEIT·현 한국전자기술연구원) 원장을 역임하면서 우리나라 전자, 자동차 등 핵심 부품 기술개발을 책임졌다. 원장 재직 시 우리 기업의 4차 산업혁명 핵심 기술을 선제 확보하고 온·오프라인 기업 협력 플랫폼을 운영하는 등 R&D 플랫폼 확산 리더십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11월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KEA) 상근부회장에 선임돼 우리나라 전자·IT 산업 디지털 전환과 비즈니스 모델 발굴에 힘을 다하고 있다.


정리=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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