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보일러 4사, 10년 만에 가격 줄줄이 인상...원자재 압박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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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보일러 4사가 지난해 말부터 올 초까지 상품 가격을 줄줄이 인상했다. 철강 등 원자재 값 폭등에 따른 약 10년 만에 인상이다. 국내 보일러 시장이 정체된 상황에서 수익성까지 빨간불이 켜지면서 신사업 등 활로 모색에 총력을 기울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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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보일러 대리점에서 고객이 친환경보일러를 살펴보고 있다. (자료: 전자신문 DB)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경동나비엔, 귀뚜라미, 린나이, 대성쎌틱에너지스 등은 지난해 연말부터 최근까지 보일러 가격을 평균 10% 가량 인상했거나 인상 예정이다.

스타트를 끊은 곳은 경동나비엔이다. 지난해 11월 보일러 전품목 공급가 10%를 인상했다. 이어 귀뚜라미도 올해 1월 초 일반 보일러는 3만원, 프리미엄 제품인 콘덴싱 보일러는 5만원씩 올렸다. 경동나비엔은 8년, 귀뚜라미는 10년 만에 보일러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업계 1, 2위 업체가 나란히 가격을 올리자 나머지 업체도 줄줄이 인상하거나 인상을 예고했다. 린나이는 2018년 이후 처음으로 이달 초 평균 3만~5만원씩 보일러 가격을 일괄 인상했다. 대성쎌틱에너지스는 이르면 이달 린나이와 비슷한 수준으로 10년 만에 가격을 인상할 예정이다.

보일러 업계가 줄줄이 상품 가격을 인상한 것은 철강 등 원자재 가격 폭등 때문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경동나비엔의 원자재 매입 금액은 전년 대비 큰 폭으로 뛰었다. 2020년과 비교해 주요 원자재인 흑파이프는 72%, 코일 철판은 82%, 일반 철판은 86%나 가격이 올랐다. 이로 인해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원재료 총 구매 비용은 전년 동기 대비 30.3%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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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보일러 원자재 가격

경동나비엔 관계자는 “지난해 주요 원자재 가격이 급등한데다 수출 비중이 높은 사업구조로 인해 부정적인 환율 영향도 많이 받았다”면서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부득이 8년 만에 공급가를 인상했다”고 말했다.

새해 들어 철판과 구리 등 주요 원자재 가격 상승폭이 둔화되긴 했지만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분석이다. 중국의 감산과 세계 경기 변동, 연 초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해상 물류비용까지 리스크 요인이 많다.

올해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보일러 업계는 수익성 확보 전략에 고심한다. 올해 정부 친환경 보일러 보급 지원사업 예산이 전년대비 96억원 늘어난 396억원이지만 시장에 주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 대부분 교체수요라 연간 130만~140만대로 고정된 국내 보일러 시장에서 신규 수요 창출은 미미할 것이라는 게 이유다.

보일러 4사는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높은 친환경(콘덴싱) 보일러 전환을 지속 추진하되 신사업 발굴에 총력을 기울인다. 경동나비엔은 북미, 러시아 등 해외 시장을 겨냥해 보일러, 온수기 등 판매를 강화한다. 귀뚜라미는 차세대 동력은 카본매트를, 린나이와 대성쎌틱은 각각 주방가전과 환기시스템을 신규사업으로 내세울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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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뚜라미 카본매트 온돌

귀뚜라미 관계자는 “국내 시장에서 큰 폭의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콘덴싱 보일러 사업을 주력으로 하되 카본매트 등 신규 사업 발굴에 집중한다”면서 “실제 지난해 카본매트 매출은 기존 온수매트보다 세 배 이상 많이 팔리는 등 성장세가 가팔라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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