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몰 데이터 동의 없이 수집”
사용중단 요구 '내용증명' 보내
크롤링 권리 침해 여부에 촉각
위메프 “공개정보만 활용” 반박
네이버가 위메프를 상대로 가격비교 데이터 무단 사용 중단 등을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보냈다. 위메프 측이 네이버의 쇼핑몰 가격 데이터를 동의 없이 무단으로 수집했다는 주장이다. 11번가 역시 가격 비교에서 자사 상품을 제외할 것을 위메프에 공식 요구했다. 네이버 법무실은 위메프 측에 '가격비교 서비스 구축을 위해 무단 크롤링 방식으로 수집한 자사 데이터를 즉시 삭제하라'는 내용증명서를 발송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쇼핑에 등록된 상품 가격비교 리스트는 네이버 자산”이라며 “심각한 권리침해로, 위메프의 추가 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법적 대응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위메프는 지난달 메타쇼핑 청사진을 밝히며 데이터 기반 가격·상품 비교 서비스를 새롭게 선보였다. 대규모 데이터레이크(원형 데이터저장소)를 구축하고 23만개 쇼핑몰에서 총 7억개의 상품 데이터를 확보했다. 큐레이션과 인공지능(AI) 검색 솔루션을 접목해 커머스 경쟁에서 차별화를 꾀한다는 취지다.
문제는 데이터 확보 과정이다. 위메프는 방대한 데이터 수집을 위해 크롤링 방식을 사용했다. 크롤링은 검색 엔진 로봇을 이용해 웹 정보를 긁어모아 필요한 데이터를 추출하는 기술이다. 위메프는 메타쇼핑 가격비교 구축 과정에서 네이버 쇼핑의 데이터를 그대로 가져다 썼다.
오픈된 정보의 수집 행위 자체가 불법인지는 법조계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문제는 확보한 데이터를 자사 서비스에 활용했을 경우다. 경쟁사 투자로 구축한 성과물을 자신의 영업에 무단으로 이용해서 이익을 얻는 행위는 민법상 불법행위에 해당한다. 실제 야놀자가 여기어때의 무단 크롤링에 대해 제기한 권리침해 소송에서 재판부는 여기어때에 10억원 배상을 판결하며 원고 승소했다.
다른 e커머스와의 갈등도 깊어지는 양상이다. 11번가는 위메프 가격비교 서비스에 노출되는 자사 상품을 제외해 달라고 요구했다. 입점 제안을 거절했지만 직접 제공하지 않은 데이터 소스를 위메프가 동의 없이 사용했다는 것이다. 11번가 관계자는 “거부 의사를 밝혔는데도 가격 데이터를 무단 사용했다”며 “수년 전에 바뀐 예전 BI를 사용하는 것도 상도의에 어긋난 행동”이라고 말했다. 지마켓글로벌도 위메프에 데이터 사용 중단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티몬의 경우 강력한 반대 의사를 밝혀 위메프 메타쇼핑 가격비교에서 제외됐다. 제휴를 맺은 SSG닷컴 등 1100여개 쇼핑몰을 제외한 다른 e커머스 업체의 이탈 요청이 커질 수 있다.
위메프는 데이터 수집은 제휴나 자체 데이터 활용 등 교차검증 방식으로 진행했으며 일부 크롤링 방식이 사용됐더라도 공개된 데이터를 활용한 것이어서 불법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다만 갈등이 지속되자 위메프는 26일 오후 2시 네이버 데이터를 내리고 자체 데이터와 시스템을 적용했다고 밝혔다. 위메프 관계자는 “타사가 크롤링을 원치 않으면 해당 기업의 입장을 최대한 반영하고 있다”면서 “11번가와는 실무 라인에서 협력 제휴를 위한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