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게이오대 연구팀이 사람 장 속에 있는 세균을 체내에서 확인할 수 있는 '먹는 센서'를 개발했다. 식용 가능한 재료로 만든 센서를 삼킨 후 체내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무선통신 방식으로 체외 단말기에 전송하는 신기술이다. 17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오노에 히로아키 게이오기주쿠대 교수 연구팀이 금, 라이스페이퍼 등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재료로 생체 센서를 개발했다고 보도했다. 피검사자가 센서를 삼키면 무선통신 기능으로 체외 단말기에 비피더스균 활성도 데이터를 내보낸다.
의료계는 사람 위장의 내부를 들여다보는 캡슐 내시경 기술을 확보했다. 하지만 소형화가 어려운 데다 식용이 아닌 전자기기를 체내에 넣어야 하기 때문에 보급을 확대하기 어려웠다. 연구팀은 세계 최초로 사람이 섭취 가능한 재료로 만든 캡슐형 센서에 무선통신 기능을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개발된 센서는 캡슐 2개 층과 안테나로 구성돼 장내 세균 활성도를 측정한다. 바깥쪽 캡슐은 위를 통과해 장에서 녹는 일반 캡슐이다. 라이스페이퍼로 만들어진 캡슐 안쪽은 장내 세균에 분해돼 체내에 흡수된다. 분해 시점은 장내 세균이 활발하게 활동할수록 빨라진다. 캡슐 가장 안쪽 기판에는 알파벳 'G' 형태의 금박 안테나 3개를 세웠다. 체외에서 전파를 보내면 특정 신호를 발산한다. 안테나가 피검사자 체액에 닿으면 신호 형태가 달라진다. 검사자는 이를 기반으로 장내 세균 활성도를 파악할 수 있다.
신호 송수신에는 향수 스마트폰 등과 연계하는 서비스 개발을 위해 와이파이 등에서 사용되는 5㎓대 전파를 이용한다. 스마트폰으로 자신의 장 속 세균 활성화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셈이다. 연구팀은 앞으로 2~3년 내 '먹는 센서'를 상용화할 계획이다. 안테나에는 100㎚ 두께의 금을 사용해 비용 최소화를 노린다. 금보다 저렴하고 사람이 먹어도 문제없는 '카본 페이스트' 등으로 대체하면 비용을 한층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닛케이는 △통신상 노이즈 제거 △측정 정밀도 향상 △디바이스 소형화 등을 연구팀이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았다. 현재 비피더스균에 한정된 측정 범위는 재료 다양화 등에 따라 다른 장내 세균까지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