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임인년(壬寅年), 미래기술 확보와 디지털 대전환 원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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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지난해 과학기술정보통신계는 말 그대로 다사다난한 한 해였다. 온 국민의 성원 속에 우리 기술로 쏘아 올린 누리호 발사로부터, 디지털 대전환 시대 청년 지원 정책을 마련하고 18~49세 약 1600만명의 온라인 백신 예약을 민간 클라우드를 이용해 차질 없이 해냈다.

최신기술에 적응하는데 세계적으로 1년 이상 걸릴 것을 예상했지만 코로나19 위기 탓에 실제로는 채 1개월이 소요되지 않았다는 경영 컨설팅 업체 매킨지의 조사 결과도 있었다. 이러한 급격한 변화에 대한 반작용일까. 코로나19 이후의 불확실성에 대해 국내외의 우려가 크다. 불확실성은 예측이 곤란하다는 점에서 그 자체로 위기다. 그러나 위기(危機)라는 한자어 자체가 위협과 기회의 합성어인 것처럼 위협과 기회는 항상 함께 온다. 누군가에게는 위협이 되고 누군가에게는 기회가 되는가를 가르는 기준은 준비 여부다.

반세기 전 과학기술 입국의 기틀을 놓고 1990년대에는 국가정보화를 선도하고 이번 정부 들어서는 범부처 연구개발(R&D) 종합·조정 기능을 강화하며 디지털 뉴딜을 선제적으로 추진한 결과 우리는 이미 과학기술 강국, 디지털 선도국에 근접했다.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과 디지털 대전환 시대에 상당한 준비가 돼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지난해 말 한·미 정상회담 후속으로 미국을 방문해 국가 게놈 프로젝트를 이끈 에릭 랜더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장 등을 만나 우주, 양자, 바이오, 6세대(6G) 이동통신 등 미래·신흥 기술 분야 협력을 논의하며 이러한 확신을 더욱 굳힐 수 있었다. 지금이 바로 그동안 우리가 축적해 온 역량을 바탕으로 하여 선도형 경제로 도약할 골든타임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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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인공지능(AI)·양자컴퓨팅·메타버스·블록체인·바이오기술 등은 하나하나가 18세기 증기기관, 19세기 전기, 20세기 인터넷에 버금가는 범용 기술이자 파급력이 큰 잠재력이 있다. 하나도 아니고 동시다발적으로 경제·사회 변혁을 이끌 거대한 기술혁신이 임박했다는 위기감 속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그동안의 노력을 바탕으로 올해를 미래기술 확보와 디지털 대전환이 제공하는 기회를 선점하는 원년으로 삼자는 담대한 목표를 세우고 다음의 네 가지 과제를 중점 추진할 계획이다.

우선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에서 우리가 주도해야 할 국가필수전략 기술을 본격 육성해 나간다. 올해 약 30조원에 이르게 된 정부 R&D 전략적 활용을 지속적으로 강화한다. 특히 지난해 12월에 선정한 AI, 5G·6G, 첨단바이오, 양자, 우주·항공, 사이버보안 등 우리가 반드시 주도권을 확보해야 할 10대 국가 필수전략 기술에는 올 한 해에만 약 3조3000억원을 투자하며 예비타당성 간소화와 특허 확보 지원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할 계획이다.

또 도전적 R&D를 주도할 전문기관으로 한국형 고등연구계획국(DARPA)을 도입하고 '국가필수전략기술육성을 위한 특별법(가칭)' 제정도 추진한다. 한·미 정상회담 후속으로는 양자·6G 등 신흥기술 분야 협력을 강화한다. 이러한 다양한 노력을 통해 현재 최고 기술국 대비 60%에 머무르고 있는 필수전략 기술 수준을 오는 2030년까지 90% 이상으로 대폭 향상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둘째 우주, 탄소중립, 바이오 등 미래기술을 지속적으로 혁신해 나간다. 2035년까지 약 3조7000억원을 투입해 자율주행차, 도심항공교통(UAM) 운영에 필수적인 위치정보 등을 제공할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KPS) 개발에 본격 착수하는 한편 누리호 2차 발사 및 달 궤도선 발사를 위한 준비에도 만전을 기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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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이와 함께 국가적인 난제 해결을 위해 탄소중립 원천기술 확보에 1486억원, 미래 소재 개발에 1838억원, 감염병 일상화에 대비한 기술 개발 및 연구인프라 확충과 인력 양성 등에 1064억원을 지원한다. 또 국가 전임상센터를 설치, 차세대 백신·치료제 개발도 한층 가속한다. 나아가 기초연구 및 지역의 연구 역량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한편 여성·청년 과학자에 대한 지원도 더욱 강화해 나간다.

셋째 디지털 뉴딜을 더욱 가속하고자 한다. 국가적 대형 투자사업인 디지털 뉴딜에는 올해에도 약 2조2000억원(범부처 약 9조원)을 투입해 '데이터·네트워크·AI'(DNA) 핵심 인프라를 지속 확충하며, 그동안의 디지털 뉴딜 성과를 확산하는 한편 메타버스·클라우드·6G·양자 등의 초연결 신산업을 집중 육성할 계획이다.

데이터댐 확장, 디지털 집현전 구축 등 질 좋은 데이터의 대규모 활용을 촉진하고 모든 행정동 및 주요 읍·면까지 5G 전국망을 촘촘하게 구축하는 한편 에너지·물류·제조 등 수요맞춤형 5G 특화망 구축도 본격화한다. AI 9대 융합 프로젝트, 5대 지역 선도 프로젝트를 통해서는 전 산업·지역으로 AI 확산을 지원하는 동시에 국민 체감 성과 창출에 주력한다. 도시·교육 등 10개 주요 분야에서 메타버스 플랫폼을 개발하고, 공공·민간의 클라우드 전환을 촉진하며, 6G·양자 기술 생태계 조성에 대한 지원도 확대한다.

국민 누구나 안전하게 디지털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디지털 포용법 제정, 민·관 협력 기반의 사이버 위협 대응, 네트워크 안정성 제고도 함께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넷째 디지털 대전환 시대 주역인 청년 대상 지원을 강화한다. 지난해 말 발표한 디지털 대전환 시대의 청년 지원 정책을 차질 없이 시행해 디지털 네이티브인 우리 청년들이 디지털 등 신기술을 통해 도전과 성장을 이어 나갈 수 있도록 적극 뒷받침할 계획이다.

청년 미래를 소프트웨어(SW) 교육으로 준비하는 일명 청년미소 프로젝트 등을 통해 약 2만1500명의 디지털 인재를 양성하고 맞춤형 취업과 창업 멘토링을 지원하고, 군 장병에게는 AI·SW 교육을 제공할 계획이다. 또한 키다리아저씨재단, 우리동네 디지털 창업캠프 등을 통해 스타트업 창업 지원을 강화한다. 국내를 넘어 세계로 진출할 수 있도록 국내외 스타트업 간 조인트벤처 설립은 물론 글로벌 인턴십, 해외 연구진과의 교류도 추진할 계획이다.

2021년 신축년(辛丑年) 한 해를 뒤로 하고 2022년 임인년(壬寅年) 새해가 밝았다. 지난해까지 우리 과학기술과 디지털은 K-바이오, 우주 개발, 디지털 뉴딜 등 코로나19 위기 극복 과정에서 빛을 발했다. 올해는 코로나19 이후의 새로운 미래를 여는 데 앞장서려고 한다.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미래를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 핵심은 기술 혁신이다.

과기정통부는 올 한 해 그동안의 성과를 바탕으로 미래기술 확보와 디지털 대전환이 제공하는 기회 선점을 위해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과학기술·디지털의 끝없는 개척과 도전에 우리 국민의 동참과 응원을 부탁드린다.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