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우리나라 수출은 신기록이었다. 지난 12월 13일 오전 11시 36분 기준 누적 수출액이 6049억달러(약 717조원)를 넘으면서 연간 최대치인 2018년 기록을 추월했다. 우리나라는 1964년 첫 수출 1억달러를 달성한 이후 13년 만인 1977년에 100억달러를 넘었다. 1995년에는 1000억달러, 2018년에는 6000억달러를 각각 돌파했다. 코로나19로 세계가 그야말로 대혼란에 빠졌고, 우리나라 수출 엔진에 충격이 가해질 것이란 우려가 있었지만 좋은 성적표를 거뒀다. 환영할 일이고, 매우 다행스럽다.
역대급 실적은 역시 반도체·자동차·무선통신기기 성장이 자리했다.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한국 점유율은 9월까지 58.9%로 미국(26.3%), 일본(7.9%) 등과 큰 격차를 보였다. 자동차는 5대 수출국 지위를 유지했다. 주요 수출 15대 품목 가운데 13개 품목이 증가세를 보였다. 그 결과 우리나라 무역 순위가 9년 만에 8위로 도약하는 기록도 세워졌다. 위기를 기회로 삼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고 자축하기는 이르다. 코로나19는 잦아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고, 변이 바이러스 '오미크론' 출현에 다시 고통의 시간이 찾아오고 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심화한 양극화는 더 빨라질 기세를 보이고 있다. 역대급 수출에도 중소기업은 웃지 못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전국 중소기업 500개사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3.4%가 중소기업 경영 상황이 코로나19 대유행 이전보다 나빠졌고, 43.8%는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대·중소기업 간 양극화가 심화됐다고 답했다. 공급망 불안에 원자재가격은 급상승하고 있는데 중소기업은 납품단가 후려치기(44%)를 불공정한 거래로 꼽았다. 원가연동제 도입(37.8%)을 원하지만 별다른 대책 없이 수용했다는 응답(78.6%)은 현실이 얼마나 처참한지를 보여 준다.
소상공인·자영업은 더 심각하다. 11월 도·소매업 취업자는 334만3000명으로 1년 전보다 12만3000명 줄었다. 음식·숙박업은 8만6000명 감소했다. 자영업자는 2018년 12월부터 36개월 연속 감소세다. 양극화 심화를 보이는 통계는 끝이 없다. 세계 불평등연구소가 낸 보고서에 따르면 1990년대 이후 한국은 국가 전체 소득에서 상위 10%가 차지하는 비중이 10%포인트(P) 늘어났고, 하위 50%가 차지하는 비중은 5%P 줄었다고 분석했다.
양극화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고 우리만의 이슈도 아닐 것이다.
양극화에 최소 제동이 필요하다. 임계점을 넘어가면 더 손쓸 수도 없고,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되기 때문이다.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거창한 계획이나 청사진보다 실천과 실행이 중요하다. 작은 것이라도 바꿔 실제 개선 사례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원자재 폭등은 누구나 인식하고 공감하는 문제다. 공급단가 연동제를 논의할 때가 됐다. 상생을 실천하는 방안이자 대·중소기업 양극화 완화의 첫 단추가 될 수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국정과제에 중소기업 제품 제값 받기를 못 박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주 52시간, 납품단가 문제 등 중소기업의 현실을 잘 알고 있다”면서 상생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으로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대척점에 있는 두 후보 사이에도 교집합이 있다. 뒤틀려 꼬인 실타래도 실마리를 찾으면 분명 풀린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