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미·중 반도체 전쟁, 국내 반도체 빅 리스크로

매그나칩 반도체 매각 무산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매그나칩 반도체 인수 주체가 중국계 사모펀드라는 점이 미국 외국인투자위원회(CFIUS) 제동에 결정적 원인을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 첨단 디스플레이구동칩(DDI)과 차량용 반도체 기술이 중국에 넘어가는 것을 우려한 미국 정부가 '안보'를 명분으로 내세워 반도체 시장 인수합병(M&A)을 가로막은 또 하나의 사례로 남았다.

매그나칩은 SK하이닉스에서 분리된 후 미국 시티그룹 벤처캐피털이 인수,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이 때문에 매각 시 한국과 미국 정부 승인을 모두 받아야 한다. CFIUS가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이유로 사실상 반대 의견을 고수했다. 매그나칩이 국가 안보 위협 요소를 해소하기 위한 다각적 노력을 CFIUS에 제안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매그나칩의 지속적 노력에도 미 정부로부터 매각 승인을 얻어내지 못한 건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견제하려는 미국의 전략 때문이다. 미국은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자국 중심 반도체 공급망을 강화하고 있다.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한 중국의 발빠른 행보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미국은 자국 내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생산 거점을 마련하면서 동시에 중국이 반도체 핵심 기술을 확보하는 움직임에 발목을 잡고 있다. 일종의 '투 트랙' 전략이다. 초미세공정에 꼭 필요한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의 중국 내 공급을 막은 것이 대표적이다. 중국은 충분한 자본력에도 불구하고 첨단 기술력이 뒤처져 구공정 중심으로만 반도체 산업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매그나칩 매각 무산으로 미·중 반도체 패권 다툼은 한층 격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도 반격 카드는 존재한다. SK하이닉스의 미국 인텔 낸드 사업부 인수에 대해 중국이 어깃장을 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주요 7개국은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부 인수를 승인했지만 중국만 감각 무소식이다. 이에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은 “중국 정부와 협력해 연내 인수를 마무리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에서는 미·중 갈등으로 우리나라 피해가 크다고 지적한다. 시장이 급변하는 반도체 산업에서 시의 적절한 사업 활동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고래 싸움에 국내 반도체 업계가 희생양이 된다는 우려가 높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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