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다. 사업자로만 선정되면 수익은 보장됐다. 공항공사 등에서 수수료를 높게 올려도 대한민국 관문이라는 홍보 효과 덕분에 비용을 상쇄할 정도로 보장된 사업이었다. 시련은 중국과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사태가 시발이었다. 유커와 싼커 등 중국 관광객으로 발 디딜 틈이 없던 공항과 시내 면세점은 썰렁해졌다.
연이어 코로나19 팬데믹이 터졌다. 국경이 봉쇄되면서 국가 간 이동은 중지됐다. 해외여행은 언감생심이었다. 황금알을 낳던 공항 면세점은 사업권을 반납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정부 차원에서 내년 상반기까지 공항 면세점 임대료를 추가 감면하는 등 지원책을 연장했다. 그래도 수렁에 빠진 실적을 끌어올리기에는 역부족이다.
단계적 일상회복(위드코로나)이 시행되면서 햇살이 반짝 비쳤다. 여행안전권역(트래블 버블) 체결 등으로 해외여행 수요도 꿈틀댔다. 단체관광 깃발을 든 싱가포르 여행객이 서울시내 면세점을 방문하기도 했다. 블랙프라이데이 기간 파격 세일 등 '보복소비'(?)로 고객 잡기에 나섰다. 롯데면세점은 지난달 행사를 통해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200% 증가하기도 했다. 그러다 하루 7000명이 넘는 확진자가 발생하며 위드코로나 기대감도 사라졌다.
면세점 4사는 정기인사에서 대표를 모두 유임했다. 회사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변화보다 생존으로 수렴한다. 자구책도 마련했다. 해외 신규점 확대와 e커머스와 협업, 온라인 판로도 넓히고 있다. 심지어 중국 경쟁자와 손을 잡는 '적과의 동침'도 불사했다. 여행객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릴 수는 없다. 코로나19를 겪으며 많은 고민과 시도를 했을 것이다. 연임된 대표가 내놓을 묘수를 기대한다.
-
김정희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