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어촌 유학학교 구례 '중동초'에 가보니
입학생 1명..6개월 유학프로그램으로 살려
농촌 학생은 또래 만나 풍성해진 교육 누려
도시학생은 승마·미술·오케스트라에 신나
# “스마트폰은 친구들한테 할 말이 있을 때만 한 번씩 쓰는 것 같아요. 뛰어놀고 산책하는 게 스마트폰보다 훨씬 더 재미있어요” 서울에서 구례 중동초등학교로 지난 8월 '유학'을 온 김온유(5학년) 학생은 유튜브나 게임보다 친구들과 노는 게 더 즐겁다고 했다. 구례로 유학오면서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도 늘어났다.
전남교육청이 올 2학기 처음 운영한 '농산어촌 유학학교' 만족도는 농촌과 도시학생을 가리지 않고 모두 컸다. 농산어촌 유학학교는 도시 초등·중학생이 최소 6개월, 최대 1년 단위로 전학해 함께 생활하면서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현재 10개 시·군 20개교에서 운영 중이다.
도시 학생들은 전학을 왔다가 다시 원래 학교로 복귀한다. 서울 학생만 대상으로 한 1기 유학학교는 총 82명이 참여해 그 중 57명이 한학기 더 연장을 신청했다. 전남 외 전국을 대상으로 모집한 2기에는 165명이 신청했다. 학교도 37개 교로 늘어난다. 전남교육청이 예술인마을을 비롯해 지역 곳곳에 유학마을까지 조성해 가족이 함께 생활할 수 있는 공간까지 제공한다. 가족이 함께 오지 않아도 센터나 농가 가족과 함께 생활할 수 있다.
1기부터 유학학교를 운영하고 있는 구례 산수유마을 인근 중동초는 올해 초 입학한 학생이 1명이었다. 입학 예정 학생이 한명도 없어 교장이 귀촌 사이트까지 찾아 홍보하면서 겨우 유치한 아이다. 겨우 1학년을 유지할 수 있었지만 혼자였다. 2학기에는 12명이 전학을 오면 전교생 31명이 됐다. 1학년 학생은 1명이었다가 3명으로 늘었다. 학생이 늘어 수업에도 생기가 돌았다. 중동초 5학년에는 여학생이 없었다. 5년 내내 남학생 3명이 지내다 여학생인 유학생 2명이 합류하면서 분위기도 달라졌다. 또래와 교감하고 함께 활동하는 것이 교육의 한 축인데 학교 규모가 줄어들면 정상적인 교육과정을 운영하기 힘들다. 농산어촌의 등교율이 높아도 기초학력이 떨어지는 데는 이런 이유도 작용한다.
이호재 중동초 교사는 “6개월 단위로 전학을 왔다 가는 것에 대해 기존 학부모들도 걱정을 했지만 이곳 학생들도 친구들과 교류할 수 있어야 성장이나 발달에 도움이 되겠다고 해서 추진한 것”이라며 “학교를 유지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있었다”고 말했다.
중동초의 지역 입학예정 학생들만 보면 2022년 입학생은 2명, 전교생 20명이 될 예정이다. 2025년 입학 0명, 전교생 15명으로 폐교 수순을 밟게 된다. 학교가 폐교되면 그나마 있는 젊은 부부는 지역을 떠날 수밖에 없다. 농촌을 살리고 균형발전을 이루는데 반드시 필요한 게 학교다.
농산어촌 학교라고 해도 교육환경은 도시 못지않다. 학교 모든 공간에서 와이파이가 된다. 각 교실에는 전자칠판이 설치됐고 태블릿PC도 학생 1인당 한 개씩 제공된다. 학생들은 궁금한 것이 생기면 언제든지 찾아 볼 수 있다. 공간혁신도 추진해 쾌적한 교실에서 공부하고 뛰어논다.
농산어촌 학교라고 하면 자연에서 뛰어 논다고만 생각하지만 훨씬 더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학생 수가 작아 모두 참여하는 것이 특징이다. 전교생이 오케스트라에 함께 하고, 연 10회 승마교육을 모든 학생이 받는다. 도립국악단과 대한체육회 등이 찾아오는 예술·체육 프로그램을 운영해 학생들과 함께 한다. 유학마을이 조성된 예술인마을의 갤러리에 가서 미술 실습도 한다. 지리산 등반을 하고 섬진강 강변 인라인을 타면서 끈기와 도전정신도 배운다.
장석웅 전남교육감은 “농산어촌 유학 프로그램을 교육과정으로 받아들이고, 적극 장려하면 학교가 살아나 농촌에 엄청난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구례(전남)=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