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캐피털사 보험업 진출을 사실상 허용한 가운데 자동차보험을 둘러싼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캐피털 업계는 새로운 시장 진출에 대한 기대감을 가진 반면에 보험업계는 영업과 불완전판매를 야기할 것이라면서 맞서는 양상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융당국이 일부 안전장치를 마련한 뒤 캐피털사에 대해 보험대리점 업무 진출 허용을 검토하기로 하면서 캐피털사들이 관련 논의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보험 판매는 캐피털사가 오랜 기간 바라던 숙원이다. 2016년 9월 개정된 여신전문업법 시행령은 캐피털사의 보험대리점 업무를 허용하고 있지만 보험업법 시행령 제40조는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라 허가받은 신용카드업자'로 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캐피털사는 보험판매가 사실상 불가했다. 일부 대리점 또는 딜러가 보험판매점이나 설계사와 연계해 소개하는 수준이었다.
이에 업계는 금융당국에 수차례 규제 완화를 요구했지만 자동차보험 판매 자격 문제와 '꺾기' 우려 등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자동차나 기계설비 구매 시 필수적으로 보험이 연계되는 특성을 고려해 금융당국이 마이데이터 사업자 등에 대해 제한적으로 이를 열어주기로 한 것이다.
캐피털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판매 시 필수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자동차보험을 캐피털사가 함께 취급하면 상당한 시너지가 날 것”이라면서 “마이데이터 사업권을 가진 회사들은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신사업 진출 기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보험업계는 캐피털사 자동차보험 진출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최근 빅테크의 보험 진출과 금융소비자보호법(이하 금소법)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새로운 채널의 출현이 달갑지 않다는 반응이다.
보험대리점 대표는 “빅테크 보험 진출로 점차 비대면 모집이 늘고 코로나19 이후 오프라인 영업이 제한되는 상황에 최근에는 금소법까지 시행되면서 생존의 기로에 몰렸다”면서 “자동차보험이 설계사에게 큰 실적 비중을 차지하지 않지만 추가 판매채널 출현이 마냥 달갑지 않다”고 전했다.
불완전판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캐피털사가 보험 판매 전면에 나서면 전문적이지 않은 판매 조직으로 초기 불완전판매 등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대형 보험사 관계자는 “이번 규제 완화가 소비자에게 이득이 없고 단지 캐피털사만 배불리는 것은 아닌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면서 “우선 초기 전문적이지 않은 판매조직으로 불완전판매가 발생할 가능성이 큰 만큼 신중히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