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1.00%로 인상했지만 여전히 완화적이고 내년 1분기 추가 인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기가 회복하고 금융 불균형이 완화되지 않는 상황이 지속하면 기준금리를 연속으로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25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금통위 후 개최한 간담회에서 “이번 인상으로 기준금리가 1.00%가 됐지만 여전히 완화적인 수준”이라며 “내년 성장과 물가 전망을 고려할 때 지금의 기준금리는 실물경제를 제약하지 않는 수준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실질 기준금리가 마이너스 상태를 유지해 중립 금리보다 낮고 광의 통화량(M2) 지표가 두 자릿수 수준을 유지하는 등 유동성이 여전히 풍부하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그는 “지난 8월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추가 인상을 예고했지만 국내 경제가 여전히 회복세이고 민간 소비도 빠르게 반등하는 상황이 이를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기준금리 인상이 경기 회복 걸림돌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제시했다.
이 총재는 “현재 금융경제 여건을 고려하면 이번 인상으로 경기 회복은 크게 제약받지 않을 것”이라며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이유는 긴축이 아닌 정상화”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주요 중앙은행도 앞으로 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본다”며 “미국 연준(연방준비제도·Fed)도 내년 하반기 인상을 말하는데 다 같이 정상화를 언급한다”고 말했다.
내년 1분기 추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해서는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금리 정상화 과정에서 성장세가 견조하고 물가와 금융 불균형이 여전히 높은 상황을 고려하면 원론적으로 배제할 필요가 없다”며 “다만 시기는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통화정책 정상화가 최근 가계부채 증가 등 금융 불균형 문제를 완화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시각도 강조했다.
이 총재는 “큰 폭의 가계대출 증가, 주택가격 상승, 경제주체의 위험 선호 등 금융 불균형이 오랫동안 누적됐다”며 “통화정책이 경제 상황 개선에 맞춰 정상화하면 과도한 차입에 의한 수익 추구가 줄어드는 등 금융 불균형 완화 효과가 뚜렷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이날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은행들이 잇달아 예적금 금리 인상을 결정했다. 우리은행은 26일부터 19개 정기예금과 28개 적금상품 금리를 최소 0.20%포인트에서 최대 0.40%포인트 인상한다. 하나은행도 수신금리를 0.25%포인트에서 0.40%포인트 인상한다.
국민은행도 예금 18종과 적립식예금 26종 금리를 오는 29일부터 최고 0.40%포인트 인상을 결정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