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가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26년 5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전망치가 87.5를 기록했다. 중동사태 직후인 4월(85.1)에 이어 2개월 연속 80대에 머물며 경기 위축 흐름이 굳어지는 양상이다.
기업 유동성을 가늠하는 자금사정 BSI는 88.0으로 2023년 2월(87.9) 이후 39개월 만에 최저치를 찍었다. 대외 불확실성이 기업 현장 자금 압박으로 전이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종합경기 BSI 전망치는 올해 3월 102.7로 기준선(100)을 상회했으나, 중동사태 발생 직후인 4월 85.1로 급락한 데 이어 5월에도 87.5에 그쳤다. 전망치와 함께 발표된 4월 BSI 실적치는 83.2로,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0년 8월(79.8) 이후 5년 8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전망치보다 실적치가 더 낮다는 점에서 기업들이 체감하는 충격이 예상보다 깊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문별로는 내수(90.6), 수출(93.2), 투자(92.6) 등 주요 3개 부문이 동반 부진하며 전방위적 경기 악화를 나타냈다. 7개 조사 부문 전체가 기준선 100을 밑도는 부진을 기록했다.
자금사정 BSI(88.0) 하락이 특히 눈에 띈다. 한경협은 중동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원자재 가격 인상 등으로 자금 소요 불확실성이 심화되고, 비상경영 확대로 이어져 기업 심리에 지속적인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86.5)과 비제조업(88.4) 모두 2개월 연속 동반 부진을 면치 못했다. 제조업 10개 세부 업종 중 의약품(125.0)과 전자·통신장비(118.8)를 제외한 7개 업종이 기준선을 하회했다. 비금속 소재 및 제품(71.4), 섬유·의복 및 가죽·신발(71.4), 식음료 및 담배(72.2) 등이 특히 부진했다. 비제조업에서는 5월 연휴 특수가 기대되는 여가·숙박·외식(123.1)과 도·소매(107.8)가 선방했지만, 전기·가스·수도(58.8)와 건설(72.5), 운수 및 창고(75.0)는 크게 위축됐다.
한경협은 에너지·원자재·물류 등 유가 충격에 민감한 업종과 중동·아프리카에서 원료를 수입하는 식음료·소재 업종을 중심으로 기업 심리가 특히 악화됐다고 분석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본부장은 “중동사태의 불확실성이 지속됨에 따라 기업 현장 체감 경기 위축이 이어지고 있다”며 “대외 충격이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지 않도록 석유제품 가격 안정 지원과 원자재 수급 및 생산 차질을 최소화할 수 있는 보완책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는 타 OECD 국가들과 같이 원유에 할당관세(0%) 적용, 건설 소재 등 해외 대체재 신속 인증, 나프타 등 산업 기초원료 수입 원활화를 위한 신용장(L/C) 한도 지원 등을 제안했다. 중동 분쟁이 단기 해소 없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드는 만큼, 기업 자금 여력 확보를 위한 선제적 정책 대응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김시소 기자 siso@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