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유 4사 가운데 3개 업체가 공장 가동에 필요한 연료를 액화천연가스(LNG)로 전환했다. 업계는 연료 전환에 따른 원가 부담에도 불구하고 탄소중립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14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은 여수와 울산, 인천 공장 등 중유(벙커 C유) 보일러를 LNG 보일러로 교체했다. 정유공정을 위해 필요한 열 에너지원(연료)으로 중유를 사용했는데, 이를 LNG로 바꿨다는 의미다.
정유사들이 연료를 LNG로 교체한 것은 대기오염물질 배출을 줄이기 위해서다. 정유업계 자체 조사 결과, 연료를 LNG로 교체한 후 이산화탄소 배출이 약 25% 저감됐다. 특히 질소산화물 배출은 약 70% 감소했다. 하지만 LNG 가격은 통상 중유보다 높아 정유사 원가 부담은 늘어난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LNG 연료를 사용하면서 원가 부담이 늘어난 것은 맞다”면서 “다만 중유는 이산화탄소와 질소산화물 등 대기오염물질을 다량 배출하기 때문에 국내외 탄소중립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LNG를 연료로 사용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대신 정유사들은 기존 사용하던 중유를 판매, 수익을 극대화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울산CLX에 약 1조원을 투자, 감압잔사유탈황설비(VRDS)를 설치했다. 황 함유량이 적은 저유황유를 생산, 이를 수요처에 공급한다. GS칼텍스와 에쓰오일도 저유황유 판매에 나섰다.
정유사들은 LNG 보일러의 효율을 높이는 것에도 주력한다. 발전효율을 높이면 LNG 소모량이 줄고, 원가를 절감할 수 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울산CLX의 경우 기존 중유 보일러 8기를 LNG 보일러로 대체했고, 효율을 높이는 작업을 마쳤다”면서 “연간 약 100억원을 절감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에 현대오일뱅크는 LNG 보일러 전환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산공장이 위치한 충청남도는 석탄화력 발전을 허용하고 있어 LNG 연료 전환 대신 이산화탄소 포집·저장·활용(CCUS) 고도화에 주력해 왔기 때문이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탄소 저감에는 여러 방식이 있다”면서 “본사는 CCUS를 적극 활용했고, 다른 정유사들보다 앞선 기술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LNG 보일러 전환도 검토하고 있다”면서 “설비 구축에는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세부 계획을 마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류태웅 기자 bighero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