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1일 가상자산 과세 유예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2030 투자자 대상으로 청년층 민심잡기 행보에 나선 것이다.
이 후보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청년, 가상자산을 말하다' 행사에서 “가상자산 과세는 지금 주식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는 숫자와 맞춰서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고 당에 그런 요청을 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특히 가상자산 시장을 정상에서 벗어난 비정상 또는 해서는 안 될 일을 하는 것처럼 생각해서 조세 제도에서도 불이익을 주려고 하니까 문제가 되는 것”이라면서 “가상자산 시장을 우리가 부인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 후보는 “역사적으로 보면 신대륙·신세계를 부정한 집단은 살아남지 못했다”면서 “우리는 기술혁명 시대에 새롭게 열리고 있는 가상자산 시장을 외면하지 말고 새로운 기회의 요인으로 만들어 나가는 노력과 함께 정치·행정 영역에서 준비하고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이에 앞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가상자산 소득 과세 시점을 내년이 아니라 2023년으로 1년 유예하고, 공제 한도를 대폭 상향하겠다고 밝혔다.
산업계와 학계에서도 가상자산 과세 유예의 필요성에 대해 의견 합치를 보이고 있다. 이날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과 한국핀테크학회가 공동 개최한 '가상자산 업법 제정안과 과세계획' 정책 포럼에서 오문성 한국조세정책학회장(한양여대 교수)은 “P2P 거래과세 방안이 마련돼 있지 않고 과세를 위한 입법적·행정적 준비가 아직 미비하다”면서 “가상자산 거래소득 과세를 1년 유예한 후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금융 투자소득 과세 시기인 오는 2023년부터 과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피력했다.
오 회장은 “또한 가상자산 거래 차익은 기타소득이 아닌 금융투자 소득으로 분류해서 과세해야 한다”면서 “현행 회계기준에서는 가상자산 양도 차손으로 인한 이월 결손금 이월 공제가 불가능한 모순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가상자산을 신종 금융자산으로 분류할 수 있도록 회계기준(GAPP)도 변경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정치권의 과세 유예 요구를 일축하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의 압박이 거세지면서 버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기획재정부 장관의 승인이 필요한 예산 증액과 달리 세법은 의원입법으로도 고칠 수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예결위 종합정책질의에서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가 있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면서도 “여야가 합의해 개정한다면 정부가 반대해도 어쩔 수 없다”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다만 과세 유예에 정부가 끝까지 동의하지 않았다는 것만은 분명히 하겠다는 입장이다. 홍 부총리는 “여야가 합의해서 법을 통과시켜 유예하겠다 하더라도 정부는 찬성 입장이 아니다”라면서 “정부에 유예를 인정하면서 철회하도록 강요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 최다현기자 da2109@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