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소프트웨어(SW)의 난공불락 영역이던 금융권이 변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데이터 동기화 솔루션으로 국산 '실크로드'를 채택했다. 금융권 계정계는 수신, 여신, 보험카드 등 전통의 핵심 업무와 직결된 주요 시스템이다. 계정계 시스템 장애는 곧 금융사 금전 피해로 직결될 수 있어 시스템 구축·운영에 신중하다. 미래에셋증권은 계정계와 정보계 연동 사업에도 실크로드를 도입할 계획이다.
미래에셋증권뿐만 아니라 대형 은행·증권사가 국산 SW를 도입하는 사례가 늘었다. 금융권은 안정적 시스템 구축을 이유로 대부분 외산 SW를 운영했다. 일련의 변화는 국산 SW 기술력을 제대로 검증하면서 시작됐다. 최근 금융권은 외산·국산 구분 없이 일정 요건 아래 다양한 솔루션을 검증한다. 기술력이 비슷하다면 비용과 유지·보수 등 다방면을 살펴보고 솔루션을 채택한다. 외산 우선주의에서 벗어나 효율적 솔루션을 도입하는 분위기다. 외산과 실력을 겨룰 정도로 국산 SW가 성장했음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민간에서 가장 보수적인 금융권도 변하는 세상에 여전히 난공불락으로 남은 곳이 공공이다. 국산 제품 도입률이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외산 위주 시각이 변한 건 아니다. 예전처럼 제안요청서(RFP)에 외산 스펙(기술 요건)을 기입하지는 않지만 암묵적으로 외산을 선호한다. 시스템통합(SI) 사업자 상당수가 발주 공무원의 입맛에 맞는 외산 SW를 제안하면서 국산 SW가 경쟁할 환경조차 제공하지 않는다.
국산 SW업계가 지속 요구하는 것은 공정 경쟁 환경이다. 무조건 국산 제품을 사용해 달라는 게 아니다. 외산 위주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벗어나기 위한 경쟁 기회를 달라는 것이다. 공공은 굵직한 차세대 사업을 연이어 앞두고 있다. 새롭게 변하는 시스템 환경에 맞춰 공공 경쟁 토대를 제공하는 모범 사례도 함께 만들어 주길 바란다.
김지선기자 riv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