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위기에 대응했던 통화정책과 금융정책이 정상화 단계를 밟아가는 가운데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정책 정상화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KDI는 11일 하반기 경제전망을 통해 “금리인상이 빠르게 진행될 경우 경기회복세를 저해할 수 있으며 가계대출 규제도 사전에 정책방향이 충분한 제시 없이 강화될 경우 금융시장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한국은행은 지난 8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인상했다. 10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추가 인상이 없었으나 오는 25일 열리는 11월 금통위에서는 금리를 추가 인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KDI는 경제 회복세가 견고하지 못하고, 현재의 물가상승은 공급 측 요인에 따른 것이므로 경기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고 봤다. 일시적인 공급 요인에 따른 물가상승을 긴축적인 통화정책으로 대응하면 경기 하방 압력이 가중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책적 대응은 기대인플레이션이 물가안정목표보다 높은 수준을 지속할 경우에 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일시적인 공급 측 요인에 의한 물가상승세 확대에는 통화정책으로 대응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은 거시경제학 교과서에 나온 얘기를 원론적인 수준에서 말씀드린 것”이라며 “물가상승세를 봤을 때 10월 3% 초과와 같은 수치에 너무 메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물가상승률 수치 그 자체만 보기보다는 경기 흐름과 상승세가 얼마나 지속될 것인가, 이런 것들을 종합적으로 판단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KDI는 정부의 금융정책에도 쓴소리를 냈다. 최근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증가율을 올해는 5~6%, 내년에는 4~5% 이내로 제한했다. 이는 최근 5년 연평균 증가율(7.5%)과 올해 2분기 증가율(10.3%) 대비 크게 낮은 수준이다.
KDI는 “정부의 목표치는 최근 가계대출 증가율 대비 크게 낮고 총량규제 시행이 사전에 충분히 소통되지 않아 일부 수요자의 피해가 우려되는 측면이 있다”며 “예상치 못한 강도 높은 유동성 위험에 직면한 가계가 고금리 대출이나 제2금융권 대출, 사금융으로 전환함에 따라 금융건전성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가계부채 대응은 총량을 급격하게 줄이기보다는 중장기적으로 명목GDP 성장률을 하회하도록 로드맵을 짜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한 대출을 늘리면 자본을 추가 적립하도록 요구하는 등 위기대응여력을 강화해 금융회사의 자체적인 부채 조정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최다현기자 da2109@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