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뉴디지털 혁신을 위한 대선 공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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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의 대학 졸업작품이 'LPG 가스 누출을 인식(센싱)하여 음성으로 경보하고 자동으로 가스밸브를 잠궈 주는 장치'였다. 무려 30년 전에 경고 음성을 담기 위해 여러 개의 ROM(Read Only Memory)을 일일이 굽고 작동 회로를 구성해서 작품을 만들던 추억이 있다. 음성신호처리연구 전문가인 지도교수의 영향이 컸지만 항상 사회와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라고 하신 부친의 훈육을 마음에 늘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후 양방향 방송통신기술이 구현되면서 비대면으로 설교를 편하게 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MPEG1/2 기반 요구형 영상서비스(VoD) 구현'으로 석사 논문을 취득한 것이나 40대 후반에 공학박사에 도전하면서 '이기종 미디어에서의 비정형 빅데이터 융합적 분석 연구' 학위논문은 '초고층 및 지하연계 복합 다중이용시설을 위한 IoT 융합기반 재난징후관리(DSM) 솔루션 구현'에 적용해 위기에 직면한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제품까지도 같은 맥락이다.

최근에는 중앙화에 의한 권력 집중을 막고 경제 민주주의 실현에 꼭 필요하다고 판단해 시작한 블록체인 핵심 기술 구현과 응용 사업을 추진해 왔다. 여러 종류의 D앱(탈중앙화 응용서비스)을 알게 됐고, 그 가운데에서 특히 탄소 거래와 같은 서비스에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되는 사실에 흥미를 느꼈다. 산업혁명 이후 막대한 이산화탄소 배출이 지금의 기후변화를 가져왔고, 배출 상태가 지속되면 결국 지구는 인간이 더 이상 살 수 없는 환경이 될 것이다. 이산화탄소와 같은 온실가스를 반드시 감축해야 한다고 알리는 방법을 고민하다 탄소발자국 데이터를 수집해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하고 개선 방법을 찾아냈다. 이산화탄소 배출 감축 효과를 제시한다면 시민 스스로 탄소 배출 절감에 기여하고 자연과 공생하는 환경을 후손에게 물려줄 수 있겠다고 생각, 블록체인을 응용한 사업화 연구를 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정부가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목표를 기존 26.3%에서 40%로 대폭 상향했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전문가 그룹에서는 온실가스 배출 책임이 가장 큰 산업 부문의 감축량은 적게 잡고 다른 부문에 책임을 전가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크다. 아직 검증되지 않은 신기술을 이용해 탄소 배출 저감을 해결할 것이라고 예단하는 것은 문제가 있으며, 현장의 규제조차 아직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며칠 전에 필자를 찾아온 신재생 발전 분야 사업가는 풍력과 태양력을 혼합한 하이브리드형 전력을 생산해도 규제 탓에 거래할 수 없다고 호소한 적이 있다. 블록체인에 의해 생성된 코인을 쓸모없는 돌덩이라고 폄하는 장관이나 비트코인은 사기이고 도박이라고 말한 유명 인사의 태도처럼 현장에서 부딪치는 전문가의 의견을 무시한다면 국가 경쟁력은 떨어지게 될 것이다.

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여야 후보가 정해졌고, 대선 공약도 내놓고 있다. 특히 과학기술과 정보산업 분야의 경우 치열한 경쟁과 빠르게 변하는 상황을 염두에 둔다면 공약과 정책이 선거용 선심형이 돼서는 안 된다. 실현 가능하면서도 합리적이고 경쟁력 있는 내용으로 공약이 추진되기를 희망한다. 앞선 기술도 시대적인 부응이 없으면 쓸모가 없고, AI·대체불가능토큰(NFT)·분산형금융(DeFi)·메타버스와 같은 뉴디지털 혁신 기술과 서비스 도입을 정책으로 받치지 못하면 국내 콘텐츠를 이용해서 외국 자본가가 이익을 더 많이 가져가게 되는 '오징어 게임' 현상이 반복될 것이다.

전상권 한국정보처리학회 부회장 skchun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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