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고향 울산에서 세계적인 스타트업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40여년 동안 소재 분야 강소기업을 일군 이준호 덕산그룹 회장(75)이 창업을 돕는데 써 달라며 300억원을 울산과학기술원(UNIST)에 기부했다. UNIST는 이 회장의 기부금 전액을 챌린지융합관 건립에 사용한다.
울산에서 태어난 이 회장은 현대정공(현대모비스 전신)을 다니던 1982년에 37세의 나이로 덕산산업을 창업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에 흔들리던 이 회장은 승부사 기질을 발휘, 전 재산을 투자해서 덕산하이메탈을 설립하고 반도체 패키징 소재 개발에 뛰어들었다. 불량품 속출, 생산량 부족 등 초기의 어려움을 극복한 덕산하이메탈은 마침내 반도체 패키징 핵심소재 '솔더블'을 독자 기술로 개발했다. 일본 기업의 독점 체제를 무너뜨리는 쾌거였다. 덕산하이메탈은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에 반도체 소재를 납품하는 국내 1위, 세계 2위 강소기업으로 성장했다.
이 회장은 디스플레이 분야에도 도전, 모바일 디스플레이 소재 세계 1위 기업도 일궜다. 40년 만에 9개 계열사 연매출 3000억원의 덕산그룹으로 키웠다. 인재 양성 중요성을 강조한 이 회장의 소신에 따라 덕산은 유하푸른재단을 설립하고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고교생과 대학생 80명에게 5억6000만원의 장학금을 지급했다. 이 회장은 “40년 동안 벤처기업을 중견기업으로 키우면서 누군가의 도움이 벤처기업의 시행착오를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다”면서 “울산에서 스티브 잡스 같은 세계적 기업가가 나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4일 서울 중구 태평로1가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UNIST 발전기금 약정식에는 이 회장과 이용훈 UNIST 총장,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등이 참석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