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건전한 데이터 거래질서 확립, 부정경쟁방지법 개정으로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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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4차산업혁명위원회에서 개최한 '해커톤 회의'에 참석했다. 회의에서 '데이터 보호제도 마련'을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문화체육관광부·산업통상자원부·중소벤처기업부·특허청·국가지식재산위원회, 금융위원회 등 관계부처와 산업계, 법조계, 학계, 시민단체가 1박 2일 동안 열띤 토론을 한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당시 데이터 보호의 구체적 방안에 관해 다양한 의견이 있었지만 데이터 보호가 시급하고 중요하다는 점에서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다. 회의에 다양한 부처 및 관계자가 참여해서 활발한 논의가 이뤄진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었다.

데이터 보호가 시급한 이유는 데이터가 금융자본에 비견되는 필수자원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이른바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지능정보기술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다. 고성능 AI, 고품질 IoT 서비스도 '빅데이터' 확보가 가능할 때 활용 가치가 있다. 성능이 아무리 뛰어난 기계라 해도 재료가 없으면 제품을 만들어 낼 수 없어 쓸모없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다만 데이터를 일반적인 유형자산과 동일한 방법으로 보호하는 방안은 바람직하지 않다. 데이터는 원유·농산물·금속 등과 달리 동시에 복수 사용자가 공유할 수 있고, 사용자 간 거래·공유 과정에서 더욱 가치 있는 형태로 재생산되는 특징이 있다. 이에 따라 지나치게 강력한 보호는 오히려 자유로운 거래·사용을 제한하게 돼 데이터 산업 발전 저해라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올해 1월 해커톤 회의에서도 이러한 측면에서 치열한 논의가 있었다. 그 결과 데이터 보호는 부정 사용 행위를 규제하는 방식으로 하고, 공공 데이터와 같이 개방된 데이터는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합의가 이뤄졌다. 다만 세부적인 내용까지 적절한 합의안을 도출하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어 아쉬움으로 남았다.

다행스럽게도 지난달 19일 제정된 '데이터 산업진흥 및 이용촉진에 관한 기본법'(이하 데이터기본법)을 살펴보니 과기정통부와 특허청이 지혜를 모아 슬기로운 해결 방안을 도출한 것 같다.

데이터기본법에 따르면 과기정통부는 데이터 산업 진흥과 이용 활성화를 위한 유통·거래 체계 구축, 시범사업 지원, 인력 양성 등 시책을 수립한다. 그리고 데이터 보호에 대해 기본 방향을 제시하되 세부적인 내용은 특허청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에 위임했다.

이는 과기정통부와 특허청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묘안이라고 생각한다. 데이터 산업 진흥에 대해서는 과학기술·정보통신 분야 주무 부처인 과기정통부가 강점을 발휘할 수 있다. 반면에 시장 질서를 교란하는 부정경쟁 행위 제재는 부정경쟁방지법을 오랫동안 운영해 온 특허청에 전문성이 있다. 일본에서도 부정경쟁방지법을 통해 데이터 부정 사용 행위를 규율하고 있다.

다만 이와 같은 묘안이 실현되기까지는 아직 부정경쟁방지법 개정이라는 과제가 남았다. 데이터기본법이 내년 4월부터 시행되는데 그때까지 부정경쟁방지법이 개정되지 못하는 경우 구체적인 데이터 부정 사용 행위를 규율할 수 없는 상태가 돼 데이터 보호 영역에 공백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제는 부정경쟁방지법 개정을 위해 정부와 국회가 힘을 모아야 할 시기다.

기업은 이미 창의적 아이디어와 뛰어난 기술력을 바탕으로 빅데이터를 활용한 다양한 사업 아이템을 시장에 선보이고 있다. 기업이 데이터를 안심하고 거래·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이 결실을 맺어 국내 데이터 거래시장이 더욱 활성화되고,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데이터 시장의 주역이 되는 기업이 우후죽순 나타나기를 희망한다.

이형칠 한국데이터산업협회장 chilly@wip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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