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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의 유명세를 악용한 가상자산이 등장하면서 연예기획사 고민도 늘었다. '팬심'을 표방하지만 추후 사기 프로젝트로 판명될 경우 해당 연예인의 이미지에도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인기 그룹 BTS의 팬덤 이름을 딴 '아미코인(ARMY)'이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달 27일 싱가포르계 가상자산거래소 비트겟에 상장한 아미코인은 일종의 '팬코인' 혹은 '팬토큰'으로 분류된다. 자신을 BTS의 열렬한 팬이라고 밝힌 익명의 개발자가 이더리움 ERC-20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100억개 발행했다. 아미코인의 백서에는 코인 발행을 통해 확보된 수익 상당 부분을 BTS 후원에 쓰겠다고 주장했다. BTS 소속사인 하이브나 팬클럽 '아미'와는 아무런 협의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모든 팬토큰이 유명인의 명성을 합의없이 이용하거나 브랜드를 무단도용하는 것은 아니다. 스포츠 팬덤 기반 핀테크 기업 칠리즈는 스포츠 팀이나 리그와 공식 파트너십을 체결한 뒤 해당 팀의 팬토큰을 발행한다. 대표적인 파트너로는 세계적인 축구클럽 FC바르셀로나, 유벤투스FC, 파리생제르맹FC 등이 있다. 최근 축구팀뿐만 아니라 미국 프로농구나 e스포츠 구단과도 파트너십을 체결하며 저변을 넓혀가는 추세다.

팬들은 팬토큰 구입을 통해 선수단 라커룸 응원 문구, 팀 공식 티셔츠 디자인, 팀 버스 디자인 등의 의사결정에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다. 국내에서도 지난달 프로 축구팀 포항 스틸러스의 내년 버스 디자인 투표를 진행, 전 세계 2만9000여명이 의사결정에 참여했다.

가상자산 발행이 우후죽순 늘어나면서 이를 둘러싼 상표권 분쟁도 늘어나는 추세다. 올해 재출범한 도지코인재단은 미국 현지에서 도지코인 상표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는데, 미국 특허상표청(USPTO)에는 6개의 각기 다른 도지코인 상표권 요청서가 제출된 상태다.

국내 특허청에 블록체인을 지정상품으로 포함하는 전체 출원 건수도 현재 약 2000건으로 집계된다. 다만 한국 특허청은 '비트코인'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기 위해 출원한 상표 등록에 한해서는 모두 인정하지 않고 있다. 비트코인은 인터넷 등 온라인에서 사용하는 가상 디지털 화폐 등의 뜻으로 자타 식별력이 없다고 본 것이다.

BTS 팬코인의 경우에도 추후 발생 가능한 상표권 분쟁을 피하기 위해 'BTS코인'이라는 명칭 대신 '아미(ARMY)'를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아미가 일반명사이기 때문에 독점 상표 사용을 보장받지도 못하지만 팬클럽 아미 측에서 제재하지도 못하는 상황을 노렸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BTS 소속사 하이브 측에서도 아미코인의 유통과 거래를 제한하는 것도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해당 코인을 상장한 가상자산거래소가 하이브 측 요청을 들어줄 명분이 분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통상 팬코인은 상장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인 방침이기는 하나, 제3자가 팬코인의 상장폐지를 요청할 경우 거래소가 이를 수용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