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중심으로 가상자산 과세 유예 목소리가 커지면서 기획재정부가 고립되는 모양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이달 중 조세소위원회를 열고 가상자산 과세 관련 논의를 진행한다. 가상자산 과세 유예 움직임은 여야를 가리지 않는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3일 열린 가상자산 과세 현안점검 토론회에서 “과세를 앞두고 가상자산 소득 분류, 인프라, 다른 투자 자산과의 과세 형평성 문제가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노 의원은 이보다 앞서 가상자산 과세를 1년 미루고 동시에 가상자산 양도소득을 기타소득이 아닌 금융투자소득으로 분류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냈다.
정무위원회 여당 간사인 김병욱 의원도 전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개월 앞으로 다가온 가상자산 과세에 유예가 필요하다”면서 “기재부와 국세청이 현장 및 전문가 의견은 무시한 채 원칙만 고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가상자산의 개념 정의조차 제대로 정립돼 있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과세는 국민의 재산권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만큼 납세자 상식에 부합하는 수준에서 사회적 합의를 거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완주 민주당 정책위의장도 “실효성 문제가 있어 오는 2023년부터 과세가 적용되는 것은 어렵다”면서 “가상자산 과세를 유예하는 방식으로 당에서 검토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야당인 국민의힘의 윤창현·유경준·조명희 의원은 가상자산 양도소득에 대한 과세 시기를 늦추거나 기준을 완화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제출한 상태다. 윤창현 의원안은 과세 시기를 2023년, 유경준 의원안은 2024년으로 각각 과세 시점을 미루도록 돼 있다. 여야는 공동전선도 형성했다. 기재위 조세소위 위원장인 김영진 민주당 의원과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은 오는 11일 디지털자산시장의 성숙을 위한 과세방안 토론회를 공동 주최한다.
기재부는 과세 유예에 대해 반대 입장을 강력하게 표명하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회 대정부질의와 국정감사 등을 통해 “가상자산 과세 인프라를 충분히 갖췄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세법은 국회의 의원입법으로도 개정될 수 있어 정부의 반대로 말미암은 영향은 제한적이다. 기재부는 지난해 주식 양도소득세를 내는 대주주 기준을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낮추려고 했지만 투자자들의 반대와 여야의 협공에 밀려 원안을 유지한 바 있다. 정부는 지난해 세법개정을 통해 가상자산 양도소득을 기타소득으로 분류해 250만원 이상의 소득에 대해서는 20% 세율로 세금을 부과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 통과시켰다. 유예 없이 제도가 시행될 경우 첫 세금은 2023년 5월 종합소득세 납부 때 내게 된다.
최다현기자 da2109@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