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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체내 자연살해세포(Natural Killer cell)가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초기 경증과 중증 발현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NK세포는 암을 비롯한 질환 발병을 막고 치료하는 핵심 요소로 알려져 있다. 코로나19 대응에도 그랬다.

NK세포는 익히 알려져 있듯이 선천성 면역세포 일종이다. 우리가 태어나면서부터 자연스럽게 가진 방어체계다. 바이러스와 체내에서 발생한 암세포를 날카롭게 잡아낸다.

또 다른 면역세포인 T세포와는 많은 부분에서 차이를 보인다. 제거 대상을 파악하는 방법, 양상도 다르다.

체내 세포들은 일종의 신분증 역할을 하는 '주조직적합성복합체(HMC) 클래스1'을 지니는데, 여기에는 세포 속 단백질 조각들이 들어있다. MHC 클래스 1으로 해당 세포가 감염된 세포거나 암세포인지 여부를 파악할 수 있다. T세포도 MHC 클래스 1을 기반으로 이상 세포를 찾아내고 공격한다.

문제는 이상 세포가 의도적으로 수작을 부려, MHC 클래스-1이 줄어들게 하거나 없애는 경우가 있다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T세포는 이상 세포를 찾아낼 방법이 없다. 이때 NK세포가 등장해 활약한다. NK세포는 MHC 클래스 1이 줄어들었거나 없어진 세포도 이상 세포로 간주해 없앤다. 감염된 세포나 암세포 세포막에 '퍼포린'이라는 물질을 뿌려 구멍을 내고, 이곳을 통해 단백분해효소인 '그랜자임'을 주입해 해당 세포를 죽인다.

NK세포는 단독으로만 일하지 않는다. 다른 면역세포와 협업도 한다. 생화학적 신호전달물질인 사이토카인을 분비해 T세포를 비롯한 다른 면역세포를 불러 모으고 활성화시켜 공격 활동을 유도한다. NK세포는 이밖에 암 줄기세포를 효과적으로 제거해 재발이나 증식, 전이를 막는 기능도 한다.

NK세포가 얼마나 활동적인지에 따라 암 발병률이나 질병 발현에 큰 차이를 보인다. 이번 연구에서는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에 따른 질병 경중에도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 베를린 샤리테 의대, 라이프니츠 과학협회 산하 독일 류머티즘 연구센터(DRFG) 과학자들이 지난 25일 발표한 연구성과다.

발표 내용은 이렇다. 중증 코로나19 환자 체내에서는 감염 첫 주부터 '형질전환 성장인자(TGF) 베타'가 분비되는 특징이 있다. TGF 베타는 본래 바이러스 감염증이 진정된 후 면역반응을 그치기 위해 분비하는 물질이다. TGF 베타 조기 분비는 선천 면역계, 즉 NK세포를 교란하는 역할을 한다. NK세포의 감염세포 제거 능력을 크게 떨어뜨린다.

반면에 코로나19 경증 환자 체내에서는 TGF 베타가 3주 후에 분비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연히 NK세포가 충분히 활동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 TGF 베타 분비 시점에 따라 경증과 중증 여부가 바뀌는 것이다.


이는 바꿔 말하면 감염 초기 TGF 베타 분비를 억제하는 방법으로 코로나19 환자 병증 중증 진행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만큼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NK세포 역할이 크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연구팀은 이를 위한 후보 약물 테스트와 임상 시험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