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혜권의 에듀포인트]<4>중소기업에도 우수 SW개발자가 머물렀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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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웨어(SW)개발자도 이직할 때 운동선수처럼 이적료를 지급했으면 좋겠어요.”

어느 한 중견 정보기술(IT)서비스기업 사업담당 임원 말이다. 최근 SW개발자들의 잦은 이직을 두고 한 말이다. 물론, 일반 직장인인 SW개발자 대상으로 이적료를 도입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해당 임원도 불가능한 것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오죽하면 이런 얘기를 했을까.

그나마 자신들은 중견기업이라 나은 상황이라 한다. 중소기업은 실제 일을 할 SW개발자가 없다. 개발자를 양성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교육을 해서 이제 됐다 싶으면 보다 좋은 조건(?)으로 회사를 옮긴다. 직장인이 급여·복지 등 보다 나은 조건 때문에 회사를 옮기는 것은 당연하다. 뭐라고 할 일도 아니다. 좋은 조건을 제시하지 못하는 중소기업만 속이 탈 뿐이다.

SW가 모든 산업의 기반이 되면서 SW개발자 수요가 급증했다. SW개발자 처우도 과거에 비해 180도 달라졌다. 과거 SW개발자는 3D(Dirty·Difficulty·Dangerous)에서 꿈이 없는(Dreamless)까지 추가돼 4D 업종까지 전락했다. 현재는 연봉이 가장 높은 업종이다. 네이버·카카오 등 대학생 취업선호 1위 기업에서 가장 많이 채용하는 직업군이다.

이로 인해 중소기업은 중견기업으로, 중견기업은 대기업으로, 대기업은 취업선호 1위군인 소위 '네카라쿠배(네이버·카카오·라인·쿠팡·배달의민족)로 SW개발자가 이동한다. 중소기업은 유능한 SW개발자 채용도 쉽지 않지만 유능하게 길러 낸 SW개발자를 지키는 것도 쉽지 않다.

SW개발자 수요가 많아지고 처우가 좋아진 것은 환영할 일이다. 우리나라 SW개발자가 4D 업종 취급을 받을 때도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SW개발자 연봉이 다른 업종에 비해 가장 높았다. 오늘날 개선된 SW개발자 처우는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중소기업이다. 어떻게 하면 중소기업에도 유능한 SW개발자가 계속 근무할 수 있을까. 먼저 중소기업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 과거 '우리는 중소기업이라서'라는 잘못된 인식으로 낮은 연봉과 지나친 시간외 근무를 요구했던 관행은 버려야 한다. 직원을 무시하는 독선적 경영진 행태도 근절해야 한다.

SW개발자가 모두 높은 연봉만을 바라보고 회사를 옮기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연봉보다 경영진이나 선임의 무리한 요구를 견디지 못해 옮기기도 한다. SW개발자를 부품처럼 여기는 무시 때문에 비합리적 회사 운영 등으로도 기존 회사를 떠나는 사례도 많다. 이런 이유 때문에 중소기업을 떠나는 것만이라도 줄여야 한다.

정부 지원도 필요하다. 정부는 현재 '디지털 일자리 창출 지원' 사업을 운영한다. 대·중·소기업 구분 없이 디지털 분야에 만 34세 이하 청년을 채용하면 정부는 6개월간 매월 190만원을 지원해 준다. 중소기업이 활용하기 참 좋은 제도다.

지원 사업을 하나 더 추가하면 어떨까 싶다. 중소기업 내 SW개발자 근속연수를 파악해 좋은 환경에서 오랜 기간 근무할 수 있게 한 기업에게 세제 감면, 보조금 지원 등 혜택을 주는 것이다. 근속연수가 길다는 것은 그만큼 회사가 SW개발자 대우를 잘해주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또 하나는 인식 전환이다. 마치 유능한 SW개발자는 네카라쿠배를 꼭 가야 하는 것 같은 인식은 바꿔야 한다. 최근 명문대학 졸업생은 대기업 취업 보다, 창업이나 스타트업에 합류한다. '명문대 졸업=대기업 취업'이라는 인식이 깨진 것이다.

SW개발자도 보다 넓은 시각으로 자신의 소신과 성향에 맞게 다양한 곳에서 근무해야 한다. 유능한 SW개발자가 중소기업을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성공 스토리'도 나와야 한다.

이러기 위해 정부, 관련 협·단체는 SW개발자가 근무하기 좋은 우수 중소기업을 발굴해 많이 알려야 한다. 실제 중소기업 중 네카라쿠배 못지않은 좋은 대우와 근무환경, 인간적 분위기까지 갖춘 곳이 많다. 이러한 중소기업을 많이 알려야 한다.

대학도 생각을 넓혀야 한다. 대기업과 네카라쿠배 등 일부 기업만 찾지 말고 우수 중소기업과도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우수 중소기업 여러 곳을 묶어 대학과 계약학과 협력을 맺어 인재를 양성하는 것도 방법이다. SW 관련 학과 졸업생이 뿌듯하게 우수 중소기업에 취업해 오랜 기간 자신의 꿈을 만들어 갈 수 있는 환경을 대학과 중소기업이 함께 만들어야 한다.


신혜권 이티에듀 대표 hkshi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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