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전기차 충전 인프라 확대를 공동주택 전력 설비 개선과 병행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노후화된 공동주택이 많다는 이유에서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12일 '전기차 충전인프라 확대에 따른 공동주택 전력설비 개선 필요성' 연구보고서를 통해 “경과연수가 높은 공동주택을 중심으로 전력설비 교체·증설 지원을 더욱 활성화해 충전인프라 확대 관련 정책수용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부는 지난 2월 발표한 제4차 친환경자동차 기본계획을 통해 전기차 충전시설 의무설치 비율 상향 조정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8월 입법예고한 친환경자동차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통해 아파트 충전기 의무설치 비율을 상향했다.
신축 아파트 충전기 의무설치 비율은 기존 0.5%에서 5%로 상향하고, 의무설치 비율이 없던 기축 아파트에도 2%를 부과했다.
한자연은 이 같은 정책이 긍정적이라면서도 전력설비가 노후화되거나 설계용량이 부족한 공동주택이 많아 정전사고 우려가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 전체 공동주택 2만5132개 단지 중 15년 이상 된 주택은 56%(1만3995개)에 달한다. 또 세대별 설계용량이 3㎾ 미만으로 변압기 용량이 부족한 공동주택도 32%(7921개)로 나타났다.
장대석 한자연 연구전략본부 선임연구원은 “전기차의 주거용 전력 충전패턴을 보면 주택용 전력 소비패턴과 유사해 퇴근시간 이후 주택용 전력부하를 가중시킬 전망”이라고 말했다.
현재 한국전력과 산업부가 '노후변압기 교체 지원 사업'을 시행 중이나 교체비용 20%를 아파트 단지가 부담해 입주자대표위원회 의결이 필요하다. 그러나 전체 자동차 대비 등록비율은 아직 0.8%에 불과해 공동주택 내 내연기관차 차주들이 동의하지 않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한자연은 공동주택 전력설비 노후도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설비 개선의 긴급성 등을 고려한 우선 지원대상을 파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장대석 선임연구원은 “공동주택 전력설비 교체·증설에 대한 지원정책의 초점을 변압기·차단기 등 개별 설비 중심에서 전기차 충전인프라의 실질적 수용 가능 여부로 전환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며 “필요에 따라 공동주택 거주자의 지원사업 참여 부담 경감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진형기자 j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