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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가을 단풍은 언제, 어디서부터 시작될까. 민간기상업체 케이웨더는 이번주 설악산을 시작으로 중순께 전국에서 단풍 절정을 맞이할 것으로 예측했다. 지구 온난화로 기온이 높아져 평년보다 첫 단풍과 절정 시기가 늦어졌다. 지리산 첫 단풍 시기는 1990년대에 비해 2010년대 5일, 내장산은 2일 늦게 시작됐다.

기상청에만 날씨 예보를 의존하던 시대가 아니다. 세계 각국에서 쏟아지는 기상 데이터를 취합해 분석·예보하는 기상산업이 성장 중이다. 우리나라는 케이웨더가 1997년 처음 진출하며 민간기상 시장을 열었다. 20여년 넘게 한 우물을 판 덕분에 케이웨더는 국내 4000여개 업체에 기상 콘텐츠를 제공하는 대표 날씨산업 전문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케이웨더는 제2 도약을 준비 중이다. 날씨에 이어 우리 삶에서 떼어놓을 수 없는 공기 분야로 영역을 넓힌다. 20여년 간 쌓아온 날씨에 대한 노하우와 사물인터넷(IoT) 등 첨단기술로 수집한 공기 데이터를 바탕으로 생활 공간 전반을 아우르는 환경 데이터 전문기업으로 거듭난다.

김동식 케이웨더 대표는 “폭염, 태풍, 홍수 등 날씨에 이어 앞으로 미세먼지, 오존, 라돈 등 공기 관련 리스크 관리가 우리 삶의 질을 높여주는 중요 요소가 될 것”이라면서 “날씨처럼 실외 공기는 조물주 영역이지만 실내 공기는 우리가 분석·예측·대응할 수 있는 분야”라고 말했다.

이어 “처음 민간기상 시장을 개척했듯 공기 시장도 업계에 표준을 제시하는 선구자 역할을 하겠다”면서 “국내뿐 아니라 해외 공기 시장까지 진출해 새로운 도약을 이뤄내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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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이호준 ICT융합부장

-20년간 국내 기상산업 분야를 개척하면서 힘들었던 순간이 있다면.

▲1997년 기상업무법 전부개정안이 시행되면서 기상예보사업자 제도가 마련됐다. 기상청 외 민간 사업자가 예보업을 할 수 있는 기반이 생겼다. 우리나라도 외국처럼 민간과 정부가 역할을 분담해 기상산업이 새롭게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 속에 사업을 시작했다. 법 시행 후 1호 기업으로 등록할 만큼 발빠르게 뛰어들었다.

시장은 기대만큼 녹록지 않았다. 1990년대 기상 정보는 공짜라는 인식이 강했다. 금액을 지불하고 기상 정보를 구매해야 한다는 것에 인색했다. '봉이 김선달' 얘기까지 들을 만큼 기상 정보 가치를 인정해주지 않았다. 지금은 공짜 인식이 사라졌다. 당연히 금액을 지불하고 사야하는 정보로 인식이 바뀌었다. 아쉬운 점은 아직 데이터 가격이 일본, 미국 등 다른 나라에 비해 낮다는 것이다. 일본이나 미국은 민간기상 업체가 50∼100여개 된다. 업계가 함께 시장을 만들다보니 우리나라보다 기상 데이터 인식과 가치가 높다. 일본만 하더라도 동일한 정보의 가격이 우리나라보다 10배 정도 높다.

-최근 날씨에 이어 공기 데이터 분야에 적극적이다.

▲그동안 폭우, 폭설, 태풍 등 날씨 데이터에 민감했다. 앞으로는 날씨뿐 아니라 미세먼지, 오존, 라돈 등 대기 관련 리스크를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우리 삶의 질이 달라질 것이다.

예를 들어 사람이 호흡하는 위치에 정확한 날씨와 공기 데이터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 날씨는 실외 공간 영역이다. 태풍, 홍수, 낙뢰 등은 우리가 컨트롤하기 어려운 분야다. 조물주 영역에 속한다. 실내 공기는 다르다. 실내 날씨라고도 할 수 있겠다. 실외는 예측에서 그치지만 실내 공기는 분석, 예측뿐 아니라 공기질을 높이는 역할까지 가능하다.

코로나19 이후 공기질을 높이는 환기 중요성이 커졌다. 코로나 등 전염병 등으로부터 안전하려면 대류, 환기가 잘되는 시설이 중요하다. 사회 인식도 많이 바뀌어서 환기 시스템 도입이 확산되고 도입 기준도 강화됐다. 학교, 병원 등 환기 시스템을 도입하는 분야도 넓어졌다. 단순 환기 시스템 제품이 아니라 청정 공간을 파는 것으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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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웨더가 공기 청정 분야에서 갖는 강점은.

▲20년간 날씨 데이터를 분석하는 역량이 축적됐다. 환경 데이터 분석 분야는 국내서 우리만큼 오래된 기업이 없다. 사람이 생활하고 호흡하는 공간에 정확한 공기 정보를 확보하고 이를 분석해 청정 공간으로 바꿔주는 역할에 집중한다.

데이터 확보가 필수다. 처음에는 국가관측망(환경부)에서 수집한 공기 데이터를 활용했다. 전국 592개 측정소에서 데이터가 취합되지만 세부적으로 공기질을 분석하기에 측정소 수가 부족했다. 1시간 20분가량 지연 현상이 발생해 실시간 측정도 어려웠다.

단점을 보완하고자 자체 관측망을 추가했다. 전국 6대 광역시를 중심으로 3000여개 실외측정기를 설치했다. 주요 학교, 아파트 단지, 도서관 등 1000여개 지점에 추가로 설치하는 등 공기 데이터 확보에 주력했다.

실내공기질 측정 모델을 개발, 다중이용시설, 지하공동구, 취약계층 시설 등 1만여개 지점에 설치했다. 어린이집, 경로당, 도서관, 체육시설, 스터디 카페 등 실내 공기가 중요한 주요 분야마다 장비를 설치해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 중이다.

-민간 기업으로서 수익을 얻기 위한 비즈니스 모델은.

▲공기 데이터를 기반으로 다양한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다. 공기 데이터와 공기 측정기 하드웨어 판매뿐 아니라 여러 서비스와 소프트웨어를 보유했다. △공기지능 컨설팅 △공기질 측정진단 △공기개선 서비스 △환기장치 점검 △공기 모니터링·분석·보고서·제어 플랫폼(Air365) 등 개인이나 기업이 원하는 서비스를 선택하면 된다.

환기청정 케어서비스는 개인용(B2C) 시장에 거는 기대가 크다. 많은 가정과 기업에서 환기장치를 제대로 사용하지 않고 있다. 국토교통부 규칙에 따라 2006년 이후 100세대 이상 신축 공동주택에는 '환기장치'를 의무로 설치해야 한다. 미세먼지 등 외부 탁한 공기를 필터링해 깨끗한 공기는 유입하고 나쁜 공기는 외부로 배출하는 시설이다. 공동주택 환기장치 사용률은 20%에 못 미친다. 인공지능(AI) 컨트롤러를 활용해 아파트 '환기청정 케어서비스'를 구독형 모델로 구축했다. 환기청정기 필터교체, 월별 공기진단 분석 보고서 제공 등 환기장치를 제대로 사용하도록 유도한다.

플랫폼 비즈니스 확장도 가능하다. 이미 삼성, 캐리어, 인바디, 힘펠 등 타사 공기 가전 제품에 공기 데이터 플랫폼을 제공한다. 공기질 위탁관리 모델도 선보였다. 공기질에 따른 서비스 비용을 산정하고 측정 데이터 기반으로 24시간 AI로 공기질과 에너지를 관리해준다. 기업 사무공간뿐 아니라 체육시설, 쉼터, 스터디카페 등 이미 다양한 곳에서 공기질 관리 서비스를 제공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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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식 케이웨더 대표.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공기 관련 시장이 얼마나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는가.

▲코로나19 이후 환기가 중요해지면서 관련 공기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공기 시장은 날씨 시장과는 또 다른 분야다. 공간이 고객이 됐다. 예전에 몇 개 회사에 제품을 공급했다고 한다면 이제는 회사 내 사무실, 휴게실 등 10개 공간, 100개 공간 등 공간 단위로 제품과 서비스를 공급하는 개념이다. 당연히 시장이 커질 수밖에 없다. 기존에 없는 실내 공간이라는 시장이 새로 생겼다.

학교, 어린이집뿐 아니라 아파트, 극장·쇼핑몰 같은 복합문화시설 등 공기질과 환기가 중요한 많은 산업 분야에서 서비스 문의와 의뢰가 이어진다. 공기질 측정 장치만 있었다면 불가능했다. 다른 기업이 제공하지 못하는 다양한 분석 플랫폼을 보유했기 때문에 업체 수요에 대응할 수 있다.

공기는 스마트시티와도 연관된다. 스마트시티 내 실내 공간을 쾌적하게 만들기 위해 공기 관리가 필요하다. 스마트시티는 세계적 추세다. 국내 경험을 쌓아 해외 진출도 가능하다. 싱가포르 등 동남아 시장을 우선 공략하려 한다. 내년까지는 우리나라에 성공 모델을 만드는데 주력한다. 모델이 구축되면 글로벌 시장에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국내 대표 데이터 기업이다. 지난해 '데이터3법' 통과는 민주당이 케이웨더 사무실에서 현장최고위원회 회의를 개최한 후 중지를 모은 덕분에 이뤄졌다는 평가도 많다. 데이터3법 통과 후 현 상황을 어떻게 평가하나.

▲데이터3법 통과에 정부와 여야 모두 힘써준 것에 다시 한 번 감사를 표한다. 법 통과 후 데이터 경제 물꼬를 열었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 이제 중요한 것은 데이터 거래와 유통 생태계 마련이다.

데이터 거래가 이뤄져야 데이터 경제가 활성화된다. 정부가 직접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보다 구매하는데 예산을 집행해야 한다. 해외 정부는 데이터 구매에 주력한다. 정부가 민간 데이터를 구매하고 거래 샘플을 만들어준다. 지금 우리나라는 데이터 구매 항목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다. 지금보다 더 시장을 키우기 위해서 데이터 거래, 유통 관련 생태계 조성에 정부가 마중물 역할을 해줘야 한다.

-앞으로 비전과 목표가 있다면.

▲'위 에어 유(We Air You)'라는 비전을 정했다. 고객의 공간을 청정하게 관리하겠다는 의미다. 국가관측망과 1만여개 자체 관측망을 통해 고객이 숨쉬는 위치의 가장 정확한 날씨와 미세먼지 정보를 제공하려 한다. 고객이 생활하는 실내 공간을 청정·위생 쉼터로 만들겠다.

20년 전 기상 회사로 처음 출발할 때 벤치마킹할 대상이 없었다. 데이터부터 제품, 서비스까지 우리가 시행착오를 겪으며 시장을 만들었다. 공기 분야도 마찬가지다. 아직 국내 공기 분야 대표 기업이 없다. 공기 데이터 가격 측정부터 서비스 범위까지 예전처럼 우리가 만들어야 할 부분이 많다. 책임감을 갖고 시장을 이끌어가는 기업으로 성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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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식 대표는…

1970년생으로 한양대 기계공학 학사와 매사추세츠공과대(MIT) 기계공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MIT 수석연구원을 거쳐 1997년 케이웨더를 창업해 20년 넘게 대표직을 수행 중이다. 한국기상학회 이사와 한국기상산업진흥원 이사, 기상산업진흥협의회 위원, 기상청 기상산업발전협의회 위원 등 기상 관련 여러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했다. 2009년부터 기상산업연합회 회장직을 수행하고 데이터베이스(DB)산업협의회 수석 부회장을 지냈다. 기상산업 발전 공로를 인정받아 2002년 세계 기상의 날 과학기술부장관 표창과 2006년 제1회 대한민국 기상정보대상 대통령상, 2014년 산업포장 등을 받았다.

정리=




김지선기자 river@etnews.com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