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미국 하버드대 연구진이 뇌 신경망을 그대로 '복사(Copy)'하고 메모리 반도체에 '붙여넣기(Paste)'하는 방식의 차세대 뉴로모픽 반도체 칩 비전을 제시했다. 뉴로모픽 반도체는 인간 등 동물 뇌 신경망을 모방한 반도체로, 인지·추론 등 뇌의 고차원 기능을 재현하는 것이 목표다.
삼성전자는 함돈희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펠로우 겸 미국 하버드대 교수, 박홍근 하버드대 교수, 황성우 삼성SDS사장,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이 집필한 논문 '뇌 복사와 붙여넣기에 기반을 둔 뉴로모픽 전자기술(Neuromorphic electronics based on copying and pasting the brain)'이 23일(영국 현지시간)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 일렉트로닉스'에 게재됐다고 26일 밝혔다. 학계와 업계 기술 리더가 참여해 신경 과학과 메모리 기술을 접목하고 차세대 AI 반도체 비전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번 논문은 뇌 신경망에서 신경세포(뉴런)들의 전기 신호를 측정해 뉴런 간의 연결 지도를 복사하고 복사된 지도를 메모리 반도체에 붙여넣어, 뇌 고유 기능을 재현하는 뉴로모픽 칩 기술 비전을 담았다.
우선 신경망 지도 복사는 뉴런 안에 나노 전극을 직접 침투시킨 초감도 측정을 통해 이뤄진다. 기존에는 뉴런 안에 전극을 침투하는 것이 어려웠지만 최근 나노 기술 고도화로 미세한 뉴런 안에 나노 전극을 배열할 수 있게 됐다. 동시 다발적으로 뉴런 간 접점(시냅스)에서 발생하는 미미한 전기 신호를 읽어낼 수 있다. 이를 통해 뉴런 간 접점을 찾아내 뇌 신경망을 지도화하는 방식이다. 삼성전자와 하버드대는 2019년부터 이 기술과 관련해 협업과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복사된 신경망 지도를 메모리 반도체에 붙여넣어 각 메모리가 뉴런 간 접점 역할을 하는 완전히 새로운 개념의 뉴로모픽 반도체를 제시한 것이 이번 논문의 골자다.
또 복사를 통해 얻은 측정 신호로 메모리 플랫폼을 직접 구동하는 획기적 기술 관점도 제안했다. 신경망에서 측정된 방대한 양의 신호를 컴퓨터로 분석하는 방식보다 신경망 지도 구성 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게 됐다. 이 플랫폼은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메모리인 플래시 및 다른 형태의 비휘발성 메모리인 저항 메모리(RRAM) 등에 활용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 사람의 뇌에 있는 약 100조개 뉴런 접점을 메모리 망으로 구현하려면 메모리 집적도를 극대화해야 한다. 삼성전자는 이를 위해 3차원(3D) 플래시 적층 기술과 고성능 D램에 적용되는 실리콘관통전극(TSV)을 통한 3D 패키징 등 최첨단 반도체 기술 활용을 제안했다.
함돈희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펠로우는 “이번 논문에서 제안한 담대한 접근 방식이 메모리 및 시스템 반도체 기술의 경계를 넓히고, 뉴로모픽 기술을 더 발전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