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오픈소스 활용에 ‘서브스크립션’을 주목하는 이유

서브스크립션은 소비자가 상품이나 서비스를 일정기간동안 금액을 내고 받는 ‘정기구독’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이다. 예전에는 잡지나 신문의 구독에서 주로 활용됐으나 이제는 가전이나 뷰티, 화훼, 식료품 외에 각종 서비스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서브스크립션이 활발하게 활용되고 있다.

최근 IT 분야에서는 클라우드 및 디지털 전환 가속으로 기업들이 다양한 IT 인프라 관리 및 애플리케이션 활용과 서비스 개발이 확산되면서 성장하고 있다. 특히 오픈소스가 IT 문화로 정착되면서 오픈소스 서브스크립션에 기업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오픈소스, IT 문화가 되다

IT 분야에서 서브스크립션 모델은 엔터프라이즈 오픈소스 기업 레드햇이 처음 만들었다. 소스코드가 공개된 오픈소스는 상용소프트웨어와는 달리 자유소프트웨어 개념에서 시작됐다. 자유소프트웨어는 어떤 소프트웨어를 만들면, 이 소프트웨어를 다른 사람들에게 전파하고 이를 다른 사람들이 소스 코드를 추가해 발전시키는 개념이다. 오픈소스의 대부로 불리는 리처드 스톨만은 상용소프트웨어와 자유소프트웨어가 점차 상충되자 GNU 선언과 ‘저작권 소유자가 자신의 창작물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자’라는 카피레프트 운동을 벌이면서 오픈소스를 확산시키려 했다.

그런데 초기의 오픈소스는 운영체제가 없어 많이 활용되지 못했으나 리눅스 커널이 개발되면서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리누스 토발즈는 유닉스의 파생 운영체제인 미닉스를 기반으로 하는 리눅스 커널 0.001버전을 만들어 유즈넷의 뉴스그룹에 배포했다. 뉴스그룹의 수많은 사용자들이 이 커널의 발전에 참여하면서 최초 1만 라인이었던 소스코드가 2020년 버전 5.0에 이르면서 2천7백만 라인에 이를 정도로 많은 기능 추가와 향상으로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게 됐다.

리눅스는 보통 커널을 말하는데 커널만을 가지고는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고 운영체제를 구성하는 하드웨어를 제어하는 커널, 커널과 애플리케이션의 중간자인 인터프리터 역할을 하는 쉘, 사용자에게 친숙한 명령을 처리하는 애플리케이션이 있을 때 실제 IT에서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다. 리눅스 커널은 오픈 소스이므로 이를 활용한 다양한 리눅스 운영체제가 탄생했다. 대표적으로 데비안, 슬랙웨어, 레드햇 등으로 계보를 이루며 우분투, 수세, 레드햇 엔터프라이즈 리눅스, 페도라, 센트OS 등이 많이 알려져 있다.

오픈소스는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다양한 프로젝트가 진행되면서 IT 기술 발전의 새로운 문화로 자리잡았다. 커뮤니티 안에서는 개발자, 엔지니어,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기업 등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해 오픈소스 발전에 기여한다. 보다 쉽게 오픈소스를 활용할 수 있는 배포판이 만들어지면서 일반 사용자들에게 대중화될 수 있었다.

오픈소스 한계를 극복하는 엔터프라이즈 오픈소스 기업

오픈소스가 장점이 많기는 하지만 기업 입장에서 선뜻 도입에 망설여지는 부분이 있다. 제품에 대한 신뢰도와 기술 지원, 호환성, 안정성이 필요한데 개인들이 시간을 내서 참여하는 오픈소스 커뮤니티에서는 프로젝트에 대한 문제들을 정해진 시간에 해결할 수 없어 비즈니스를 위해 서비스를 개발하거나 적용할 때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오픈소스를 기업에서 쓸 수 있도록 모든 것을 제공하고 기술 지원 비용을 받는 엔터프라이즈 오픈소스 기업이 탄생했다. 대표적인 기업이 레드햇이다.

엔터프라이즈 오픈소스 기업은 커뮤니티에 있는 소스 코드를 더 발전시키고 고객이 더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기술과 문서 지원, 제품에 대한 전체적인 라이프사이클 등을 제공한다. 이 비즈니스 모델은 고객이 서브스크립션에 대한 비용과 기술 지원 비용을 지불하는 형태이다.

레드햇은 IT 분야에 서브스크립션을 최초로 비즈니스 모델로 만들면서 고객에게 제공할 서비스를 정했다. 패치나 업데이트나 업그레이드를 모두 제공하며 보안 전담 대응 팀도 마련해서 강력한 보안도 유지하고 있다. 라이프 사이클 지원과 지식기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제대로 작동하는지에 대한 인증도 지원한다. 특히 다양하고 수많은 소프트웨어들이 운영체제에서 잘 운영되는 지에 대한 인증하고, 인증 관계 등을 전화나 이메일 등 온라인으로 무제한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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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햇 서브스크립션 모델

오픈소스 서브스크립션의 장점

오픈소스 서브스크립션은 소프트웨어 구매 시 일반적인 라이선스 방식과 차별화됐다. 라이선스 모델의 경우 구매한 제품 버전이 3대나 3.5대라고 할 때 3.5, 3.6, 3.7와 같은 마이너 버전 업데이트는 계속 사용할 수 있다. 그런데 버전 4와 같이 새로운 메이저 버전이 업그레이드되면 새로운 버전을 다시 구매해야 한다. 즉 다시 버전 4의 라이선스를 구매해야 한다.

오픈소스 서브스크립션은 라이선스 방식과 다르다. 기본적으로 어떤 버전을 사용하든지 서브스크립션 기간이 남아 있으면 사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레드햇 엔터프라이즈 리눅스 8' 버전이 나왔는데, 기존의 레드햇 엔터프라이즈 리눅스 6 버전 사용자도 버전 8을 사용할 수 있다. 이때 업그레이드하는데 비용이 전혀 들지 않는다.

라이선스 모델은 보통 제품별로 등급을 나누어 사용이 제한된다. 예를 들면 스탠더드 라이선스는 5개 기능 중 2개만 사용할 수 있고 나머지 3개는 더 상위 등급을 구매해야만 사용할 수 있다. 그 다음 엔터프라이즈 등급을 사면 5개 중에 4개까지만 사용할 수 있고, 다섯 번째까지 쓰려면 더 상위 등급을 사야 하게 된다. 프리미엄을 사면 5개를 다 쓸 수 있다. 이렇게 등급을 나누어 지불한 만큼 기능을 제한적으로 쓸 수밖에 없는 형태이다.

서브스크립션은 오픈소스를 사용할 때 기능이 제한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다만 기술 지원의 경우 업무를 보는 시간 주 5일간 아침 9시부터 저녁 5시까지 혹은 365일 24시간 시간 제한없이 받느냐에 따라 금액이 다르다. 즉 기능적인 제약이 아닌 기술지원 시간에 따라 스탠더드와 프리미엄으로 나뉠 뿐이다.

서브스크립션의 가장 큰 장점은 경제성이다. 첫 1회에 라이선스 방식은 소프트웨어 라이선스를 구매 비용 부담이 크다. 보통 유지 보수는 라이선스 비용에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제품 교육을 위한 비용 컨설팅 개발이나 커스터마이징을 위한 비용이 들어간다. 오픈소스의 경우에는 1년 차 유지 보수 비용인 서브스크립션 비용 그 다음에 개발 커스터마이징을 위한 컨설팅 비용, 교육비용이 든다.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비용만 들어가는 셈이다.

2년 차, 3년 차부터는 둘 다 똑같이, 유지보수와 서브스크립션 비용이 같아 비슷해진다. 첫 1회에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비용 규모가 커 비용차이가 많이 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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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용 소프트웨어 라이선스와 오픈소스 서브스크립션 방식

기업에 최적화된 레드햇 엔터프라이즈 리눅스 서브스크립션

레드햇 엔터프라이즈 리눅스는 1995년도 5월에 레드햇 리눅스라는 이름으로 1.0이 처음 출시됐으며 1998년도에 레드햇 리눅스 5.1버전이 CD로 만들어졌다. 2002년도에는 기업에서 쓸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 레드햇 엔터프라이즈 리눅스로 이름을 바꾸고 2.1 버전이 출시됐다. 페도라라는 커뮤니티 프로젝트를 만들어서 레드햇 엔터프라이즈 리눅스를 지원하도록 했다. 2003년 페도라 커뮤니티가 만들어졌고 2019년 5월에 출시된 레드햇 엔터프라이즈 리눅스 8 버전이 가장 최신이다.

레드햇 엔터프라이즈 리눅스는 라이프 사이클 즉, 제품의 출시 주기가 미리 정해져 있다. 메이저 버전은 3년 주기로 출시가 되며 현재 8버전에서 9버전은 3년 후인 2022년, 내년에 출시될 예정이다. 마이너 버전 8.0, 8.1, 8.2 등은 6개월 주기로 출시 되고 있다. 2019년부터 지금까지 8.0부터 8.4까지 출시돼 있다.

라이프 사이클은 크게 두 주기로 앞에 5년은 풀 서포트 기간, 뒤 5년은 관리 지원(Maintenance Support) 기간으로 나누고 있다. 풀 서포트는 모든 것이 지원되지만 관리 지원 기간에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에 대한 인증을 더 이상 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인텔이나 AMD에서 새로운 CPU 칩이 나오면 운영체제에서 잘 동작될 수 있도록 테스트와 코드 수정을 지속적으로 진행한다. 풀 서포트 기간에는 CPU 등에 최적화시키는 작업을 진행하고 관리 지원 기간이 되면 기존의 CPU로 안전하게 운영할 수 있는 기술 지원 체계로 바뀐다.

레드햇 엔터프라이즈 리눅스 서브스크립션의 백미는 인텔리전트 기능이 추가된 레드햇 인사이트이다. 고객이 구축한 레드햇 엔터프라이즈 리눅스를 레드햇에서 홈페이지에 등록하면 이 정보로 서버 정보 설정, 운영 서비스 등을 수집해 지식기반 검색으로 기존에 비슷한 설정을 가지고 있는 서버의 문제 발생 정보를 찾으면 바로 알려준다. 패키지에 이슈가 발생했을 때 그 패키지를 설치한 서버가 있다면 패치를 알려준다. 인공지능처럼 자동화된 형태로 알려주기 때문에 기업에게는 매우 유용하다.

오픈소스 서브스크립션을 선택하는 이유

성능면에서 리눅스는 매력적이다. 그러나 보안성, 기술지원체계, 기술 지원 부족 등으로 기업에서 선뜻 사용하기 어려웠다. 소스가 오픈되어 있기에 보안성에 대한 의구심이 많았다.

그런데 서브스크립션 체계가 만들어지면서 보안의 위험성을 불식시켰다. 기술지원이 가능하고 강력한 보안성 유지를 특징으로하는 서브스크립션은 기업의 신뢰를 쌓아가며 점차 리눅스 사용 분야를 넓혀갔다. 레드햇의 경우 오픈소스 보안성 인식을 높이기 위해 운영체제가 받을 수 있는 가장 높은 국제표준규격 보안 등급 EAL4+를 유지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보안이 가장 강력하게 적용되는 미 국방성이나 육군에서도 주요 보안 시설을 운영하는 운영체제로 레드햇 엔터프라이즈 리눅스가 사용될 만큼 보안성이 높다. 보안 이슈가 발생해도 하루안에 처리할 수 있게 보안팀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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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대되는 리눅스

리눅스 확대에 기여한 또 다른 요소는 경량화와 커스터마이징이다. 우리 생활에 많이 활용되고 있는 가전 제품을 비롯한 각종 전자제품들은 그에 맞는 운영체제가 필요하다. 예를 들면 스마트폰 같은 경우에도 안드로이드 리눅스나 애플 IOS 등 운영체제들이 필요하다. 그런데 기존의 유닉스라든지 다른 운영체제들은 새로운 디바이스에 적용하기에는 구조가 너무 정형화되어 있어서 바꾸기가 어렵다.

리눅스는 커널은 실제로 원하는 대로 컴파일해서 바꿀 수 있고, 쉘이나 애플리케이션도 얼마든지 바꿀 수 있어 매우 유연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커스터마이징에 적합해 냉장고, 자동차, 스마트 홈 시스템, 비행기의 비디오 환경 등 수많은 기기들이 리눅스 기반으로 활용되고 있다. 예를 들면 개인형 NAS, 공유기, TV에 사용하는 셋탑박스도 리눅스를 운영체제로 하고 있다. 그만큼 리눅스는 우리 생활 곳곳으로 확대되고 있다.

리눅스와 오픈소스는 IT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핵심 기술로 떠오르는 가상화, KVM, Xen, 컨테이너의 크라이오(CRI-O)나 도커 같은 기술들, 휴대폰 타이젠이나 안드로이드도 리눅스 기반이다. 클라우드 경우 리눅스 파운데이션에서 2017년도에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10개, 즉 상위 10개 클라우드 회사 중 9개 회사가 리눅스 기반으로 클라우드를 운영하고 있다고. 퍼블릭 클라우드 회사의 워크 로드 자체의 90%가 리눅스 기반으로 이뤄졌다.

자동화툴, 빅데이터, AI 머신러닝, 다양한 개발 툴 등 신기술 전반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기술과 가치를 공유하며 발전시키는 오픈소스는 지금의 IT를 발전시켰고 미래를 이끌어갈 기술이다. 바로 이런 현재와 미래를 발전시키는 원동력 오픈소스의 성장과 발전에 서브스크립션이 뒷바침하고 있다.


이향선 전자신문인터넷기자 hyangseon.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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