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소프트웨어(SW) 사업 80% 이상이 공동이행 방식으로 진행되지만, 사업에 참여하는 정보기술(IT)서비스 기업 87%는 분담이행 방식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업 범위나 책임소재가 불분명하고 연대책임 문제도 크다는 게 공동이행 방식을 꺼리는 이유다. IT서비스 기업 90% 이상이 발주처와 협상을 통해 사업 방식을 자율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IT서비스산업협회(이하 협회)가 대기업 8개, 중견기업 5개, 중소기업 18개 등 31개 IT서비스 기업 대상으로 실시한 '공공SW 사업의 수급 형태에 대한 인식조사' 결과를 12일 공개했다. 조사는 컨소시엄(공동수급)으로 공공SW 사업 참여 시 사업자 간 연대책임을 지우는 공동이행과 각 사업자의 수행범위만큼 책임지는 분담이행 방식에 대한 인식을 확인하는 게 목적이다. 두 방식에 대한 업계 인식조사는 처음이다.
조사에 따르면 공공SW 사업에 컨소시엄으로 참여한 기업 83.3%가 공동이행 방식으로 사업을 수행했다고 답했다. 중견기업은 모든 기업이 공동이행 방식으로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참여 기업 87.1%가 분담이행을 선호했다. 공동이행을 선호한다는 응답은 12.9%에 불과했다. 상황에 따라 공동이행을 선호하는 기업도 적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빗나갔다.
공동이행에 따른 애로점(중복응답)으로는 응답 기업의 86.7%가 '문제 발생 시 참여기업 간 과업 범위나 책임소재 구분의 어려움'을 꼽았다. '다른 기업의 과실에 대한 연대책임으로 인한 피해'라는 응답도 70%에 달했다.
'문제발생 시 사업자 간 분쟁, 구상권 청구 등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 및 비용 발생'(60%), '연대책임으로 인한 각 사업자의 사업수행 책임감 결여'(46.7%)가 뒤를 이었다. 발주자가 공동이행만 가능하도록 제안요청서(RFP)에 규정하는 현행 계약이행 방식에 대해서는 74.2% 기업이 개선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개선이 불필요하다는 답은 3.2%에 그쳤다. 조사 참여 기업 90.3%는 발주자와 협상 단계에서 사업자에 계약방식 선택권을 주거나 최소한 발주자와 협상이 가능할 수 있도록 개선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공동이행 방식은 IT서비스·SW 기업 사이에서 '현대판 연좌제'로 불리며 개선 요구가 지속됐다. 최근 손실 책임을 두고 공방을 벌이던 KCC정보통신과 다른 참여사가 법정 다툼을 시작하는 등 분쟁 소지가 높다. 그러나 대다수 발주처가 관리 편의성 때문에 공동이행 방식을 택한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계약제도 개선 TF'에 이어 올해도 업계 의견을 청취했지만 실질 조치는 없다. 국회도 문제를 지적한다. 기획재정위원회 고용진 의원(더불어민주당)은 “갑과 을이라는 두 계약 당사자가 동등한 입장에서 자율 협상이 계약의 본질”이라며 “기재부와 조달청은 갑과 을이 동등하게 계약하도록 공정한 계약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같은 문제를 제기했다. 협회는 조사 결과를 토대로 계약제도 개선 의견을 국회와 기재부 등에 지속 전달할 계획이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