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선호가 높아지면서 소형 SUV 시장은 가장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는 차급으로 떠올랐다. 국내외 여러 브랜드가 진입 장벽을 낮춘 SUV를 잇달아 선보이면서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프 레니게이드는 수입 소형 SUV 시장에서 여러 차례 베스트셀링 모델에 이름을 올리며 독보적 존재감을 뽐낸다. 올 상반기 레니게이드는 1475대가 팔려 지프 전체 판매량(5927대)의 24%를 책임졌다. 랭글러와 함께 지프가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하는 데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지프만의 매력을 듬뿍 담은 개성 넘치는 디자인에 오프로드를 넘나들 수 있는 탄탄한 주행 실력이 인기 비결이다.
외관은 한눈에 봐도 지프 모델임을 알 수 있다. 지프의 아이콘이라 할 수 있는 세븐 슬롯 그릴과 동그란 헤드램프를 장난감 자동차처럼 앙증맞게 표현했다. 지프 라인업 막내로서 젊고 발랄한 느낌이 묻어난다. 측면은 각진 네모 모양의 커다란 휀더가 인상적이다. 거의 직각으로 떨어지는 후면은 묵직한 안정감이 든다. X자 형상을 담은 리어램프도 눈길을 끈다.
차체 크기는 전장 4255㎜, 전폭 1805㎜, 전고 1695㎜에 축간거리 2570㎜다. 길이나 너비는 다른 소형 SUV와 비슷하나 높이가 월등히 높다. 키가 큰 만큼 차고도 높아 마치 대형 SUV를 탄 것처럼 시원한 시야를 확보할 수 있다. 온로드는 물론 거친 오프로드까지 달릴 수 있다는 자신감이 느껴진다.
소형 SUV라는 점을 고려하면 실내와 적재 공간은 부족함 없는 크기다. 실내 디자인 역시 지프 특유의 요소를 반영했다. 두툼한 3-스포크 운전대와 몸을 잘 지지해주는 시트, 조수석 앞 손잡이 등 오프로드 주행을 배려한 간결한 실내 구성은 다른 지프 모델과 흡사하다. 8.4인치 터치스크린을 포함한 유커넥트 시스템은 애플 카플레이나 블루투스 접속이 편리하다.
시동을 걸면 묵직한 엔진음을 들려준다. 파워트레인은 2.4ℓ 직렬 4기통 가솔린 엔진을 탑재했다. 최고출력은 175마력, 최대토크는 23.5㎏·m를 발휘한다. 과거 시승 경험이 있는 디젤 모델은 진동이나 소음이 크게 느껴졌으나, 가솔린 모델은 이런 점을 잘 보완했다. 정차 시나 주행 시 모두 무난한 정숙성을 보여준다.
주행이나 가속 느낌은 경쾌하다. 짧은 차체에 디젤 모델보다 가벼워진 무게로 움직임이 가볍다. 9단 자동변속기는 언제 몇 단이 들어갔는지 모를 만큼 부드럽게 변속을 진행한다. 다만 급하게 페달을 밟으면 한 박자 늦게 저단으로 바뀌면서 가속을 시작하기도 한다.
승차감은 탄탄하게 느껴진다. 서스펜션은 앞과 뒤 모두 맥퍼슨 스트럿 방식이다. 온로드 중심의 도심형 모델과 비교하면 조금 딱딱한 편이나, 오프로드로 달릴 수 있는 모델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나쁘지 않다. 높은 차고와 단단한 서스펜션 덕분에 출렁임도 적다. 높은 방지턱을 넘거나 급한 코너를 돌 때 안정감을 준다.
시승차는 상시 사륜구동(AWD) 방식이다. 셀렉-터레인 지형설정 시스템을 통해 간단한 다이얼 조작만으로 도로 상황이나 기후 조건에 따라 오토(Auto)와 스노(Snow), 샌드(Sand), 머드(Mud)까지 다양한 주행 모드를 선택해 최적의 사륜구동 성능을 즐길 수 있다.
다양한 안전 및 편의 장비도 주목된다. 전자식 주차 브레이크와 차선이탈 경고 플러스 시스템, 사각지대 모니터링 시스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등을 모두 갖췄다. 앞 좌석 8-방향 파워 시트와 뒷좌석 40:20:40 패스-스루, 암레스트 폴딩 시트, 높이 조절식 카고 플로어, 서브우퍼를 포함한 아홉 개의 스피커 사운드 시스템 등 세심한 편의장비가 안락하고 편안한 주행을 지원한다.
연비는 아쉬움이 남는다. 사륜구동 모델 기준 복합 연비는 9.2㎞/ℓ다. 시승 기간 정체가 극심한 도심 주행에서는 ℓ당 7.0㎞, 한적한 전용도로 주행에서는 ℓ당 12㎞ 정도를 달릴 수 있었다. 미국에 먼저 선보인 레니게이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국내 도입을 기대해본다.
레니게이드 가격은 트림에 따라 3810만~4460만원이다. 시승차는 80주년 에디션 모델(4360만원)로 무광으로 처리한 전면 그릴과 18인치 휠 등 특별한 디자인 요소를 더해 포인트를 줬다. 지프가 80주년을 기념해 진행 중인 할인 혜택을 더하면 4000만원 초반에 구매할 수 있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