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280〉페어리 테일에서 배우는 교훈

페어리 테일(fairy tale). 우리말로는 동화 또는 있을 것 같지 않은 이야기를 말한다. 동화 같지만 마냥 즐거운 얘기만 있는 건 아니다. 신데렐라를 한번 생각해 보라. 신데렐라의 슬픔과 절망은 우리를 눈물짓게 한다.

누군가는 신데렐라가 '회색 아가씨'라는 의미라고 한다. 부엌일을 하느라 뒤집어쓴 재를 상징한다. 그런 탓인지 계모는 신데렐라를 상드리용(재투성이)이라 불렀다. 그러나 곧 기적 같은 사건이 펼쳐지고, 해피엔딩이 이 페어리 테일의 문을 조용히 닫는다.

세상사가 그렇듯 기업에도 계기와 반전은 존재한다. 누군가에게는 단지 페어리 테일로 기억될 뿐이다. 그러나 정작 그 이상의 의미다. 여기에 기업 성공의 원리가 숨어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누군가는 여기에 성공의 무도회장이 숨어 있다고 말한다. 바로 기업이 자신을 상징하던 정체성을 바꾼 계기가 된 미션 체인저(mission changers)가 그것이라고 한다.

2013년 넷플릭스 최고경영자(CEO) 리드 헤이스팅스는 11쪽짜리 메모를 공개한다. 직원과 투자자에 대한 약속 같은 것이었다. 이제 자신의 기업이 콘텐츠를 배포하는 역할을 벗어던지겠다고 한다.

에미상과 오스카상을 받는 그런 콘텐츠의 제작자가 되겠다고 했다. “우리는 아마존·애플·소니·구글과 경쟁할 수 없고, 경쟁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 대신 우리 자신이 브랜드가 돼야 합니다. 세븐일레븐이 아니라 스타벅스, 유나이티드항공이 아니라 사우스웨스트항공 같은 기업 말입니다.”

그 이후의 얘기는 우리 모두 안다. 수익 3배, 이윤 32배, 주가는 매년 평균 57%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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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다른 사례도 물론 있다. 덴마크 오일가스사는 어땠을까. 가스 가격이 10분의 1 토막 나자 파산 직전까지 몰렸다. 헨리크 폴센이 새 최고경영자(CEO)로 오자 대량 해고가 시작될 줄 알았다. 어떻게든 상황이 나아질 때까지 버티는 것 외엔 대안이 없어 보였다.

그런데 정작 폴센이 한 일은 사명을 바꾸는 것이었다. 덴마크 과학자이자 철학자 한스 크리스티안 외르스테드의 이름을 빌렸다. 외르스테드가 전자기 법칙을 발견한 것으로 새로운 기업을 창조하자고 했다. 이제껏 자신의 정체성이었던 채굴업자 대신 그린에너지를 가리켰다.

오일가스사 외르스테드는 해상풍력 발전비용을 절반으로 낮춘다는 목표를 세운다. 모두 불가능하다고 했다. 외르스테드는 북해에 해양 풍력발전소를 3개 건설한다. 이 전환을 시작한 후 순이익은 30억달러 증가했고, 2016년 상장은 그해 덴마크 최대였다.

지금 세계 최대의 해상풍력 기업이고 글로벌 시장의 약 3분의 1이 이 기업의 몫이다. 그리고 지금 덴마크는 전력의 48%를 풍력에서 충당한다.

이들의 성공에 행운은 분명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공통점을 누군가는 미션을 다시 찾은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니 이 페어리 테일이 결코 우연이나 행운 덕만은 아니라는 점을 말한다.

헤이스팅스의 메모가 공개된 지 10년이 됐다. 공교롭게 올해 에미상 최다 후보작 가운데 하나가 넷플릭스 드라마였다. 그리고 넷플릭스의 이름이 129번이나 호명되는 동안 NBC, CBS, ABC는 모두 통틀어도 이곳을 따라가지 못했다.

어쩌면 자신의 운명을 바꾸고자 한 이들 게임 체인저에게만 가능한 그런 동화 같은 해피엔딩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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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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