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가상자산거래소와 '뱅크코인' 프로젝트 재단이 짜고 피해자 자금 수천억원을 빼돌린 정황이 포착돼 피해자가 민형사 고소에 나섰다. 서울을 포함한 전국 각 지역에 센터를 마련하고 노년·장년층을 타깃으로 투자자금을 모집, 피해자가 최소 1만명으로 추산된다. 연 250% 수준의 고수익을 보장한다며 자금을 모은 후 잠적한 이들의 수법이 최근 사기 혐의로 대표가 경찰에 구속된 '브이글로벌' 사건과 판박이라는 평가를 듣고 있다.
가상자산 프로젝트 뱅크코인에 투자한 피해자들은 해당 재단과 관련사, 센터장 등을 사기 혐의로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했다. 자금 모집에 사용된 일부 센터장의 계좌는 압류 조치가 이뤄졌지만 대부분의 자금은 이미 다른 계좌로 빠져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뱅크코인은 오프라인 키오스크에서 결제수단으로 사용 가능한 가상자산을 표방하며 투자자금을 끌어 모았지만 실제 운영 방식은 유사 수신 금융 피라미드와 동일했다.
1개 계좌에 해당하는 600만원을 투자하면 배당금 포함 1500만~1800만원 수익을 돌려주겠다는 수법으로 투자자를 끌어들였다. 다른 투자자의 유치 실적에 따라 멤버·위너·스타 등으로 계급을 나눠 고위 레벨로 승격하면 그랜저나 벤츠 차량을 지급하겠다고 홍보하기도 했다.
이들은 4월 말까지 정상 배당을 지급해 투자자를 안심시킨 후 모집 자금이 커지자 글로벌 전산 이전 등을 핑계로 5월부터 배당 지급과 현금 출금을 중단했다.
회사 사무실로 찾아가 항의하는 투자자에게는 '투자자금을 전액 코인으로 돌려받겠다'는 내용의 확약서를 쓰도록 강요했다. 확약서에는 가상자산은 시세 변동이 심하니 투자 손실 판단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으며, 이후 회사와 소개 회원에게 민형사상 이의 제기를 하지 않겠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이는 통상 금융사기 조직이 추후 법적 책임 회피 및 배상금액을 최소화하기 위해 활용하는 수법이다.
뱅크코인은 지난 6월 10일 싱가포르계 가상자산거래소 비트포렉스에만 상장됐지만 6월 기준 개당 5.2USDT에 거래되던 것이 1일 현재 0.6USDT 수준으로 90% 이상 폭락했다. 24시간 거래량이 총 4000만원에 불과, 대부분 거래가 재단 측에 의한 자전거래와 시세 조작에 노출돼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피해 대응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가 구성됐지만 이 역시 회사 측이 도주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배후 조작하는 것으로 의심받는 상황이다. 일부 수익을 지급 받은 초기 투자자에게 돈을 걷어 다른 피해자의 구제 기금을 마련하겠다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대위 측은 혼란한 상황을 이용해 유령계좌와 차명계좌로 불로소득을 챙긴 회원들이 있어 이들부터 소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보다 앞서 뱅크코인 측은 지난 5월 현금 지급을 중단한 상태에서도 사업 정상화를 빌미로 투자자 일부에게서 1인당 300만원을 추가로 모집, 약 1억2000만원을 더 얻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한 뱅크코인 투자 피해자는 “투자자가 출금을 요청하면 껍데기 코인으로 받으라고 각서를 받으면서 지급 날짜조차 특정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피해자를 모아 5월부터 법적 대응을 시작했으며, 경찰에도 사기 증거 자료를 제출했다”고 말했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