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 서울만' 오해·불신에 40년 넘은 노후학교 손도 못댈판

소통 부족으로 리모델링 사업을 '혁신학교'로 오해
학부모 반대에 40년 넘은 건물 리모델링도 못해
강남에서 시작해 서울 곳곳으로 '반대' 확산

혁신학교에 대한 학부모들의 불신과 오해가 엉뚱하게 '그린스마트미래학교' 반대로 번져 교육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혁신학교와 미래학교가 다른 사업이라는 것을 설득하는데 진땀을 빼고 있다. 모듈러 학교를 비롯해 공사기간 동안 현 학생들을 위한 조치에 대해 교육청의 설명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7월 강남구 대곡초에서 시작된 그린스마트미래학교 철회에서 시작돼 현재 6개교가 사업을 철회했다. 양천·광진·용산 등 서울 곳곳에서 철회를 요청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린스마트미래학교는 40년 이상인 학교 건물 중 2835동을 2025년까지 리모델링하는 사업이다. 교육과정이나 교수학습방법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건물을 리모델링하고 스마트 교육 시설을 구축하는 시설 개선 사업이다.

낙후되고 위험한 노후건물을 리모델링한다는 소식에 너도나도 환영했던 사업이지만, 오해·불신·소통부족에 따라 반대 의견이 곳곳으로 확산되고 있다. 대전 등 일부 지역 학교들은 사전기획을 마무리할 정도로 속도를 내고 있는데 반해 서울에서는 예상치 못한 반대가 발목을 잡았다.

올해 선정된 서울 지역 학교는 총 57개로, 이 가운데 6개가 철회했다. 강남구 대곡초·신구초, 서초구 경원중, 양천구 계남초, 광진구 구의초, 송파구 잠실중 등이다. 문제는 철회 요청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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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듈러 학교 예시

미래학교 사업은 예산 문제로 올해부터 내년과 내후년에도 순차적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철회를 요청하는 학교를 제외하고 희망하는 학교로 대체는 가능하다.

물리적인 문제 때문이 아니라 오해와 불신, 소통부족에 의해 반대하는 상황이 되면 사업을 추진할 동력을 상실할 수 있다.

재학중인 학생들이 공사 중 학업에 지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를 해소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 대안으로 제시된 모듈러 학교가 냉난방 시설이 되고 기존 노후 건물보다 쾌적한 환경을 조성할 수 있음에도 컨테이너에서 수업을 한다는 오해를 사고 있다. 모듈러 학교는 컨테이너보다 사전에 제작된 이동형 학교라고 부를 수 있지만, 이를 체험해 본 사람은 많지 않다. 서울 지역 학교들은 운동장이 작아 모듈러 학교가 기존 학생들을 수용할 수 없는 것도 문제다. 다른 학교로 이전배치되는 것도 거부감을 사는 이유다.

서울시교육청이 최근 조희연 교육감이 참석한 온라인 토론회를 진행했지만, 오히려 반감을 샀다. 학부모들은 '일방 통보'에 불만을 대거 표출하고 급기야 댓글창까지 닫혔다. 교육청은 온라인으로는 설득이 쉽지 않자 학부모 대표들을 대면으로 만나 설득하는 것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공간 혁신 사업에서는 기획하는 과정에서 수업을 활용함으로써 학생들이 적성을 찾아가고 성과를 낼 수도 있어 환영을 받았다. 미래학교 사업에서도 재학생이 몇 년 후 들어올 학생을 위해 희생하는 과정이 아니라 재학생에게도 도움이 되는 사업이라는 인식 확산이 필요해 보인다. 특히 사업 첫 해인 올해에는 노후도와 안전 문제가 심각한 학교부터 선정된 만큼, 사업 추진이 시급하다.

교육부 관계자는 “몇개 학교의 오해에서 시작된 반대가 확산되고 있다”며 “공사로 인해 재학생들도 학업에 지장을 받지 않고 오히려 더 쾌적한 환경에서 수업할 수 있는 대안을 통해 설득해 나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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