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 '스포티지'가 6년 만에 완전변경 모델로 돌아왔다. 실내 공간이 차급을 뛰어넘을 정도로 넓혔을뿐 아니라 하이브리드 모델을 추가해 연비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소비자들에게 선택지를 제시했다. 최대출력도 높아지면서 우수한 주행 성능을 자랑한다.
스포티지는 기아가 독자 개발해 1993년 출시한 스포츠유틸리티차(SUV)로 국산 SUV 중 최장수 모델이다. 세계 최초로 도심형 SUV를 지향하며 개발된 차량이기도 하다. 기아는 5세대 스포티지인 '2022 디 올 뉴 스포티지'(이하 스포티지)에 3세대 플랫폼과 신규 파워트레인을 적용했다. 완전변경 모델인만큼 디자인도 과감하게 변경했다.
스포티지 시승은 1.6 터보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탑재한 시그니처 트림 그래비티 모델과 1.6 터보 가솔린 파워트레인 시그니처 트림 2개로 이뤄졌다. 하이브리드 모델은 하남에서 이천까지 왕복 130㎞를 주행했고, 가솔린 모델은 서울에서 대구까지 왕복 500㎞를 달렸다.
디자인은 흠잡을 데 없이 만족스러웠다. 과감하지만 '망둥어'라는 별명이 붙던 전 세대보다 확연히 나아졌다.
전면부는 '> <' 형태로 배치된 주간주행등이 가장 인상적이다. 차량이 더 날렵해 보였다. 라디에이터 그릴에는 블랙 컬러의 하이테크 패턴을 적용했다. 후면부 디자인은 밋밋한 전 세대 디자인에서 심플하면서도 안정적 디자인으로 바뀌었다. 리어 와이퍼는 리어 스포일러 하단에 숨겨 개방감을 향상하고 디자인 완성도를 높였다.
그래비티 모델을 선택할 경우엔 라디에이터 그릴, 프론트·리어 범퍼 등이 변경되면서 더 강인한 인상을 만들어낸다. 기본 디자인도 잘 나왔기에 개인 취향에 따라 추가하면 될 뿐 크게 고민할 요소는 아니다.
실내 공간은 기존의 준중형 SUV보다 크게 느껴졌다. 기아가 스포티지에 3세대 플랫폼을 적용한 효과다. 장시간 운전에도 좌우가 좁다는 느낌은 없었다. 2열 시트 등받이 각도 조절 기능도 이전에 없던 부분으로 승차감을 향상시켰다. 2열 탑승이 많다면 반가운 변화다.
하이브리드 모델은 연비가 최대 강점이다. 이천에서 하남으로 돌아오는 구간에선 연비 20.3㎞/ℓ를 기록했다. 공인 복합연비는 16.7㎞/ℓ다. 정속 주행시 전기모터 구동 활성화 비율을 높여 연비를 향상했다.
주행 중 배터리 잔량은 50% 안팎을 오갔다. EV 모드 활성화가 조금 더 적극적이면 좋겠다. 전기모터와 엔진 간 구동력 전환 시 이질감은 느낄 수 없었다.
전기모터를 탑재한 만큼 파워트레인 사양이 좋다. 시스템 최고 출력은 230마력, 최대 토크는 35.7㎏f·m다. SUV지만 고속주행 시 큰 흔들림이 느껴지진 않았다. 윈드쉴드 이중접합 차음 글라스가 적용되면서 110㎞/h까진 실내로 유입되는 소음이 크진 않았다.
하이브리드 모델은 승차감을 개선하는 '이라이드(E-Ride)'와 '이핸들링(E-Handling)' 기술을 기본 탑재한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이라이드는 과속 방지턱과 같은 둔턱 통과 시 차량이 운동 방향과 반대 방향의 관성력을 발생하도록 모터를 제어해 쏠림을 완화한다. 이핸들링은 모터의 가·감속으로 전·후륜의 하중을 조절해 조향 시작 시 주행 민첩성을, 조향 복원 시 주행 안정성을 향상한다.
정숙성은 가솔린 모델도 하이브리드 모델 못지않게 뛰어났다. 기자가 디젤 SUV를 운행하고 있어, 더 확연한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평소 주행 환경에서 정체 구간이 많지 않다면, 가솔린 연료비를 감내할만한 만족감이다. 연비는 고속주행에서 최고 14.8㎞/ℓ까지 기록했다. 공인 복합연비는 12.5㎞/ℓ다.
가솔린 모델은 스마트스트림 7단 듀얼 클러치 트랜스미션(DCT)을 탑재했으나 출발 시 발생하는 DCT 특유의 꿀렁거림은 없었다.
하이브리드 모델과 가솔린 모델 모두 파워트레인 셋팅은 연비 개선에 초점을 맞춘 듯했다. 스포츠모드가 아니라면 가속 시 개선된 성능 만큼의 출력이 느껴지진 않았다. 스마트모드로 설정해 주행 상황에 따라 모드가 변경되도록 하는 것을 추천한다.
스포티지는 다양한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기능도 지원해 고속도로 정체구간과 장거리 운전도 편리했다. 반자율주행 핵심 기능인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SCC)' 기능은 앞차와의 간격을 계산해 가·감속 제어를 적절히 수행했다. 안정적으로 작동했으나, 앞 차량이 저속 주행을 하다 멈춰서면 제동이 다소 과하게 이뤄졌다. 고속도로에선 내비게이션 정보를 기반으로 과속 카메라 단속에도 대응했다.
실내 디자인도 확연히 개선됐다. 살짝 휘어진 파노라믹 커브드 디스플레이에는 12인치 디지털 계기판과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화면이 자리한다. 물리적 버튼도 상당히 줄었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공조 기능을 통합 조작할 수 있는 터치 방식의 전환 조작계를 장착했기 때문이다. 실내 곳곳에 적용된 앰비언트 라이트는 야간에 차량을 더 고급스럽게 만들어내는 요소다.
1열 보조석 시트는 동승자가 직접 조정할 수도 있지만 운전자가 시트 측면에 있는 버튼으로도 가능하다. 동승자가 수면에 들 경우 조작해 자세를 편안하게 만들어줄 수 있다.
테일 게이트는 운전석 왼쪽 하단에 위치한 버튼을 눌러 열 수 있다. 테일 게이트 좌·우측에 위치한 레버를 당기면 2열 좌석을 손쉽게 접을 수 있다. 트렁크 공간도 전 세대보다 넓어져 더 많은 짐을 적재하거나 차박을 하는 데도 넓은 공간을 제공한다.
2열에선 1열 헤드레스트 뒤에 외투를 걸 수 있어 편리하다. 쇼핑백 등을 걸 수 있는 걸이와 미니포켓도 1열 좌석 뒷부분에 위치한다. 스마트 기기 충전을 위한 USB C타입 포트는 1열 좌석 측면에 있다.
공조 편의 메뉴에서 '에어컨 자동 건조'를 활성화하면 에어컨 냄새 발생 우려를 줄일 수 있다. 실내 미세먼지도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공기청정모드를 자동으로 활성화해 실내를 쾌적하게 유지해줬다.
가격은 1.6 터보 가솔린 모델이 2442만원부터, 1.6 터보 하이브리드 모델이 3250만원부터다. 2.0 디젤 모델은 2637만원부터다.
박진형기자 j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