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배터리 분사는 더 큰 도약을 위한 필연적 선택...궁극적 기업가치 제고

오는 10월 1일 배터리사업 별도 법인 출범을 앞둔 SK이노베이션의 분사 결정은 글로벌 배터리시장 패권을 쥐기 위한 필연적 선택이라는 분석이다. 한·중·일 기업의 글로벌 배터리 시장 장악을 위한 '쩐의 전쟁'이 시작되는 시점에서 도태되지 않고 생존, 더 나아가 시장을 선점해 기업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것이다. 증권가에서는 배터리 사업 분사는 투자금 확보를 위한 행보이고 현재 SK이노베이션의 잠재력에 비해 기업가치가 저평가돼 있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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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 [자료: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017년 배터리 사업을 본격화하겠다고 밝힌 후 5년 만에 배터리와 리튬이온분리막(SKIET)사업을 새로운 성장축으로 키웠다. 작년 기준 SKIET의 리튬이온전지 분리막 사업은 글로벌 1위, 2021년 6월 기준 배터리사업은 누적수주액 기준 글로벌 3위, SNE리서치 기준 전기차 탑재량 순위 글로벌 5위로 성장했다.

글로벌 배터리 시장 성장세가 본격화되면서 향후 5년간 글로벌 탑 배터리 업체 간 총성 없는 전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실제로 중국 CATL이 가장 먼저 상장에 성공해 덩치를 키우고 있고 LG에너지솔루션도 기업공개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SDI 역시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다양한 리소스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은 지난달 진행한 스토리데이 행사에서 “배터리와 소재사업으로 그린사업 축을 옮기고 기존 카본사업도 그린으로 전환하는 총 30조원을 투자하겠다”라고 선언했다. 2025년까지 배터리에만 18조원이 투입될 예정이고 이는 배터리 사업이 분사를 통해 시장에서 자금 조달하지 않으면 불가한 수준이다.

SK이노베이션은 2017년 이후 매년 2배 이상 매출 성장을 보이며 글로벌 배터리 업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회사로 꼽힌다. 하지만 올해 기준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생산능력은 연간 40GWh로 수주잔량을 해소하기엔 부족하다. 현재 미국, 유럽(코마롬·이반차 2곳), 중국(창저우·옌청·혜주 3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생산시설을 증설 중이지만 2025년 기준 200GWh 이상을 확보하기 위해 빠르게 투자가 필요한 타이밍이다.

글로벌 배터리 시장 지속 성장 전망과 SK이노베이션의 수주량 등을 바탕으로 이 회사의 배터리 사업 분사는 기존 주주에게 악재가 아닌 호재가 될 것이라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는다. 당장은 주주가치 희석이라는 부정적 요인으로 보이지만, 그보다 기업가치 상승분이 더 크다면 결과적으로는 긍정 효과로 작용할 것이라는 얘기다.

무엇보다 SK이노베이션이 정유회사라는 벽을 넘어 더 큰 도약을 하기 위한 배터리 사업을 본궤도에 올려놓으려면 대규모 투자금 확보가 관건이다. SK이노베이션은 그런 관점에서 기업가치에 해를 끼치지 않으면서 투자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인 기업분할을 선택했다.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수주잔고는 1TWh이다. 테라와트급으로 수주한 배터리 회사는 중국 CATL와 LG화학에 이어 세 번째다. 1테라와트는 전기차 1500만대에 탑재할 수준이다. 생산능력도 현재 40GWh에서 2030년에는 500GWh까지 커질 예정으로, 이 같은 성장세가 지속되면 분사 이후에도 주가가 유지 또는 상승할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증권가에서는 배터리 사업 분사는 본격 자금조달을 위한 행보이고, 수주잔고와 기술력 등 SK이노베이션의 잠재력에 비해 기업가치가 저평가된 것으로 보고 있다.

박연주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배터리 분사 및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 등으로 중기 기업 가치 확대가 예상된다”라며 “배터리 부문에 대한 지분율 희석과 사업 할인율을 적용하더라도, 정유·화학, SKIET 지분가치 등을 감안할 때 현 주가는 과도하게 저평가돼 있다”라고 말했다.

전유진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 역시 “적어도 1년 뒤에나 있을 지분 희석과 수급 노이즈를 걱정하기엔 당장 배터리 실적 개선, 수주 상황 등이 너무 고무적”이라며 “하반기 좋아지는 정유와 호시황이 지속될 윤활유, 적자가 대폭 축소되는 전지 등 좋게 볼 요인이 많다”라고 평가했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