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데이터시대, 세계 수준 개인정보보호체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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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인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위원장

국민의 관심과 기대 속에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중앙행정기관으로 출범한 지 어느덧 1년이 됐다. 세계 각국은 급속히 디지털 경제로 전환하고 있다. 디지털 경제 원천인 데이터 시장 규모는 2022년 2600억달러, 데이터 규모는 2025년 175제타바이트(ZB)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1ZB는 미국 의회 도서관 장서의 400만배 규모라 하니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다. 이러한 데이터의 75%가 개인정보다. 개인정보를 빼놓고는 디지털 경제를 얘기할 수 없는 시대다. 위원회 출범 또한 개인정보 활용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어떻게 잘 보호할 수 있을까에 관한 국가적 고민의 결과라 할 수 있다.

우리는 1970∼1980년대 급격한 고도성장 속에서도 개인의 자유와 존엄을 지키고 민주주의를 발전시켜 온 나라다. 데이터 기반의 디지털 경제 역시 마찬가지다. 어떠한 가치도 인간의 근본적 자유와 존엄성, 민주주의와 바꿀 수는 없다.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 사건과 최근의 감시 자본주의 논란은 상당한 경종으로 다가온다. 데이터 경제 발전에 나를 증명하는 가치인 개인정보의 안전한 보호와 활용이 전제돼야 하는 이유는 이미 충분하다.

개인정보위 출범으로 국민은 개인정보를 가장 안전하게 보호해 주는 통합 전담 감독기구를 두게 됐다. 개인정보위는 출범하자마자 수기 출입명부 개선, QR코드 시스템 점검 등 코로나19 방역 전반에서 개인정보가 안전하게 처리되는지 살펴보았다. 페이스북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에 대한 과징금을 포함해 총 106건을 조사·처분했다. 인공지능(AI) '이루다' 개발사 등 신기술 기업의 위법행위에 대해서는 제재에 그치지 않고 기업이 활용하도록 AI 자율점검표를 발표, 올바른 처리 방향을 제시했다.

기업 입장에서는 안전한 개인정보 활용을 가능케 하는 든든한 지원자가 생겼다. 가명정보 활용 기준을 새로이 마련하고, 5대 분야 7개 시범사례를 추진해 아무도 가 보지 못한 개인정보 활용의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있다. 또한 답보 상태에 있던 유럽연합(EU) 개인정보보호법(GDPR)의 적정성 결정에서도 의미 있는 진전이 있었다. 급변하는 데이터 시대에 개인정보의 보호와 활용에 관해 책임감 있게 나서서 기업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울타리 역할을 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물론 가야 할 길은 아직 멀다. 우선 개인정보 법제의 시대적 정합성을 더욱 높여야 한다. 디지털 시대에 맞도록 정보 주체의 실효적 권리보장은 강화하고 신산업 현장의 법제적 불확실성과 위험은 빠르게 해소해야 한다. 자율주행차, 스마트시티 등 신기술 분야에서 의도치 않은 부작용이 없도록 개인정보 보호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국가 간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우리 대한민국의 개인정보 법제가 국제적 통용성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번에 정부가 마련한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이 기대되는 이유다. 앞으로 데이터 경제 진전에 따라 더욱 첨예화할 디지털 통상, 데이터 국외 이전에도 적극 대비해야 한다. 가을로 예상되는 GDPR의 적정성 최종 결정과 글로벌 상호 운용성 강화로 디지털 통상에 대응하는 한편 글로벌 이슈 해결과 다자간 협력 주도를 통해 선진 감독기구로서 국제적 리더십을 확보해 나갈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데이터 사회 성공을 위한 핵심 키워드는 '신뢰'다. 이에 따라 데이터 사회가 주는 사회적 괴리감과 그 이면에 있는 국민 불안감 해소에도 힘을 쏟아야 한다. 국민 대다수는 개인정보의 산업적 활용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무분별한 활용과 침해를 우려한다. 안전한 보호에 대한 확신이 없으면 활용도 할 수 없다. 개인정보위는 국민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듬직한 '믿을맨'이 되어 데이터 경제 시대에 맞는 세계적 수준의 개인정보보호 체계 구축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지도와 나침반이 없던 시절 고대 뱃사람들은 북극성을 보고 뱃길을 정했다고 한다. 북극성이 늘 같은 자리에 있기 때문이다. 개인정보위는 고대 뱃사람들을 인도해 준 북극성처럼 항상 그 자리에서 국민과 기업을 보호하고 지원하는 든든한 울타리이자 길잡이가 되고자 한다. 출범 1년의 성과를 바탕으로 다가오는 10년을 차근차근 준비해 나가겠다. 국민 여러분도 관심을 두고 지켜봐 주길 부탁드린다.

윤종인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위원장 lmj777@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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