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글로벌 경쟁은 총과 칼이 아닌 기술로 싸우는 시대입니다. 미국과 중국 경쟁을 보더라도 우리가 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과학을 육성하고 기술 주도권을 확보해야 합니다. 과학기술 심의 문화가 정착될 때 국가 정책도 구체화 될 것이고 실행동력을 갖게 될 것입니다.”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은 국가 주요 정책 결정에 있어 과학기술 전문가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녹색성장위원회, 지속가능발전위원회 등 국가 미래를 논의하는 기구를 부가 운영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이 참여하지 않는 한 구체적 실행계획 없이 거시목표만 내세우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최근 15개 국가위원회에 과학기술 단체가 추천한 인물을 참여토록 하는 법안을 대거 발의했다. 4차 산업혁명 등 기술 경쟁이 더욱 심해지는 시기에 이념이 아닌 과학적 근거에 따라 정부 정책이 결정될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서다.
15개 법안은 각기 다른 국회 상임위원회로 배정된다. 그만큼 최종 통과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김 의원은 이를 위해 지난달 과학기술강국포럼을 출범시키고 여야 의원들과 네트워크를 확대하고 있다. 최종적으로는 국가위원회에서 과기인들이 목소리를 내서 국가 운영 전반에 과학을 대우하는 문화를 정착시키는 것이다. 그는 “과거 광우병 사태와 지금의 탈원전도 과학적 해석보다는 정치와 이념 논리가 우세했다”며 “해당 분야에서 오랜 기간 연구한 전문가 경험과 노하우를 인정해야 한다. 과학기술 육성은 돈을 준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과학기술 전문성이 배제되면 결국 정책은 규제 중심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견해도 내비쳤다. 최근 논란이 되는 가상자산(암호화폐)이 대표적이다. 김 의원은 “현 정부 상황에선 암호화폐 문제를 기술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지 못하다 보니 규제 중심 정책을 펴고 있다”며 “이는 더 나아가 새로운 기술을 산업으로 키우지 못하고 일자리도 놓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전망했다.
김 의원은 “정치가 과학을 공포로 몰아넣었다”며 현 정부의 정책 결정 환경에 우려를 표했다. 목적을 위해 세력을 결집하는 정치와 달리 과학은 이성적 논리로만 사안을 전달해 소통의 파급력이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평가다. 과학기술의 정치 의도화는 미래 발전을 저해하는 일인 만큼 지금부터라도 과기인들이 외부와 소통을 늘리고 국회의원들도 전문 분야별 정무적 활동을 키워야 한다는 소신이다. 김 의원 스스로는 신한울 3·4호기 공사 재개 등을 주장하며 문 정부 탈원전 정책 폐기를 위해 노력 중이다.
최근 관심을 기울이는 분야는 메타버스와 양자역학 그리고 교육이다. 메타버스와 양자역학은 그동안 우리가 해왔던 과학기술 개선이 아니라 개념 자체가 다른 것인 만큼 이를 인정하고 큰 산업 분야로 활성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를 위해선 교육 체계도 바뀌어야 한다. 대학을 가기 위해 모든 학생이 같은 내용의 교육으로 경쟁해서는 미래 시대를 대응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인간과 산업의 다양성에 맞춰 대학 교육도 영역에 따라 세분화할 때 일자리도 많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김 의원은 “미래산업은 다양성이다. 때문에 정부 미래 정책을 행정에만 맡길 순 없다”며 “과학기술 전문인의 의견도 담아 다양한 형태의 정책 추진 계획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