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봇이 사람과 함께 일하는 '믿음직한 동료'로 자리 잡았다. 근로자 근력을 강화하는 웨어러블 로봇, 사물인터넷(IoT)을 지원하는 스마트공장용 로봇 등이 다양한 산업현장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KEIT)은 이처럼 근로자 근무환경을 개선을 위해 '함께하는 로봇' 연구개발(R&D) 지원에 힘을 쏟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 우리 산업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릴 방침이다.
◇'아이언맨' 현실이 되다
웨어러블 로봇 슈트 전문업체 에프알티가 참여한 산·학·연 컨소시엄은 지난 2019년 11월 건설근로자용 웨어러블 로봇 개발에 착수했다. 현장 근로자 산업재해 질환에 대응하고 작업효율을 향상시키는 로봇을 만드는 게 핵심이다. 이를 위해 10㎏f 이상 근력 보조를 할 수 있고 착용성이 우수한 제품을 개발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컨소시엄은 상지, 허리, 무릎 등 관절별 외골격 및 구동기, 제어 알고리즘, 센서 등 관련 요소 부품을 모두 모듈화한 작업별 맞춤형 웨어러블 로봇을 선보였다. 핵심 비즈니스 모델과 수요처 평가를 고려한 건설 작업용 웨어러블 로봇을 개발하면서 상용화 가능성을 높였다.
실제로 작년 한 건설사는 에프알티 제품을 현장에 도입했다. 국내 건설 현장에 웨어러블 로봇이 투입된 것은 처음이다. 또 다른 대기업도 현장 테스트를 진행하며 도입을 검토 중이다.
에프알티 관계자는 “근력 지원 웨어러블 로봇은 인간과 로봇 장점을 결합한 형태”라면서 “다양한 직업 분야 효율 향상과 고령화에 대응한 신규 시장 탄생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은 작년 서울대, 건국대, 전자부품연구원과 근로자 근력을 보조하는 '의복형 로봇 기술' 개발에 나섰다. 딱딱하고 무거운 소재를 사용한 기존 웨어러블 로봇과 달리 2㎏ 이하 무게를 가진 '의복형' 착용 시스템을 구현하는 게 핵심이다.
연구진은 들어 올리는 동작, 버티는 동작을 구분해 각 상황에 따라 서로 다르게 작동하는 하이브리드 구동기를 개발한다. 가벼운 무게, 빠른 반응성, 높은 에너지 효율성 등 장점을 기반으로 기존 제품의 한계를 극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세탁이 간편하고 관리하기 쉬운 데다 산업현장에서 지속 사용할 수 있는 '의복형 시스템'을 선보일 계획이다.
UNIST 관계자는 “역감 전달장치로도 사용 가능해 사용자에게 생생하게 감각을 전달하는 직관적 조종 시스템으로 활용할 수 있다”면서 “각종 엔터테인먼트, 교육, 스포츠, 실버 서비스 등의 인프라 구축에 긍정 영향을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로봇, '똑똑한 공장'을 만들다
휴림로봇이 참여한 컨소시엄은 지난 2016년 5월부터 3년간 '작업자 공간공유 및 스마트공장 적용을 위한 차세대 제조용 로봇' 과제를 수행했다. 근로자와 한 공간에서 같은 작업을 수행하는 로봇을 개발하는 데 목적을 뒀다. 세계적 고령화 추세에 따라 생산 인구가 줄고, 이에 따라 인건비가 상승하면서 로봇의 제조업 투입 필요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컨소시엄은 △최대 정격동력 100W급 6자유도 협업로봇 △모터, 감속기, 위치센서, 브레이크 일체형 액추에이터 모듈 △유연구조 이식성을 가지는 개방형 소프트웨어(SW) △센서리스 충돌감지 알고리즘(최대 허용 충격력 50N) 등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그동안 영상인식 기술, 로봇제어 기술, 충돌감지 기술, 모터제어기술, 로봇제어기술 등을 국내 업체에 8차례 이전했다. 해당 과제에서 확보한 기술로 고용량 고성능 제어 시스템도 출시했다.
산업용 로봇 제조업체 뉴로메카는 아주대산학협력단, 하이젠모터, 한국전자기술연구원과 2017년 7월부터 30개월간 스마트공장용 로봇 시스템 제어 SW 개발에 매진했다.
그동안 축적된 공정별 제조현장 경험을 인공지능(AI) 기반으로 실제 산업현장 자동화로 구현하기 위해 힘을 쏟았다. 이를 위해 데이터 축적·분석·학습과 IoT 지원 가능한 '로봇 시스템 제어 SW 솔루션'을 개발했다.
뉴로메카는 통합 제어기 및 협동로봇 상품화로 매출 57억원 이상을 기록했다. 앞으로 3년간 150억원을 웃도는 관련 상품 매출을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
뉴메로카 관계자는 “(해당 솔루션을 활용하면)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기존 스마트공장과 달리 저비용 셀 단위 자동화가 가능하다”면서 “중소 제조업체가 쉽게 스마트공장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로봇'을 게임체인저로
산업부와 KEIT는 다양한 서비스 영역에서 활용성이 증가하고 있는 로봇 기술을 적용한 제품을 개발하는 한편 신속하게 사업화에 나설 방침이다.
특히 산업부 로봇분야 R&D 지원으로 확보한 원천기술을 기반으로 조속히 사업화를 추진하기 위한 비즈니스 모델 기반 로봇분야 R&D에 착수한다. 올해는 실시간으로 도로·터널을 관리하는 지능형 레일 로봇, 휴먼에러를 최소화할 수 있는 임플란트 가이드 로봇 시스템, 양식장 수중 클리닝 로봇, 도소매 시장 대상 물류이송 서비스 로봇 등을 자유형 품목지정 공모로 지원할 예정이다.
또 산업부와 KIET는 로봇 기술을 여러 산업으로 확산하기 위해 공통 활용 가능한 핵심부품 및 공통 SW를 고도화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응용분야에 따라 변형 가능한 모듈형 그리퍼 기술과 동적 환경변화에 적용 가능한 다중로봇 상태추적·추론 SW 플랫폼 개발에도 나선다.
이준석 KEIT 로봇PD는 “최근 급증하는 로봇 서비스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시장 지향형 로봇 R&D를 지속 추진할 것”이라면서 “중장기적으로 산업과 시장 판도를 뒤흔들 '게임체인저' 역할을 수행할 핵심 기술 개발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