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원(KAIST·총장 이광형)은 한진희 생명과학과 교수팀이 무수히 많은 뉴런과 시냅스 연결로 구성된 신경 네트워크에서 기억을 인코딩하는 뉴런이 선택되는 근본 원리를 규명했다고 13일 밝혔다.
과거 경험은 기억이라는 형태로 뇌에 저장된다. 기억은 뇌 전체에 걸쳐 극히 적은 수의 뉴런들에 인코딩되고 저장된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뉴런들이 미리 정해진 것인지, 어떤 원리로 선택되는 것인지는 불확실하다. 신경과학 미해결 난제 중 하나다. 치매를 치료할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해 사회, 경제적 파급 효과도 크다.
캐나다 신경심리학자 도널드 올딩 헤브는 두 뉴런이 동시에 활성화되면 이들 사이 시냅스 연결이 강화될 것이라는 시냅스 가소성 아이디어를 제시했고 실험으로 특정 시냅스에서 실제 '장기 강화(LTP)'가 일어난다는 것이 증명됐다. 다만 LTP가 기억을 인코딩하는 뉴런을 어떻게 결정하는지는 규명된 적이 없었다.
이번 연구에서는 생쥐 뇌 편도체 부위에서 LTP가 발생하지 않는 시냅스를 광유전학 기술로 자극, 인위적으로 시냅스 연결을 조작하고 기억 인코딩 뉴런이 달라지는지 조사했다.
생쥐가 공포스러운 경험을 하고 난 직후 LTP 자극을 통해 시냅스 연결을 인위적으로 강하게 했을 때 해당 시냅스에 공포 기억이 인코딩되고 주변 다른 뉴런들에 비해 선택성을 띠는 것을 확인했다. 시냅스 강도를 인위적으로 조작했을 때 기억 자체는 변하지 않지만 그 기억을 인코딩하는 뉴런이 변경됨을 증명한 것이다.
한진희 교수는 “LTP에 의해 뉴런들 사이에서 새로운 연결패턴이 만들어지고 이를 통해 경험과 연관된 특이적인 세포 집합체가 뇌에서 새롭게 만들어진다”며 “이렇게 강하게 서로 연결된 뉴런들 형성이 뇌에서 기억이 형성되는 원리임을 규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