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례·양자팹으로 양자·AI·반도체 융합 인프라 완성
쿼드·에피 등 기업 성과로 양자 소자 국산화 가속
100억 R&D·파일럿 팹으로 중소기업 양자 접근
12주 교육·팹랩으로 양자-AI 인력 100명 양성

경기도가 한국나노기술원과 함께 2026년을 기점으로 양자·인공지능(AI)·반도체 융합산업을 미래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종합 추진체계를 본격 가동한다.
세계 K-반도체 핵심 거점인 경기도가 차세대 기술패권 경쟁이 양자 분야로 확산되는 흐름에 맞춰 양자기술을 반도체·AI와 결합해 기술 격차를 줄이고 글로벌 주도권을 선점하겠다는 구상이다.
경기도는 이를 위해 관련 조례 제정, 전담 지원센터 설립, 전문인력 양성, 양자팹 인프라 구축, 융합 연구개발(R&D) 확대 등 산업 생태계 전반을 묶는 정책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단일 사업이 아니라 제도·인프라·인력·R&D를 하나의 축으로 엮어 2026년까지 '양자-반도체 융합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제도적 기반은 2025년 5월 시행된 '경기도 양자인공지능산업 육성 및 지원 조례'다. 경기도가 양자 AI를 전략산업으로 공식 선언한 첫 장치로, 5년 단위 기본계획과 연차별 시행계획, 기술개발·인력양성 지원 근거를 담았다. 같은 해 7월에는 '양자인공지능·반도체 융합 지원센터 설치' 조항을 포함한 개정 조례가 도의회를 통과해 추진체계가 강화됐다.
이 조례에 따라 한국나노기술원에 들어서는 '경기도 양자인공지능지원센터'는 도내 기업·연구기관·대학을 잇는 산업 허브로 조성한다. 센터는 양자팹 접근성을 높이고 산학연 협력을 촉진하는 한편, 데이터 기반 공정서비스 플랫폼을 구축해 양자 하드웨어 국산화와 상용화를 뒷받침한다.
또 AI 기반 팹 공정 최적화(AX)를 도입해 양자·반도체 공정의 수율과 성능을 끌어올리는 지능형 제조 인프라도 구현할 계획이다.
인프라 측면에서 도는 2025년 100억원 규모 연구개발용 양자팹을 완공하고, 2026년 300억원 규모 파일럿(pilot) 팹을 추가로 구축해 기업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양자 인프라 허브'를 조성한다. 이는 국가 '양자종합계획'과 '양자과학기술 및 양자산업 육성법'에 따른 양자클러스터 유치에도 경기도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도는 양자팹 장비교육, 공정서비스 데이터 플랫폼, 팹 사용료 지원 등을 통해 중소·중견기업이 장비 교육부터 공정 설계, 시제품 제작까지 한 번에 지원받는 '원스톱 체계'를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기술 성과도 가시화되고 있다. 도는 2025년 '양자-반도체 융합산업 경쟁력 강화사업'을 통해 쿼드, 에피솔루션, 비이아이, 오킨스전자 등 4개 기업을 지원했다. 쿼드는 균일도 5나노미트(nm) 이하 초정밀 공정을 확보해 양산형 초전도 나노선 단광자 검출기(SNSPD) 플랫폼 기술을 마련했고, 에피솔루션은 국내 최초로 3인치급 단일광자 애벌랜시 다이오드(SPAD)용 인듐-갈륨-비소(InGaAs) 에피웨이퍼 성장 기술을 확보해 수입 의존도를 낮췄다.
비이아이는 위상절연체 원자층 증착(ALD) 박막을 4인치 상보금속산화막반도체(CMOS) 웨이퍼에 구현했으며, 오킨스전자는 채널 한 개당 1.0암페어(A) 이상 전류 전송이 가능한 극저온용 비자성 커넥터 기술을 확보하는 등 양자 하드웨어 국산화 기반을 넓혔다.
경기도는 이를 토대로 2026년 예산 15억원 규모 2년 차 '융합 R&D 지원사업'을 통해 총 13개 기업을 추가 지원한다. 지원 분야는 반도체 공정 기반 양자소자 국산화, 양자 AI용 소자, 양자컴퓨팅 응용기술, 양자 전환(QX) 등이며,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이 무리한 설비 투자 없이 양자 분야로 진입할 수 있도록 공정·소자·응용 전 단계를 아우르는 '디딤돌형' 과제로 설계했다.
인력 양성과 저변 확대도 병행한다. 도는 2026년 '양자-AI 인프라 확대 및 융합산업 전문인력 양성사업'에 15억원을 투입해 한국나노기술원과 도내 대학이 함께하는 12주 과정(이론·실습·프로젝트)을 운영, 재직자·구직자·대학원생 등 100명을 양성할 계획이다. 한국나노기술원 내 '양자 팹랩'을 단계적으로 개방해 전자빔 리소그래피, 저온 물성 측정 등 고가 장비를 연구자에게 제공하고, 시민·학생·기업을 위한 양자-AI 융합 체험형 홍보관도 함께 조성한다.
도 관계자는 “반도체를 넘어 양자·AI까지 아우르는 융합 생태계를 경기도에 먼저 구축해 기업이 세계 시장에서 바로 경쟁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겠다”며 “양자팹과 지원센터를 축으로 중소·중견기업, 대학, 연구기관이 함께 성장하는 구조를 만드는 데 재정·정책 지원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수원=김동성 기자 estar@etnews.com





















